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활약하는 한인뮤지컬 배우들이 뉴욕에서 깜짝 갈라쇼를 선사했다.
23일 뉴욕 플러싱 금강산연회장에서 미주최초의 한인 뮤지컬극단 MAT가 특별한 송년잔치를 열었다.
MAT는 2010년 연출가 임홍주 씨가 이끄는 ‘메타 퍼포먼스 그룹’과 송태경 씨의 ‘여디디아’가 통합 창단돼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창작뮤지컬을 전문적으로 올리고 있다.

이날 행사는 그간 MAT를 후원해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마련한 조촐한 이벤트로 기획됐다. 한국현대연극의 개척자이자 극단 ‘가교’의 창설자인 이승규 연출가를 비롯, 김소야 최일훈 등 원로 배우들과 뉴욕중부교회 김재열 목사, 중앙대 뉴욕동문회 류재길 회장, 김진 이사장, 금강산의 유지성 대표 등 평소 도움을 아끼지 않은 하객들이 자리한 가운데 열렸다.


최유진과 김소향 박지은 등 세명의 배우가 화음을 이룬 캐롤송으로 시작된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전 스탭이 참여한 뮤지컬 갈라쇼였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몇몇 장면들을 연출한 갈라쇼의 수준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오페라의 유령’의 명장면들을 릴레이로 선보인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력은 브로드웨이 수준을 넘나드는 것이었다. 무대 세트와 의상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혼신을 다한 배우들의 열창에 하객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MAT의 상임연출가 임홍주 공동대표가 깜짝 등장해 멋진 노래실력을 선보여 더욱 열기를 뜨겁게 했다.

사실 MAT의 간판 배우들은 한국에서도 익히 알려진 스타들이다. ‘웨딩싱어’와 ‘드림걸스’, ‘에비타’ 등 한국서 공연된 뮤지컬 히트작들로 유명한 김소향은 지난 가을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라마운트 씨어터의 ‘미스 사이공’에 출연했다. 김소향의 캐스팅은 한국의 톱배우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진출한 첫 사례로 큰 화제를 모았다.
MAT의 3인 공동대표중 한사람인 최유진은 국립합창단 출신으로 성악가(소프라노) 겸 뮤지컬배우로 맹활약하는 주인공이다. 또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명성을 날린 박지은과 타고난 노래꾼 권주리, 대학로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박영진과 MAT가 발굴한 송근진 최훈민 김동주 강현주 자넷김 윤은진 장지호 등 출중한 연기와 노래실력을 겸비한 엔터테이너들이다.
MAT가 소수계에서 거의 유례를 찾기 힘든 창작뮤지컬 전문극단으로 활동하게 된 것은 임홍주 송태경 공동대표의 우직한 예술가정신이 한 몫을 했다. 중앙대 연극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NYU 대학원에서 연극연출을 전공한 임홍주 대표와 변호사로 활약하며 성서뮤지컬전문극단을 운영하던 송태경 대표가 운명적인 결합을 한 이후 MAT는 창작뮤지컬로 방향설정을 잡았다.
임홍주 대표는 “뉴욕은 세계 최고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만날 수 있는만큼 한인사회의 눈높이도 보통이 아니다. 다소 무거운 주제라도 뮤지컬이라는 당의정을 입히면 충분히 통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임홍주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그 자신이 극본을 쓴 2011년 창단기념작품 ‘자화상’과 올해 두 번째 작품으로 올린 ‘6개월클럽’은 연장공연과 앵콜공연 등 그간 15차례의 공연을 통해 동포사회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배우들의 끈기와 열정이 빚은 기적과도 같은 결실이었다. 신인배우들도 최유진 대표의 보컬트레이닝을 받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결정적인 것은 모든 노래를 작곡한 황민정 음악감독이었다.
추계 예술대학교 작곡과와 NYU대학원 뮤지컬 작곡과를 졸업한 황민정 감독은 뮤지컬 ‘The three Ninjas’, ‘Kira Starcloud’ 와 단막극 당선작 ‘It’s Me’로 인정받은 실력파다. 임홍주 대표가 “황민정 감독이 아니었으면 뮤지컬공연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MAT 뮤지컬의 높은 완성도를 강조했다.
또한 연출부의 김요한(기술담당)을 비롯, 김라미(음악) 조윤주(안무) 등 한 마음으로 헌신한 모든 스탭들에 감사를 표했다.
MAT가 특유의 끈끈한 유대감을 갖는 것은 미주 한인극단 최초로 전속제를 운영하고 있기때문이다. 배우 등 스탭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로 소속감을 높이고 여타 극단에 대한 서포터스 역할도 맡고 있다.
최근 베테랑 이승규 연출가의 복귀로 화제를 모은 극단 검은돌의 창단작품 '을화'에 소속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도 그때문이다. 임홍주 대표의 폭넓은 인맥을 통해 주류무대 진출 또한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MAT의 힘은 숨은 후원자들

MAT의 오늘이 있기까지 무한애정으로 보살펴준 많은 후원자들이 있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박영진 씨는 “우리 배우들을 빛나게 해준 특별한 분들이 있다”며 이로사 정현미 글로리아 박 씨 등 ‘얼굴없는 후원자’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첫 작품 ‘자화상’을 관람하고 큰 감동을 느껴 MAT를 돕기 시작했다. 임홍주 대표는 “공연할 때마다 1천달러씩 조명비용이 든다는 것을 알고 이로사 씨와 지인분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수천달러 상당의 조명기구 세트를 기증해주었다”고 고마워했다.


MAT는 내년 3월 세 번째 창작 뮤지컬 ‘엄마 엄마’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이번에도 극본을 직접 쓴 임홍주 대표는 “어렵고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공연에서 쏟아지는 관객들의 성원과 갈채에 모든 것을 넘길 수 있었다. MAT가 한인사회의 자랑으로 모국 무대에도 서게 될 그날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