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국사찰이 7주간의 백중기도를 올리며 미국원주민 영가(靈駕)들의 천도를 함께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미동부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사찰 원각사(주지 지광스님)에서 18일 백중 49일 기도 회향식이 봉행됐다. 원각사 큰법당에 정성껏 차려진 제단을 앞에 한 200여명의 대중은 영가들의 극락왕생(極樂往生)을 빌며 절을 올렸다.
이날 제단 상단에 안치된 위패엔 특별한 영가들이 있었다. 이 땅의 오랜 주인이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었다. 뉴욕주 샐리스베리 밀즈의 30만평 부지에 조성된 원각사는 숭산큰스님과 법안큰스님의 원력으로 창건된 미동부의 유서(幽棲) 깊은 한국 사찰이다.
전장 8m가 넘는 미주 최대의 석가여래 청동불상이 경내 호수를 바라보고 ‘불보사찰’ 통도사의 미주직계사찰답게 부처님 진신사리탑도 조성돼 있다. 내년까지 법당만 75평 크기의 한국 전통양식의 목조 대웅전이 들어서는 등 660만달러 대작불사가 3년째 진행되고 있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원각사 경내엔 원주민 유적지의 자취가 남아 있다. 대웅전이 들어서는 언덕빼기 바로 위쪽에 원주민의 돌무덤을 비롯한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통도사 주지를 역임한 회주 정우큰스님은 연전 특별법문에서 “뉴욕의 원각사에 올 때마다 오래전 이곳의 주인이었던 원주민 영가들의 강한 기운을 느낀다”며 원주민과 같은 유전자를 나눈 한민족 불자들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강조했다.
해인사 장경각에서 한국불교사상 전무후무한 100만배 기도회향(回向)으로 널리 알려진 제주 약천사 회주 혜인 큰스님(사진)은 2010년 1월 뉴욕 원각사에서 행한 특별법문에서 “세계의 수도 뉴욕에서도 원각사만큼 좋은 명당터를 만나기 어렵다”고 감탄하며 “이곳에 반드시 학교를 세워 한인중에서 뉴욕시장도 나오고 대통령도 나오는 인물을 배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선지식 진제 대선사도 13대 종정으로 추대되기 직전인 2011년 9월 뉴욕 원각사를 둘러본 후 “참으로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불사가 마무리 되면 훌륭한 대가람이 되겠다”며 “자유의 땅 미국에 모든 인류가 참 나를 발견해서 억만겁이 되도록 진리를 위한 수승 공덕의 인연을 만들기 바란다”는 덕담을 했다.
▲ 2011년 9월 원각사를 방문한 진제대선사(오른쪽 두번째)와 원각사 주지 지광스님
이처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원각사에서 이름모를 원주민들의 무주고혼의 천도를 위한 백중기도를 올린 것은 충분히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유독 타민족 불자들의 방문이 잦은 원각사는 이날 회향에도 미국인 불자들이 여럿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주지 지광 스님(사진)은 “이 지역의 많은 지명들이 원주민 부족명이나 그들의 언어에서 유래된만큼 원각사가 이곳에 자리잡은 것도 부처님의 특별한 가피(加被)에 따른 것”이라며 지난 49일간의 백중기도 회향을 통해 원주민을 비롯한 모든 영가들의 업장(業障)이 녹아 극락정토(極樂淨土)에 이르기를 축원했다.
샐리스베리밀즈(美뉴욕주)=민지영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혜인큰스님 “원각사에 학교지어 한인중 뉴욕시장도 대통령도 배출해야”
합동대법회가 열린 원각사는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으로 동부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 사찰이다. 미주 최대의 명품 아울렛몰로 유명한 우드버리에서 10분 거리인 샐리스베리 밀스의 280 에이커(약 30만평)의 광활한 부지(敷地)를 자랑한다.
지난 2010년 1월 원각사에서 특별법문을 봉행한 ‘100만배’의 주인공 혜인큰스님은 “아침 원각사 경내를 걸으며 정말 흐뭇했다. 세계의 수도 뉴욕의 명당터에 이렇게 광활한 도량을 세운 법안 큰스님의 원력과 원각사 중창을 이끌고 있는 회주 정우 스님, 우리 불자들의 피나는 노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할 일”이라고 치하했다.
큰스님은 “앞으로의 불사가 중요하다. 부처님을 모시는 대웅전은 클 필요가 없지만 법회를 열어야 하는 법당은 회관이라 해도 좋으니 2000명 이상 들어가는 규모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법안 스님의 유지를 받드는 뜻에서 반드시 학교를 세워야 한다. 그 학교를 불교를 위한 학교만이 돼서는 안된다. 앞으도 뉴욕시장도 되고 대통령도 되는 인물들을 양성해야겠다. 원각사 도량의 학교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인물들이 배출되길 축원하겠다”고 말했다.
단일법당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인 제주 약천사와 100만 부처님 봉안(奉安)을 추진중인 단양 광덕사의 회주로 있는 큰스님은 어느 절이 더 애착이 가느냐는 한 불자의 질문에 “제주는 내 고향이니까 그렇고, 사실 마음은 광덕사 쪽에 더 가지요”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혜인 스님은 100만배 성취후 100만이라는 숫자의 인연을 원각사와 연결지어 눈길을 끌었다. “약천사 부지가 5만평이고 광덕사는 64만평인데 세계의 중심인 뉴욕의 원각사가 30만평이 넘는다니 다 합치면 100만평”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