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인작가들의 ‘개념미술(Conceptual Art)’이 시선을 끌고 있다. 뉴욕의 중견아티스트 6인이 각기 독창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는 그룹전이 맨해튼 텐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16일 오프닝 리셉션의 관객들은 작가들의 개성이 한껏 발휘된 작품들에 매료된 모습이었다. 고수정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지난 6일 개막돼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그룹전의 제목은 ‘내성(Introspection)’이다.
서양화가 조성모 작가를 비롯, 강종숙(도예가) 김정자(믹스미디어) 안형남(조각가) 최병권(사진 믹스미디어), 김봉중(믹스미디어) 길서(사진) 등 6인의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내성’은 자신의 의식구조를 스스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작가들이 스스로 분석한 심리를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가진 내성을 전달하겠다는 것이 이번 그룹전의 취지이다.
조성모 작가는 지난 20년간 펼치지 못했던 그의 꿈을 이번 전시에 선보였다. 캔버스 대신 설치대작을 내세운 그의 작품 ‘자연과 문명의 대화’는 뉴욕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버려진 컴퓨터의 부품을 재조립하여 만든 기념비적인 이 작품은 발전되어 가는 문명 속에 버려질 수 밖에 없는 인간이 창조한 기계와 신이 내린 자연과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있다.
도예가 강종숙 작가는 많은 이민자들의 모험과 도전 정신을 뉴욕을 상징하는 과일 ‘사과’로 표현했다. 검정, 노랑, 흰색 혹은 줄무늬가 있는 보통의 빨강이 아닌 특별한 색을 가진 사과로 다민족을 상징했다.
고수정 큐레이터는 김정자 작가의 작품 ‘소나기(Rain Shower)’를 “동양화로 그린 서양화”라고 표현했다. 순식간에 그려나간 빠른 붓질이 자연 염색과 어울어져 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빠른 붓질은 소나기가 내리치는 순간을 포착한 멈춰진 시간을 표현한다면 또다른 작품 ‘남겨진 시간(The Time Left)’은 우주라는 돌고 도는 시간 안에서 깨달음과 번뇌가 반복된다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안형남 작가의 혼합재료 조형물은 시간과 균형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의 사고를 예술로 시각화 시킨 조형물이며 이는 도교에서 말하는 유와 무와도 일맥상통 한다. 달빛 혹은 새들의 이동처럼 자연에서 얻어지는 소재나 재료들은 작가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
길서 작가의 작품 ‘Apatetist’는 죽은 포유류 동물의 피부와 한지에 나무껍질 등등의 패턴을 얹어 악화된 환경에 의해 돌연변이로 변종 된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최병권 사진작가는 게시판 위에 남겨진 흔적들 즉 찢겨 나간 포스터와 광고종이들 그리고 압정, 테이프와 호치키스에 의해 형성되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사진에 담았다. 많은 정보와 광고 그리고 그것을 붙이는 사람들의 마음, 찢겨나가고 또 새로운 것이 붙여지는 과정에서 남겨진 상처는 우주 안의 모든 생물들이 반복하여 겪고 있음을 은유한다.
김봉중 작가는 오랜 시간 억눌러왔던 작가로써의 열정을 새로운 작품 시리즈로 폭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캔버스 위에 아주 짙고 깊은 검은색은 두려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블랙홀이다. 또한 버려진 프린터의 부속은 억눌린 열정을 복사라도 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외침을 상징한다.
고수정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작가들의 내성과 그들의 작품들이 어떤 개념으로 표현해 주는지를 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29일엔 클로징 파티로 작은 클래식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맨해튼 음대를 졸업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그녀는 현재 텐리 갤러리와 첼시의 엘가윔머 등 3개 갤러리의 큐레이팅을 맡고 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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