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찍어야 하나?”
본국의 선거열기가 아니다. 뉴욕한인들이 올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례없는 고심(苦心)을 하게 됐다. 미국의 선거는 오는 9월 예비선거에 이어 11월 중간선거로 이어진다. 민주당의 텃밭인 뉴욕의 경우 정당의 공식후보를 결정하는 예비선거가 사실상 본선거다.
그중에서도 뉴욕주 상하원 선거는 한인들에게 큰 관심사다. 한인정치인과 친한파정치인, 혹은 친한파정치인간의 맞대결 구도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뉴욕주상원 16선거구에 출마한 정승진 후보는 이 지역에서 7선을 한 토비 스타비스키 현 의원과 맞대결하고 11선거구엔 현역 토니 아벨라 의원과 존 리우 전 뉴욕시감사원장이 격돌한다.
문제는 정승진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세 타민족 후보가 친한파 정치인들이라는 사실이다. 한인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플러싱과 베이사이드 일대를 지역구로 하는 이들 의원들은 십수년간 한인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構築)하고 있었다.
올해 76세의 토비 스타비스키 의원은 1964년 의정생활을 시작한 남편 레오나드 스타비스키가 사망한 이후 지역구를 물려받아 15년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최근 동해병기법안을 발의하는 등 한인사회와는 각별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17일 출정식에 뉴욕주의 유일한 선출직 정치인인 김태석(론 김) 의원을 비롯, 일부 한인사회 단체장들이 참석하는 등 힘을 실어준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지역의 한인들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숙원인 한인정치인을 한명이라도 더 탄생시키기 위해선 당연히 정승진 후보를 밀어야 하지만 오랜 기간 스타비스키 의원과 오랫동안 돈독(敦篤)한 정을 쌓은 한인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력과 유권자비율을 볼 때 스타비스키 의원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소수계인권단체인 민권센터 회장이자 행동하는 시민운동가로 잘 알려진 정승진 후보는 뉴욕주 선거자금법 개혁, 부정부패 척결, 이민자 및 중산층 지원 정책 등 쇄신과 복지을 앞세워 유권자들을 파고 들고 있다.
한인후보는 없지만 토니 아벨라 후보와 존 리우 후보가 진검승부를 벌이게 될 11선거구도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다. 백인인 아벨라 의원은 한인보다 더 한인사회 이슈에 앞장서는 정치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미국의 정치인중 가장 먼저 동해표기법안을 발의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것도 일본해와 병기가 아니라 동해 단독표기를 주장해 왔다. 특히 뉴욕한인학부모협회(공동회장 최윤희 라정미)와 긴밀한 공조속에 수많은 한인사회 현안들을 해결하는데 앞장섰다. 지난해 초엔 뉴욕주가 위안부기림비 결의안 채택에 공헌했고 올해 발의된 ‘동해법안’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상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23일엔 ‘뉴욕주 5월 한인 가정의 달 지정 선포문’을 전달하는 행사를 가져 눈길을 끌었다. 아벨라 의원은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한인사회의 뜻깊은 날들이 많다. 뉴욕주 상원은 각 기념일들의 의미를 되새기고 축하하는 뜻에서 5월을 한인가정의달로 선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행사장엔 최윤희 뉴욕한인학부모협회 공동회장과 윤정숙 뉴욕가정상담소장, 임형빈 뉴욕한인노인유권자연합회장, 최영배 미동부해병대전우회장 등 한인 10여명이 참석, 감사와 지지의 뜻을 피력했다.
이에 맞서는 중국계 존 리우 후보는 한인정치인이 없던 시절 한인사회를 일정 부분 대변해온 주인공이다. 특히 블룸버그 시장 시절 뉴욕시 넘버2인 감사원장에 당선됐고 지난해 뉴욕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거물급 정치인인 그가 주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된 것은 아벨라 의원이 민주당 내에서 공화당 성향의 독립민주컨퍼런스로 옮겼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원에 교두보를 구축하고 뉴욕시장 선거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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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후보의 선거캠프 출정식이 열린 22일엔 그의 정치적 후계자이기도 한 김태석 뉴욕주하원의원과 에드워드 브라운스타인 뉴욕주하원의원, 폴 밸론 뉴욕시의원 친한파 정치인들은 물론, 한인지지자들도 참석해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플러싱에 거주하는 박광현씨는 “뉴욕에 살면서 올해같이 투표하기 어려운 선거는 없었다. 이 사람을 찍자니 저 사람이 걸리고, 저 사람을 밀자니 이 사람이 밟히고, 솔직히 난감하다”고 말했다.
뉴욕=민병옥특파원 newsro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