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강간해도 제대하면 전과세탁?'
미 여군 사병이 군 내부의 성폭행 문제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나섰다. 해병대 출신 니콜 맥코이(Nicole McCoy) 일병은 9일 군복무중 성폭행 당한 사실을 털어놓고 성폭행 전과자자가 제대할 경우 가해자의 복무기록표에 기재되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지난 3년간 맥코이 일병은 두차례 성폭행을 당하는 등. 네차례 이상 성범죄의 희생양(犧牲羊)이 된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현역 여군의 절반이 강간 피해를 당하는 등 성범죄가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성범죄기록이 ‘제대 기록표(Discharge Report)’에 기재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에서 성범죄자는 온오프라인 상에 사진을 포함, 인적사항이 공개되며 지역주민들에게 관련 정보가 통보되고 있다. 그러나 군복무시 성범죄 기록이 커뮤니티에 제공되지 않음으로써 정보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군대내 성범죄는 14%만이 보고되고 이중 8%가 군법회의에 회부되고 있다. 그나마 제대시 합법적으로 ‘기록세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군대가 성범죄의 온상(溫床)이 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맥코이 일병은 “아프간에서 복무하던 중 처음 성범죄를 당했다. 고민끝에 정식 보고했지만 사람을 힘들게 하는 질문만 퍼붓고 아무도 귀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면서 “결국 성폭행범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는 대신, 나 자신만 놀림감이 됐다”고 분노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침묵을 지키지 않겠다”면서 온라인민권운동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알지(www.change.org)를 통한 서명청원운동을 시작했다.
서명운동은 국방부가 군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성범죄를 군사재판에 회부하고 범죄기록을 전국적인 데이터베이스로 공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맥코이 일병은 “성범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지도 않고, 재판에 회부되도 기록으로 남지 않는 것은 너무나 부당하다”고 네티즌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서명청원 사이트>
http://www.change.org/petitions/secretary-of-defense-create-a-central-national-registry-for-military-sex-offenders?alert_id=EBAuTgeNfw_cIxKPCARIX&utm_campaign=7398&utm_medium=email&utm_source=action_alert
<꼬리뉴스>
“성폭행 피해 보고했지만 놀림감만 돼”
니콜 맥코이 일병은 “나는 국가를 위해 신성한 사명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군인이 되었다. 처음 복무한 곳은 아프가니스탄이었고 그곳에서 처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다음은 그녀의 호소문.
“군대안에서 성범죄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내가 범죄의 희생양이 되고나서 모두에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성폭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교육받은 적도 없고 이를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고민 끝에 이를 정식 보고했지만 너무나 복잡한 질문들이 강요됐고 심지어 보고를 포기하라는 종용(慫慂)까지 받았다. 결국 나는 정의를 세우는대신 놀림감만 되고 말았다.
나는 현행군법이 성범죄자들을 등록하거나 제대기록표에 범죄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때문에 성범죄자들은 군제대시 전과가 삭제되며 군복무에 따른 각종 혜택을 받고 직업과 거주지 선택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만일 사회에서 어느 기업이 군제대자를 고용할 경우 그가 파렴치한 성범죄 전과자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제대자들은 우리 조국을 위해 싸운 명예로운 이들이다. 그러나 일부는 강간 등 심각한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이다. 군대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이같은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현재 군에서는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비밀이 보호될 확률이 86.5%이고 군법회의에 회부되지 않을 가능성은 92%에 달한다. (이는 성범죄를 부추기는 요인이 아닌가.)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자유롭게 활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제 우리가 싸워야 할 때이다.
국방부가 군 성범죄자들을 기소하고 전국전산망에 기록을 관리하고 이 정보들을 제대시 기재되도록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