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당 작품은 80년대만 해도 도서관에서도 아주 좋은 위치에 걸려 있었어요.”
미국의 명문 컬럼비아대 도서관에서 훼손(毁損)된채 발견된 이당 김은호화백의 미인도와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 화백의 수묵산수화에 대해 이해경 여사(82)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최근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인 혜문스님을 통해 두 작품이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방치(放置)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후 이 여사는 18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몇가지 새로운 사실을 전했다.
고종황제의 손녀로 잘 알려진 이해경 여사는 한국인으로는 처음 컬럼비아대 도서관 한국사서로 일했다. 비운의 황태자 의친왕의 다섯 번째 딸로 태어나 왕비인 연안 김씨의 호적에 유일하게 올라 ‘조선의 마지막 공주’로 불리기도 한다.
경기여고와 이대 음대를 졸업하고 1956년 도미, 텍사스 베일러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이여사는 1969년부터 뉴욕 컬럼비아대 동양학 도서관 한국학 사서로 27년을 재직하다, 1996년 정년 퇴직했다.
이여사는 “컬럼비아 대에 있을 때 두 작품이 도서관에 걸려 있었고 특히 이당 작품은 예술작품을 모아놓는 곳에 따로 전시돼 있었다”고 전했다. 처음엔 이여사도 미인도의 작가가 저 유명한 김은호 화백의 작품이라는 것을 몰랐단다.

“우리 화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지만 컬럼비아대학에 우리 화가 작품이 걸려 있을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한국서 온 친구가 도서관에 왔는데 이당 작품이 여기 있네, 하지 않겠어요.”
이여사는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미인도는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한국인 동문이 기증(寄贈)한 것이 아니라 이당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 직접 기증한 것이라고 했다. 이 작품말고도 또다른 미인도를 하버드대에 기증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전했다. 컬럼비아대의 미인도는 두사람이 나오지만 하버드대의 미인도는 세사람을 그렸다고 덧붙였다.
이여사는 “고희동 화백의 작품은 솔직히 그때만해도 가치를 잘 몰라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은 안했다”면서 “하지만 그때만해도 손상된게 전혀 없었는데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 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이당 친일경력 논란,,작품과 달리봐야” 혜문스님
현재 고희동 화백의 산수화는 우상단 두곳이 각각 15cm와 10cm 가량 찢겨져 나간 상태이다. 김은호 화백의 미인도는 작품은 별 문제가 없으나 액자가 손상돼 보수가 시급한 상황이다. 보수에 필요한 비용은 약 8천 달러로 알려졌다.
혜문스님과 함께 컬럼비아대를 방문했던 김정광 미주한국불교문화원장은 “컬럼비아대의 한국학과 씨어도어 휴스 교수가 전화를 걸어와 학교가 작품을 방치한게 아니라며 섭섭해 하더라”며 컬럼비아대가 자극을 받고 학교 차원에서 보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총영사관(총영사 손세주) 또한 조만간 컬럼비아대를 방문, 작품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지원을 할 예정이다. 그러니 일부 네티즌들이 이당의 친일 경력을 내세워 부정적인 언급을 하는 것에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혜문스님은 “작가의 친일경력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까지 매도(罵倒)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논리라면 국립미술관을 포함해 한국의 주요 미술관에 소장된 이당의 많은 작품들을 다 떼어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