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왕후 어보가 국권회복을 위한 한가위 선물이 될 수 있을까. 6.25 전쟁중 미군에 의해 약탈된 문정왕후 어보가 오는 18일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스님) 등 환수협상단과 LA주립박물관(LACMA)의 2차 협상에서 공식 반환결정이 내려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혜문스님과 민주당 안민석 의원 등은 이날 LACMA측이 요청한 증거자료들을 충족했음을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반환하겠다는 입장 표명을 기대하고 있다. LACMA측은 지난 6월 25일 ▲ 어보가 한국전쟁 기간 중 도난당했다는 문서, ▲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한 문서, ▲ 이와 관련한 아델리아홀 레코드의 사본 혹은 미 국무부의 증거 자료 등을 요청한 바 있다.
7월 11일 관련증거들이 제출된 1차 협상에서 LACMA측은 문정왕후 어보가 종묘에 보관되고 있었다는 기록을 추가로 요청했으나 문정왕후 어보 확인과정에서 ‘육실대왕대비(六室大王大妃)’라고 쓰인 한지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는 극적인 해프닝도 있었다. ‘육실대왕대비’는 중종과 중종의 왕비인 문정왕후가 종묘의 제 여섯 번째 방에 모셔져 있다는 표식이다.
LACMA측이 요청한 모든 증거자료들이 제출된만큼 18일 2차 협상은 이를 공식 확인하는 요식행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지난달 28일엔 LA카운티정부의 제브 야로슬라브스키 수퍼바이저가 “문정왕후 어보가 도난품이 확실하고 한국 정부가 반환 요청을 한다면 기꺼이 반환하겠다”는 공식 서한을 보내온 사실도 밝혀졌다.
미국은 일본과 달리 1943년 약탈문화재 반환과 관련한 ‘런던 선언’에 따라 약탈이 확인된 문화재들을 꾸준히 반환해왔다. 지난 5월엔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 중인 10세기 크메르 제국 석상 두 점을 약탈 문화재로 인정, 캄보디아 반환을 결정한 바 있다.
혜문스님은 “도난사실을 입증하는 모든 자료가 제출되었고, 우리 정부 역시 수사요청의 형식으로 반환요청을 했다. LA 카운티 정부의 요구조건이 충족됐음에도 이날까지 LACMA측이 반환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부득이 법률적 조치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미 문정왕후 어보에 대한 대검의 수사요청을 미국이 받아들였고 모든 증거자료들이 있는만큼 LACMA측이 반환 결정을 미룰 경우 호조태환권의 경우처럼 압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LACMA가 카운티정부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공기관이고 국제적인 장물로 확인된 소장품의 반환을 거부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혜문스님과 함께 지난 2010년부터 문정왕후 어보 환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미주한국불교문화원 김정광 원장은 “모든 것을 희망적으로 보지만 아직 공식결정이 안난만큼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민병옥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백악관 청원운동 종료..목표치에 크게 미달한편 문정왕후 어보 반환촉구를 위한 백악관 10만 청원운동이 30일만인 4일 종료됐다. 백악관 청원 100인위(대표 혜문스님, 안민석 의원)가 주도한 청원운동은 가수 장윤정, 아웃사이더 등 많은 이들이 독려했으나 당초 목표인 10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6138명으로 마감됐다.
백악관 청원운동은 한달간 10만명이 넘을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나 백악관이 공식답변을 하도록 되어 있다. 100인위측은 “백악관 사이트에 접속한 뒤, 영어 퀴즈를 풀어야 하는 것이 국내 네티즌들에게 까다로웠던 것 같다. 그런 가운데 6천명 넘는 인원이 서명해 참여한 것은 감사한 일이다. 6천명의 서명은 9월 18일 LA카운티 측에 전달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비록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백악관 청원운동은 문정왕후 어보 환수운동을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각계각층의 공감속에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등 실질적인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도 대중운동으로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청원운동기간인 지난 8월 27일 대검찰청이 ‘문정왕후 어보를 도난품으로 인지, 미국측에 수사요청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