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북미대륙 횡단에 도전한 ‘쏭브라더스’ 송근녕(25)-송근우(23) 형제가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뉴욕에 입성했다. 지난 6월 24일 로스앤젤레스를 출발, 3일 오후 4시30분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도착하기까지 72일간 7200km의 대장정이다.
영남대에 재학중인 송근녕 씨(특수체육교육과 3년)와 근우 씨(기계공학부 2년)는 미국이 처음이다. 언어도 문화도 낯선 환경에서 사실상의 무전여행을 대륙횡단으로 해낸 것이다. ‘쏭브라더스’라는 애칭의 형제는 가는 곳마다 독도와 아리랑 비빔밥을 홍보하는 대형배너를 펴들었고 400명이 넘는 이들의 사인과 메시지를 받았다.
세계지도와 태극기, 두 형제가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그려진 배너엔 영어로 ‘우리는 멋진 나라 한국에서 온 쏭브라더스입니다. 한국은 아름다운 도시와 아름다운 섬 제주, 독도가 있고 전통음악 아리랑과 비빔밥,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있답니다. 우리는 자전거로 LA부터 뉴욕까지 미 대륙을 횡단합니다. 인생 최고의 도전이지요. 우리를 응원해주세요’라고 쓰여 있다.
쏭브라더스가 타임스퀘어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배너를 펼쳐들자 주변에 있던 뉴요커들과 세계의 관광객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두 사람을 에워쌌다. “정말 자전거를 타고 LA에서 온거냐?”며 사진을 찍고 말을 거는 등 마치 연예스타가 등장한 것처럼 관심을 보였다.
러시아출신이라는 한 남성은 “잠은 어디서 자고 밥은 어떻게 먹었냐?”고 연신 질문을 퍼부었다. “설마 자전거를 타고 LA로 돌아가는건 아니냐?”는 농담으로 웃음보가 터졌다.
제이븐이라는 남성은 “정말 대단하다. 멋진 도전을 했다”며 악수를 청했고 브라질에서 왔다는 로돈도는 “엄청난 목표를 달성한걸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적는 모습이었다. 올해 칠순이라는 폴란드 출신의 할머니 드베르지 씨는 “나도 유럽에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 적이 있다”면서 “정말 멋진 젊은이들이다”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타임스스퀘어에선 한국인들도 있었다. 메릴랜드에서 온 김해경씨는 “스물여섯살된 아들(폴 김)이 친구들과 함께 메릴랜드에서 캘리포니아까지 70일간 자전거 횡단을 하고 2주전에 돌아왔다. 아들처럼 대륙횡단을 한 젊은이들을 보게 되어 놀랐다”며 반가워했다.
또 한국에서 인턴십을 온 여학생들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기념사진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 형제는 들고온 배너가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통해 잠시 비쳐지는 등 타임스스퀘어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72일간의 기나긴 여정을 마친 소감은 어떨까. 송근녕씨는 “동생도 나도 제대후 복학한 만큼 졸업전에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오기전에 상당히 걱정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공모전을 통해 자금을 만들고 물품 협찬을 구하느라 정작 여행준비를 충분히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 형제가 여행자금을 마련하는 6개월의 과정도 대륙횡단만큼이나 큰 도전이었다. 학생 신분인데다 여비를 얻어쓸 형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일푼으로 자전거타고 미국횡단’이라는 프로젝트 제목도 그래서 나왔다.
무모하게만 보인 자금 마련계획은 기적처럼 이뤄졌다. 공모전에서 잇단 수상을 하고 총 7개기업의 협찬을 받게 된 것이다. 바이크 리페어샵에서 진행한 공모전에서 자전거횡단프로젝트가 1등에 선정되고 코로나 코리아에서 실시한 이벤트에서도 2등을 수상, 항공권 등 기본경비를 위한 마련할 수 있었다.
또 노스페이스에선 근우씨가 드림장학금에 선정되고 레드불 코리아는 음료를 협찬했다. 판다 바이크는 엔진자전거 협찬이 어려워지자 무상으로 자전거 한 대를 빌려주었고 루디 프로젝트 코리아는 스포츠선글라스와 헬멧을, 빈폴 아웃도어는 텐트와 침낭 코펠을 협찬함으로써 ‘풍찬노숙’을 견딜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이들 형제가 72일간 통과한 주는 캐나다 토론토와 퀘벡을 포함, 20개 주에 달한다. 자전거배낭여행객을 위한 웜샤워즈를 이용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교회나 소방서, 일반주택 집마당에 텐트를 치고 잤고 패스트푸드점에서 1달러짜리 버거로 때우기 일쑤였다.
