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심이 시들해진 사이 다시 요코이야기를 채택하는 미국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의 한반도 강점시기 일본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둔갑(遁甲)시킨 일명 ‘요코이야기’가 미국의 초중학교에서 교재로 다시 채택되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뉴잉글랜드한국학교의 남 일 교장은 3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보스턴을 비롯한 매사추세츠 지역의 많은 학교들이 퇴출(退出)시켰던 요코이야기를 읽기 교재로 다시 채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1일 뉴잉글랜드한국학교에서 ‘요코이야기 퇴출운동’으로 잘 알려진 아그네스 안 박사와 쉴라 정 씨를 초청하는 학부모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뉴잉글랜드한국학교가 위치한 매사추세츠 뉴튼엔 눈이 오는 날이었지만 2백여 명의 학부모가 참석하는 열기를 보였다.
요코이야기는 원제목이 ‘So Far from the Bamboo Grove’로 일본계 미국인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가 1986년 출간한 자전적 소설이다.

일본인 소녀와 가족들이 일제패망후 한반도를 떠나는 과정을 그리면서 조선인들이 일본 부녀자들에게 강간과 폭력을 일삼았다는 등 일본인을 피해자, 한국인을 가해자로 묘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열한살 소녀의 눈높이로 쓰여진 이 책은 드라마틱한 요소도 갖춰 미국의 많은 학교에서 영어 읽기 교재로 앞다퉈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가 촉발된 계기는 보스턴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는 아그네스 안 박사가 2006년 어느날 학교를 다녀온 아들이 울면서 “왜 한국인은 일본인에게 그렇게 나쁜 짓을 많이 했나요?”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깜짝 놀란 안박사는 ‘요코이야기’를 읽어보고 이 책이 너무나 많은 허구와 거짓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문제에 공감하던 학부모 쉴라 장씨와 함께 요코이야기의 문제점을 알리기로 뜻을 모았다.

비슷한 시기 뉴욕에선 학교에서 ‘요코이야기’를 배우는 것에 항의하며 수업을 거부한 허보은양이 큰 화제를 모았고 허양의 어머니 수산나 박씨도 안박사 등과 연락이 닿아 이들은 뜻있는 이들을 규합해 ‘바른 아시아역사 교육을 위한 부모회(Parents For an Accurate Asian History Education)’를 결성했다.
아그네스 안 박사는 소설속에 묘사된 내용들과 역사적 사실들을 비교하는 자료들을 하버드대 도서관 등에서 찾았고 심지어 일본 중국에까지 다녀오는 등 요코이야기의 퇴출전사로 나섰다.
미국서 태어난 3세로 한국말을 거의 못했지만 안박사는 삼일운동때 유관순 열사와 함께 만세운동을 펼치고 투옥된 독립운동가 오정화 선생의 손녀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뉴잉글랜드한국학교에서의 강연회를 시작으로, 인근 학교 관계자와 주류 언론을 상대로 요코이야기의 문제점을 알리면서 교재 채택을 취소하는 학교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뉴잉글랜드한국학교의 남 일 교장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국가 일본이 원자탄을 맞은 일만 강조하며 피해자인양 말하는데, 요코이야기는 허구를 사실처럼 묘사해 가해자 일본인을 피해자로 둔갑시켰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모르는 미국의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요코이야기를 통해 가해자 일본인을 동정하고 피해자 한국인을 나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미국학교에 다니는 우리 2세, 3세들도 모국을 부끄럽게 여기고 아이들의 놀림꺼리가 되는 기막힌 일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코이야기의 저자 요코 왓킨스(83)는 매사추세츠에 거주하며 수많은 학교들을 돌며 초청 강연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읽기 교재의 저자가 직접 학교에서 강연을 하는만큼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들은 요코이야기를 사실로 믿고 ‘친일반한’의 이미지를 갖는다는 것이다.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각급 학교에 요코이야기를 무상 지원하고 특히 요코이야기가 문제가 된 이후로는 이를 다시 채택하도록 로비도 전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요코이야기는 서울의 외국인학교 등 미국이외의 지역에서도 영어교재로 쓰이고 있으며 2007년엔 한 국내출판사가 번역출간하는 어이없는 일도 발생했다. 중국의 경우 자국을 묘사한 내용이 아님에도 ‘요코이야기’를 금지도서로 분류하고 있다.

한편 1일 강연회에 참석한 웰슬리 공립학교의 케이트 콘핸(Kate Connghan) 교사는 “웰슬리 공립학교가 지난 15년 동안 요꼬 이야기를 6학년 읽기 교재로 채택했었지만 지난 해부터 추천교재에서 완전히 제외시켰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남 일 교장은 “아그네스 안박사를 비롯한 뜻있는 분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소수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국은 물론, 전체 한인사회가 영어교재의 내용에 관심을 갖고 요코이야기의 완전 퇴출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요코이야기는 저질역사 픽션”
아그네스 안 박사와 함께 요코이야기 퇴출운동에 앞장선 쉴라 장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의 경우 요코이야기 퇴출에 성공했지만 이 책을 처음 교재로 채택한 매사추세츠는 저자가 강연회도 나가고 이 책을 가르치는 학교와 교사들의 열의도 상당히 높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이 책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이유는 살인과 강간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건들을 열한살 여자어린이의 시각에서 바라본 극적인 장치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장 씨는 “아이들이 문장도 매끄럽지 않은 이 저질 역사 픽션을 좋아하는 것은 마치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심리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학교에서 한인 학생들이 이 책으로 공부하기를 거부하면 교사는 다른 책을 읽으라면서 ‘네가 읽는 책은 픽션이고 다른 아이들이 공부하는 책은 트루 스토리(진짜 있었던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미국인 교사들의 역사 인식 수준을 개탄했다.
장씨와 안박사는 요코이야기의 허구(虛構)를 입증하기 위해 대학도서관은 물론, 미국 국립문서보관서에 있는 문서를 뒤져가며 잘못된 부분을 페이지별로 정리했다.
가령 미국 공군이 폭격해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미국 폭격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미국 정부 보고서를 제시했고 일본인들이 해방된 조선을 떠나갈 때 하루 100명씩만 배를 탈 수 있었다는 내용은 노스웨스턴대학 박사 논문을 찾아 하루 1만 명씩 태워 보낸 기록을 찾아 허위임을 입증했다.
또 배를 기다리던 일본인이 북한의 인민군에게 강간당했다는 내용 또한 당시에는 인민군이 남쪽에 내려와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통해 날조(捏造)임을 인식시켜야 했다.
이들은 매사추세츠 주립대 대학원 김민정 교수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요코이야기가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의견서를 냈고 결국 매사추세츠주 교육부가 새 교육과정 도입과 함께 교재목록을 바꾸는 등의 성과를 일궜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부가 목록에서 요코이야기를 제외해도 일선 학교에서는 이 책을 계속 교재로 활용해도 강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김민정 교수는 “이 책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과 함께 미국인 교사들에게 한국을 정확히 알리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은 해마다 자국에 미국인 교사들을 초청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의 현직 교사들을 초청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