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하반기 특별전 중 최대 화제작이 될 ‘황금의 나라, 신라’ 전에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다.
반가사유상은 국보 83호라는 가치를 넘어 신라 불교 미술의 최고 정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이가 93.5cm에 달해 금동으로 만든 반가사유상 중 가장 클뿐 아니라 균형잡힌 상반신과 섬세하고 입체적인 옷주름 등 빼어난 조형미로 동양 불교 조각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잦은 해외반출에 따른 훼손 가능성을 들어 문화재청이 반가사유상의 반출을 반대했을 때 관계자들은 전전긍긍했다. 반가사유상이 제외된다면 전시회의 간판스타격이 빠지는 셈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뉴욕행 비행기를 타게 된 반가사유상은 뉴욕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1957년 바로 이곳 메트뮤지엄에서 처음 전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김영나 관장은 28일 ‘황금의 나라, 신라’ 프리뷰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반가사유상은 1957년에 미국 8개 도시를 순회하는 ‘한국 국보전’을 개최했을 때 이곳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전시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실로 56년의 세월을 지나 뉴욕의 관람객들은 단정한 입매에 자비로운 미소를 품고 있는 반가사유상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날 프리뷰 행사에서 만난 에드워드 멀로니 씨는 “이번 전시회는 보통의 미국인들에게 신라 미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강렬한 인상을 주게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반가사유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메트뮤지엄이 이처럼 대단한 신라의 보물들을 대거 공수할 수 있었던 것은 15년에 걸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라라는 단일 주제로 전시회를 해보자는 계획이 본격적으로 무르익은 것은 5년전이었다.
이번 특별전을 위해 토마스 캠벨 관장이 두 번이나 경주를 찾았고 이소영 큐레이터와 드니스 라이디 등 두명의 큐레이터가 국립중앙박물관과 경주국립박물관과 긴밀히 공조했고 마이클 랩턴(전시디자이너) 카모미 솔리덤, 노리에 모리모토, 수 커치(이상 그래픽), 리차드 릭테, 클린트 콜러(이상 조명디자인) 등 메트뮤지엄의 최고 전문가들이 공을 들였다.
반가사유상은 프리뷰에 앞서 메트뮤지엄이 특별제작한 홍보물에 신라전의 대표 유물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박물관 앞 맨해튼 5애버뉴는 물론, 80가부터 85가 사이의 가로등에 걸린 수십개의 홍보 배너들에도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메트뮤지엄은 웅장한 유럽양식의 정문에 ‘Shilla Korea's Golden Kingdom’ 이라는 대형 배너를 현판처럼 걸어 놓아 마치 메트뮤지엄이 ‘신라 뮤지엄’이 된듯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신라 특별전엔 반가사유상외에도 131점의 귀중한 문화재들이 전시되고 있다. 제1전시실 중앙에 있는 국보191호 황남대총 금관과 금제허리띠도 관람객들의 이목을 끄는 유물들이다.
5세기 무렵의 이 금관은 신라시대 유행한 나뭇가지 형태로 정교하게 만들어졌으며 현존하는 금관중 가장 오래된 것이면서 가장 보존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주 부부총 금귀걸이(국보 90호)와 경주 노서동 금목걸이(국보 456호), 경주 계림로 황금 보검(국보 635호) 등은 눈이 부실만큼 화려한 양식으로 보는 이들의 감탄사를 불러 일으키게 한다.
이밖에 예복과 휘장 등 왕권의 상징물들과 귀족들의 부장품, 금제여래좌상 등 불교 유물들은 물론, 상감세공황금칼집과 은제무늬접시 등 신라가 실크로드를 통해 외래문화와 교류했음을 증명하는 유물들도 관심을 끈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유물들은 국보와 보물로 지정됐든 아니든, 모두가 너무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기왕에 세계 최고의 뮤지엄에서 특별전을 하는만큼 신라유물의 정수를 보여주자고 힘을 모았다”고 털어놓았다.
뉴욕=민지영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메트뮤지엄 3D 영상물도 준비
메트뮤지엄은 전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황남대총 및 석굴암의 구조와 축조과정을 입체적으로 재현한 3D영상물을 비롯, 삼성의 협조를 받아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기술을 통해 귀걸이의 세부까지 자세히 감상할 수 있고 금제장신구의 제작기술을 시연한 영상물도 준비했다.
또한 전시와 관련해 기존의 오디오 투어는 물론, 강연과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할 예정이다. 11월 17일 ‘선데이 메트뮤지엄’에선 강연과 함께 금 공예기술을 직접 시연하는 행사를 비롯, 12월 4일 ‘갤러리 컨버세이션’에선 유라시아의 유목문화와 신라고분에서 발견된 장신구에 대해 큐레이터와 고고학자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내년 1월 26일엔 한국고대미술의 세계를 보다 다채롭게 체험할 수 있는 가족 투어 및 실습 행사를 갖고 2월 8일엔 ‘음력설 페스티벌’ 관련 행사가, 2월 12일엔 그레이니 레이니 로저스 강당에서 ‘스파크:신라부터 K팝까지’라는 행사가 각각 진행된다. 이밖에 전시해설을 비롯해 고분문화와 아시아 전역에 걸친 불교 전파에 대한 해설이 총 6회에 걸쳐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