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복무시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군이 정신적 피해에 따른 상해수당 등 복지혜택 수혜가 거절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전직 해군 루스 무어 씨는 23일 온라인민권운동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를 통해 미군내에서 가해지는 성폭력과 인권무시(人權無視) 행태를 고발하고 온라인청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무어씨가 폭로한 미국내 성폭력 실태는 심각하다. 그녀 자신 무참한 성폭력의 희생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성폭력 못지않게 피해자에 대한 당국의 무력한 조치가 더 큰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고 비난했다.
무어씨는 “해군복무시 군에 대한 배신감을 처음 느꼈을 때는 상관에게 성폭력을 당했을 때이고 두 번째 배신감은 재향군인관리국(Veterans Administration)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수당지급을 거절했을 때”라고 말했다.
그녀는 “재향군인관리국에 장애수당 신청을 했을때 나는 목격자를 비롯한 증인들을 통해 강간을 당한 사실을 입증해야 했다. 그중엔 전남편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런 고통스러운 절차를 통해 입증했는데도 불구하고 재향군인관리국은 성폭행 사실을 믿기 힘들다며 수당지급을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무어씨는 최근 의회에 출석, “재향군인관리국이 나와같은 수많은 전역자들을 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녀는 ”성폭력으로 나는 수십년간 불안과 우울, 불면증, 두통에 시달렸고 성병에 걸리기도 했으며 아홉 번 유산에 자살 시도, 홈리스 경험까지 했다. 그 고통이 끝나게 된 것은 23년만에 재향군인관리국이 장애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뒤였다“고 말했다.
미군에서는 해마다 1만9천여명이 성폭력의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그러나 피해여군의 수당지급은 신청자 3명당 1명꼴에 불과하다. 반면 다른 장애수당의 지급률은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어씨는 “몇주전 군에서 성폭행범죄에 희생된 랜스 니콜 맥코이 일병이 체인지닷오알지에 온라인청원운동을 했을 때 30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서명한 것을 보고 용기를 얻어 이같은 운동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녀는 “나는 조국을 위한 의무를 다하는 동시에 인간의 권리를 수호하고자 한다. 재향군인관리국의 부당한 처사가 시정될 수 있도록 온라인청원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뉴욕=임지환특파원 jhlim@newsroh.com
<꼬리뉴스>
‘군복무중 성폭력전과자 제대시 과거세탁’ 맥코이 일병 폭로
맥코이 일병이 성폭력 관련 온라인 청원운동을 전개하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7월 9일. 해병대 출신 니콜 맥코이 일병은 군복무중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가 제대할 경우 복무기록표에 기재되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지난 3년간 맥코이 일병은 두차례 성폭행을 당하는 등. 네차례 이상 성범죄의 희생양(犧牲羊)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현역 여군의 절반이 강간 피해를 당하는 등 성범죄가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밝혀 놀라움을 주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군대내 성범죄는 14%만이 보고되고 이중 8%가 군법회의에 회부되고 있다. 게다가 제대시 합법적으로 ‘기록세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군대가 성범죄의 온상(溫床)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성범죄자는 온오프라인 상에 사진을 포함, 인적사항이 공개되며 지역주민들에게 관련 정보가 통보되고 있다. 그러나 군복무시 성범죄 기록이 커뮤니티에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커다란 허점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맥코이 일병의 서명운동은 국방부가 군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성범죄를 군사재판에 회부하고 범죄기록을 전국적인 데이터베이스로 공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