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때문에 살인강도?
뉴욕 브롱스에서 한인청년이 强盜(강도)에게 살해된후 아이폰을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19일 뉴욕 브롱스경찰은 이날 0시50분경 양황범 씨(26)가 브롱스 리버데일 스트릿에서 강도에게 총을 맞고 숨졌다고 밝혔다. 인근 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던 양 씨는 이날 퇴근후 집에 가다 사고를 당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양씨를 살해한 용의자가 아이폰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씨의 부모는 아들이 예정보다 늦게 들어오자 무슨 사고가 있는지 애태우다가 비보를 접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양 씨는 최근 맨해튼 MoMA 미술관 근처에 있는 ‘더 모던’이라는 프랑스식당에 스카우트 돼 일류 요리사의 꿈을 꾸던 청년이었다. 가족들은 평소 아버지가 인근의 킹스 브리지역에 아들이 내리면 차에 태우고 돌아왔는데 이날은 집에서 가까운 232가 킹스브리지역에 내려 혼자 오다가 그만 변을 당했다.
아버지 양경식 씨는 “평소 일을 마치면 내가 픽업을 해줬는데, 내가 피곤할까봐 그냥 집에 오다 이런 일을 당했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어머니 양현섭 씨는 평소보다 늦는 아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았다며 “내가 아들을 데리러 갔어야 했다”며 悟悅(오열)했다.
뉴욕의 데일리뉴스는 아이폰은 양 씨의 소지품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지난해 가을 돈을 모아 장만한 것이라고 전했다.
데일리 뉴스는 “중학교때 가족과 함께 이민온 양 씨는 성실하게 일하며 장차 일류 요리사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갈 꿈을 갖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 일요일엔 성당에서 한국학교 교사로 봉사를 해 왔다.
브롱스 성 남요한 교회의 남해근 주임신부는 양 씨가 무척 성실한 청년이었다면서 범인이 단지 아이폰만 훔쳐 달아났다는 사실에 茫然自失(망연자실)했다. 남해근 신부는 “요즘 아이폰 강도들이 많다고 들었다. 우리 본당에도 당한 아이들이 여러 있다”고 말했다.
친지들에 따르면 양 씨는 집까지 직행으로 오는 5.5 달러의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전철을 이용할만큼 절약을 했고 어려운 형편에도 부모한테 한번도 아쉬운 얘기를 하지 않는 착한 아들이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뉴욕=임지환특파원 jhlim@newsroh.com
<꼬리뉴스>
“총 쏜후 몸에서 뭔가 빼내 달아나” 목격자 증언
목격자에 따르면 양씨를 살해한 용의자는 회색 후드스웨터 차림으로 232가 역 근처에서 총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목격자는 “폭죽같은 소리에 창밖을 내다 봤더니 용의자가 바닥에 쓰러진 양 씨를 돌려 누인채 몸에서 무엇인가를 빼내 가져갔다”고 증언했다. 용의자는 언덕위에 세워진 은색 미니밴의 조수석에 탄 채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는 귀에 아이폰 이어폰을 꼽고 있었고 지갑도 그대로 있었지만 아이폰만 사라진 상태였다. 양 씨의 장례는 23일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