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추락사고로 ‘공포의 지하철’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뉴욕지하철이 승객들의 안전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가운데 잘못된 한글 서비스가 실소(失笑)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26일 미주한국불교문화원(원장 김정광)에 따르면 뉴욕지하철과 버스 내부에 부착된 승강장 안전수칙은 영어와 함께 한국어, 스페인어 등의 번역문이 함께 게재돼 있다.
뉴욕 메트로교통국(MTA)이 제공하는 이 정보는 승강장 안전선을 넘는 경우, 위험에 처한 승객을 발견했을 경우, 물건을 승강장 아래 떨어뜨렸을 경우 등 안전사고와 관련된 사례들을 적시하며 취해야 할 행동 및 조치를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전동차 충돌사고 횟수와 사망자 숫자를 통해 경각심도 주고 있다.

문제는 한글 번역문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뉴욕에 체류중인 혜문스님(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은 “지하철을 이용하던중 한글 안내문이 있어서 반갑게 읽었는데 너무 오류(誤謬)가 많아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미주한국불교문화원의 한국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혜문스님은 “미국 최대의 도시이자 세계 문화의 중심인 뉴욕에 한글 안내정보가 제공된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지만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한국어는 한인사회와 대한민국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적 사항은 모두 10가지. 띄어쓰기 오류가 3개, 맞춤법이 틀리거나 어색한 표현이 5개, 잘못된 표현 2개 등이다. 가령 ‘위험에 처한 누군가를 보셨나요?’ 는 ‘누가 위험에 처한 것을 보셨나요?’로, ‘고객’은 ‘승객’으로, ‘기차에 부딪혔습니다.’는 ‘전동차에 부딪쳤습니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55명이 사망했습니다.’라는 빨간색 문구아래 ‘2012년 예상사망자수’라고 쓴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이같은 문제는 영문을 한글에 서툰 사람들이 번역하고 제대로 감수를 받지 않았기때문으로 보인다.
이 문제와 관련, 시정 요청 서한을 뉴욕시에 발송한 미주한국불교문화원의 김정광 원장은 “사소한 실수로 좋은 취지가 흐려진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승객들의 안전과 관련있는 문제인만큼 올바르고 정확한 표기로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뉴욕시교통국 홈페이지 한글번역서비스 엉터리

문제의 승강장 안전수칙은 뉴욕시교통국의 홈페이지에도 그림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그나마 지하철 전동차 안내문은 홈페이지 정보를 구글번역기로 돌리는 것에 비하면 나은 수준이다.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되는 번역기를 이용하면 ‘위험에 처한 사람을 참조하십시오?’ ‘1백41명은 2012년 철도에 의해 공격되었다’로 나온다.

승강장 안전수칙의 슬로건 ‘Stand Back. Be Smart. Be Safe(뒤에 서계세요. 현명하게. 안전하게.)’ 역시 ‘뒤로 물러서. 스마트합니다. 안전합니다.’로 나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유학생 김진홍씨는 “뉴욕에 처음 왔을때 지하철 무인발급기의 한글서비스에 ‘다시 채워 넣음’이라고 나와 어리둥절했는데 알고보니 ‘카드 충전’이었다 일상용어가 아니어서 영어가 차라리 쉽더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