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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재씨 인터뷰..한국근현대사진전 기획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3-05-23 (목) 08:08:19


 

“한국의 사진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놀라운 평가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서 처음 열린 한국 근현대 사진작가들의 전시회 ‘삶의 궤적’을 기획(企劃)하고 한영문 도록(圖錄)까지 출간한 이창재 큐레이터의 목소리엔 고단함 속에도 보람이 묻어났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한 것은 2010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가을에 출간할 책 표지 사진을 찾다가 한국근대사진의 선구자로 불리는 구왕삼 작가의 작품을 보게 됐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 사진작가들의 작품과 자료들을 거의 구할 수 없다는 현실에 자극을 받았다.

 

이창재 큐레이터는 22일 뉴스로(www.newsroh.com)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중국과 일본의 사진작가들의 지명도는 대단히 높고 자료 또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의 사진작가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해방이후 한국의 모습도 우리 작가들이 아니라 일본 미국 등 외국 작가, 외국 매체의 보도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 작가의 눈으로 우리의 삶을 포착(捕捉)한 사진전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번 전시회가 그만큼 특별하게 느껴진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전시회와 함께 큰 의미가 있는 것은 한영문 도록이 발간됐다는 것이다. 앞은 영문, 뒤는 국문으로 된 이 도록은 136쪽 분량으로 13인 작가 54개 작품의 사진과 해설, 이창재 큐레이터의 기획글과 맺음말, 진진영 코리아소사이어티 갤러리 관장의 머리말, 데이비드 맥켄 하버드대 교수의 추천사, 서울대학교박물관 선일 학예사의 에세이 '한국의 리얼리즘 사진-기억을 만들다'로 이뤄졌다.

 



 

특히 표지에 실린 구왕삼 작가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이창재 큐레이터가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된 단초가 되었다. 황량한 벌판 메마른 작은 나무에 아이들 예닐곱명이 올라가는 풍경은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동의 시절, 큰 시련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국인들의 소박한 정서(情緖)가 느껴진다.

 

전시회만큼이나 영문 도록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잇따랐다.

 

지나 김 스미스대학의 동아시아학 교수는 “삶의 궤적 전시 도록은 미주의 한국 시각문화 연구와 역사학계에서도 기다려왔던 기쁜 일이다. 이 사진전과 전시 도록은 한국 사진작가 연구의 커다란 공백을 메워줄 것이며, 2009년 휴스턴 미술관에서 있었던 한국현대사진전과 전시 도록을 보완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트랜스아시아 포토그래피리뷰의 편집장 산드라 매튜 햄프셔대학 미술사학교수도 “이번 기획은 대단했다. 미주에서 전시와 도록으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나온 것을 아낌없이 축하한다”고 격려했다.

 

해방 후 1세대 한국 사진작가들에 대한 재조명의 계기를 만든 이창재 큐레이터는 한국인으로는 보기드문 출판전문 디자이너이다. 현재 컬럼비아대 출판사 수석디자이너로 재직중인 그는 15세때 가족과 함께 도미, 워싱턴 주립대에서 미술사와 회화를 전공했고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선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공부했다.

 

지난 17년간 컬럼비아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며 김소월, 이태준, 황순원, 박완서, 오정희, 최윤 같은 작가들의 영문번역서들과 함께 다섯 권의 한국문학, 시, 희곡 선집들을 디자인했다. 또한 추사 김정희를 비롯, 김환기, 임옥상, 박항률, 신학철, 도윤희, 그리고 사진으로는 구왕삼, 화덕헌의 작품들을 표지로 올려 미국속의 한국 예술 알리기에 노력해 왔다.

 

이같은 활동으로 미국대학출판사협회와 뉴욕출판협회에서 다수의 디자인상을 받은바 있다. 최근 수상으로는 황순원의 소설집 ‘잃어버린 사람들(Lost Souls)’, 재일 조선인작가 김석범의 소설 ‘만덕이 귀신의 기이한 이야기(The Curious Tale of Mandogi’s Ghost)’, 프랑스의 문학비평가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이 믿기지않는 믿음의 필요(This Incredible Need to Believe)’, 일본의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의 ‘역사와 반복(History and Repetition)’이 있다.

 

이창재 큐레이터는 “미주에서 초기 한국사진에 대한 무관심과 함께 한국 시각자료의 협소함, 그리고 시각문화의 편협성이 늘 안타까웠는데 초기 한국 사진을 소개하고 동시에 한국 시각문화의 다양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9개월간의 전시 기간 중 만난 미술사학계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다음 전시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삶의 궤적’ 전시 작가 중 생존작가의 개인전과 전후 세대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그룹 전시도 구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2009년 동강박물관에서 구왕삼선생 탄생 100주년 사진전

 

경남 김해 출신의 구왕삼은 1940년대부터 1970년까지 대구를 기반으로 사진 이론과 전시 비평 분야에서 전국적인 활동을 했던 사진작가다.

 

지난 2009년 10월엔 구왕삼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영월 동강박물관에서 ‘탄생 100주년 사진전’이 열려 주목을 받았다. 다음은 2009년 10월 9일 뉴시스 기사.

 

한국 사진비평의 선구자인 구왕삼 작가 탄생 100주년 사진전이 강원 영월군 동강사진박물관에서 9일 개막했다.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동강사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광복 전후에서 1960년대 사이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작품 20점과 유족들이 제공한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구왕삼씨(1909~1977)는 대구지역을 기반으로 1950년대와 1960년대 사이에 사진비평 및 창작 분야에서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해왔다.

 

또한 18~19세기를 걸쳐 회화나 문학 그리고 음악에서 오랜 세월 논의하고 시도하던 '리얼리즘' 사조(思潮)를 사진에 도입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남아있는 그의 작품은 생전에 그가 찍은 방대한 양의 사진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가 남긴 사진을 통해 그가 주장했던 사진 이론과 비평을 어떻게 작품으로 표현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고뇌(苦惱)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동강사진박물관 특별기획전시를 통해 한국 사진비평의 개척자인 사진가 구왕삼의 작업과 이론에 대한 보다 활발한 논의와 평가가 이루어져서, 한국 사진사(寫眞史)에 있어서 그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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