30~40kg에 달하는 각종 장비들을 싣는 바람에 축 늘어진 나귀 모양이 된 자전거는 여정 초반 하루에도 예닐곱번 펑크가 나기도 했다. 네바다 사막에선 화씨 117도(섭씨 42도)의 살인적인 더위에 목숨이 위협(?)받은 적도 있었고 로키산맥 도로를 오를 때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게 아니라 무거운 자전거를 끌고 오르는 ‘노예행진’이었다.
너무나 힘든 여정탓에 형제의 다툼도 잦았다. 송근녕 씨는 “오는 동안 동생과 많이 싸웠다..힘든 상황이니까 서로 예민해져 사소한 것으로 다투게 되더라. 다행히 그때마다 잘 풀어서 여기까지 온것 같고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됐다. 동생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근우 씨도 “로키산맥에 오를 때는 정말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다. 이틀연속 14시간씩 페달을 밟으며 320km를 달린 적도 있다. 하지만 뉴욕에서 귀국 날짜가 지정된 항공권이라 죽으나 사나 목표일까지 뉴욕에 도착해야 했다”며 말했다.
이들이 달린 길은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로 등 다양했다. 일부 주에선 고속도로를 달려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아이오와 주에선 경찰에 의해 제지되는 일이 있었다. 근녕씨는 “경찰이 안내해 지방도로로 빠져 나갔는데 너무 우회하는 길이었다. 할 수 없이 고속도로로 다시 나갔는데 한시간뒤에 그 경찰에게 또 적발됐다. ‘또 한번 그러면 감옥행’이라고 하더니 목표지점까지 공짜로 태워주었다”고 웃었다.
‘쏭브라더스’가 숱한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강한 인내심도 있었지만 중간중간 마주친 ‘도로의 천사들’ 덕분이었다. 탈진해 쓰러질 것 같은 이들을 차에 태워주고 자신의 집에서 재워준 부부, 빈한한 살림에도 꼬깃꼬깃한 20달러 지폐를 쥐어준 중년의 아주머니, 교회 앞마당 대신 침실을 제공하며 맛난 식사까지 대접한 목사, 한결같이 친절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쓴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일리노이의 작은 타운 런던빌에선 숙소를 제공해준 한 가족으로부터 이날 교회에서 어린이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 어린이들에게 자전거 횡단의 모험을 들려주고 대화하는 뜻깊은 시간도 가졌다.
마지막 고비는 여정이 끝나가던 메인주였다. 하루 100~160km의 강행군으로 근녕씨는 팔꿈치가 탈이 났고 근우씨는 오른쪽 무릎관절이 손상된 상태였다. 트럭을 몰고가던 마이크라는 이름의 사나이가 구세주였다.
차에 태우고 자신의 오두막집에서 재워준 그는 며칠 후 다시 만나 친구 숙소까지 제공해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메인주 특산물인 바닷가재를 싸게 먹을 수 있는 곳을 묻자 식당에 안내한 후 비용을 대기까지 했단다.
이들 형제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입성한 후 “너무나 오고 싶었던 뉴욕이었다. 도착하고나니 꿈을 꾸는 것처럼 흥분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여정동안 보름이 넘게 한국음식을 먹지 못한 적도 있었다는 이들은 “뉴욕에서 매운 한국음식을 실컷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근녕씨는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 중간중간 부모님(송동준 이종희씨)과 보고 싶은 영남대 학우들의 격려와 안부도 받았다. 이제 학교에 돌아가면 한층 더 성숙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쏭브라더스의 자전거 모험 2탄도 기대할 수 있을까. 근우 씨는 “형은 협찬사가 있다면 언젠가 또한번 도전하고 싶어한다. 나는 좀 생각해봐야겠지만 형이 하겠다면 같이 할 것 같다. 다음엔 남미를 자전거로 횡단하며 때묻지 않은 자연을 만나고 싶다”고 지칠줄 모르는 열정을 과시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쏭브라더스의 블로그 ‘달려라 쏭아’송근녕-근우 형제는 자전거 미대륙 횡단 이야기를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다. 이름하여 ‘달려라 쏭아’.
강행군의 일정으로 아직 많은 업데이트가 필요하지만 생생한 사진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맛볼 수 있다.
아래 링크는 횡단 9일차 이야기.
http://blog.naver.com/skn5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