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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평훈감독 김기화무용가 화촉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4-02-20 (목) 13:04:25

 

 

 



 


뉴미디어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진 백평훈(35) 감독과 김기화(28) 무용가가 화촉(樺燭)을 밝힌다.


 


백평훈 감독은 영화와 뉴미디어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김기화 무용가는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아우르는 공연으로 뉴욕에서 주목받는 신진예술가이다. 콜래버레이션 협업을 통해 연인관계였던 두 사람이 마침내 22일 경남 김해 목화예식장에서 부부의 연(緣)을 맺게 됐다.



결혼에 앞서 두 사람은 함께 만든 두 개의 작품이 최근 열린 국제비디오 아트페스티벌(www.fivafestival.com.ar)에 선정되는 겹경사를 안았다. 2013년 작품 ‘디스커넥티드(Disconnected)’와 2011년 많은 화제를 모았던 ‘아리랑 블루스(Arirang Blues)’가 한꺼번에 상영 되는 기쁨을 안은 것.


 


 


‘아리랑 블루스’가 이민자의 애환을 담았다면 ‘디스커넥티드’는 소통에 무게를 실은 작품이다. 두 사람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전통과 현대가, 아버지 세대와 젊은 세대가, 사람과 사람사이에 멀어져만 가는 소통의 거리를 우리 사회가 인식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두 사람의 첫번째 행보”라고 소개했다.



백평훈 감독은 랩퍼가 되기 위해 2001년 미국유학을 왔다. 흑인친구들과 어울리며 어떻게 하면 더 멋지게 랩을 할 수 있을까 신경을 쓰던 어느날 문득 자신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텔레비전과 미디어를 공부하면서 브루클린 칼리지와 대학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대학원 시절, 아시안아메리칸 국제필름페스티벌과 디지털필름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실험영화상을 거머쥐며 영화감독으로서 탁월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졸업후 실험영화와 댄스영화들에 천착(穿鑿)한 그는 뉴욕서 열린 한국독립영화제에서도 ‘바운더리(Boundary)’로 주목받은데 이어 ‘아리랑 블루스’가 ‘댄스 컨버세이션 2011’에 선정되며 많은 찬사를 받았다.



두명의 한인아티스트가 주인공인 ‘아리랑 블루스’는 현대적 음악, 네온사인 불빛에 의존한 밤거리의 댄서들에 비례하는 한국의 음악, 아이들의 소리, 특히 구음(口音)으로 들려주는 가슴 찡한 아리랑이 과거의 향수와 현대의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댄스 필름 ‘Fear, 1min.’는 한국의 B-Boy 그룹 ‘Divinity in Motion’이 출연,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이유없는 불안감을 춤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작품의 실험성도 돋보였지만 한국의 전통 문화예술을 소재로 삼은 것이 외국 관객과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Tree, 3min.’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트리에날레 디자인 뮤지엄에서 상영되는 등 그의 지명도는 유럽까지 이어지고 있다.

 

 



 


백 감독의 반려(伴侶)인 김기화 씨가 무용을 시작한 것은 열두살때였다. 부산예고를 졸업하고 한양대 무용과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2009년 뉴욕에 왔다. 본래 예술경영을 공부할 생각이었지만 공연문화가 활발한 뉴욕에서 타고난 재능을 숨겨둘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현대무용에도 관심을 가졌던 그녀는 “현대무용을 통해 오히려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한국전통무용의 진짜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사랑에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크고 작은 공연을 하던 와중에도 무용을 하면서 공부를 하기위해 NYU 대학원(Dance Education Program)에서 무용교육을 전공했다.


 


 


백평훈 감독을 만난 것은 한인무용단 나루(NARU)에서 활동하던 무렵이었다. 백 감독이 댄스필름을 만들기 위해 나루단원들과 함께 작업을 한 것이다. 김기화 씨는 “그때 처음으로 댄스필름을 알게 되면서 무용에 대해 더욱 심도있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댄스필름은 그녀의 무용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 그녀는 “백감독이 무용의 테크닉 그 이상의 것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댄스필름을 통해 무용의 질이 많이 변화 되었다”고 말했다.


 



 

 


“제가 사실 처음에 함께 작업할때 이것저것 많이 따졌어요. 장소며, 날씨며, 춤도 준비된 춤만 추고, 즉흥을 하긴해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백감독님의 이런 말이 가슴에 와 닿더라구요.”



“랩퍼는 어느 상황에서든 랩을 해야되면 바로 나와야 진짜 랩퍼야. 무용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한테 춤 춰보세요 했을 때 자신만의 춤을 바로 출 수 있어야 진짜 무용가 아니야?”

 

 




그때부터 두 사람은 공동의 작업에 나섰다. 2011년 ‘댄스 메이드 투 오더(Dances Made To Order)’ 에서 처음 선보인 ‘더 우먼(The Woman)’은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힘을 합친 첫 작품이다.

 

 




작은 모니터와 헤드셋, 그 앞에 걸린 짚신. 모니터에선 한 여인(김기화)의 신비로운 춤사위가 펼쳐진다. 관람객이 다가가 헤드셋을 쓰면 이내 영상과 소리에 고요히 빠져든다. 역사속의 한국 여성을 비롯한, 사회 속에서 약자(弱者)였던 여성의 삶을 표현 한 더 우먼은 여성의 사회적 과도기를 절제된 영상으로 함축(含蓄)하고 있다.

 

 






2012년 백평훈 감독의 전시회 ‘바디로그(Body-logue)’에서 상영된 단편영화 ‘일곱개 과일(Seven Fruits)’ 주역은 김기화 무용가였지만 전시회 큐레이터의 역할 또한 그녀 자신이었다.


 


 


지난해 7월 ‘더 우먼’은 소호 갤러리의 그룹전 ‘위민 인 차지(Women In Charge)’의 메인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같은 달 첼시의 쿠하우스 갤러리에 소개된 디지털 아트 ‘허트(Hurt)’는 김기화 씨가 뉴욕대 대학원 수잔 코프 교수와 함께 공동 안무한 ‘브로큰 윙(Broken Wing)’을 담은 것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결혼식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두 사람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경복궁이었다. “그 동안 변화 했을 한국의 예술 문화도 많이 찾아보고 싶었지만, 이제는 예술문화도 급변(急變)하고 문화의 흐름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작품에 많이 투영하기 때문에 ‘진짜 우리 것’을 다시한번 더 마음에 담고자 경복궁을 찾았다. 그 곳에서 우리 전통의 미를 어떻게 우리의 공동작품으로 잘 풀어낼 수 있을까? 하고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두 사람의 무대가 미국인만큼, 고유의 정체성을 갖고 예술에 호소하고 싶다는 것이다. 김기화 씨는 “요즘은 춤의 장르가 많이 무너지고 다양하고 자유로운 형태의 춤들이 많이 공연되고 있다”면서 “독일의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쉬처럼, 제 춤을 보면 ‘아, 김기화 춤이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는 전통을 존중하되 나만의 색깔을 더 굳혀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 때는 상업예술도 아닌 순수예술을 하는 것에 힘들어하고, 유명해지고 높이 올라가고 싶다는 욕심이 든 적도 있다. 그러나 이제 두사람의 인생관은 확고하다.



“높이 올라가기보다는 낮은 자세로 서로 격려하고 또 주변을 격려하는 예술가들이 되기로 했습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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