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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벚꽃 한라산서 채집’..美문화역사학자 등 주장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4-04-17 (목) 23:37:18
 
 
 


봄이면 흰색과 연분홍의 고운 꽃물결로 세계인들의 이목을 모으는 워싱턴DC의 벚꽃나무들이 제주 한라산에서 채집(採集)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마다 4월에 열리는 워싱턴 포토맥 강변의 벚꽃축제는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꽃페스티발중 하나이다. 워싱턴의 벚꽃축제는 1912년 일본이 ‘미일우호’를 내세워 기증한 3천여그루에서 비롯됐다.


워싱턴의 벚나무들은 원산지가 제주 한라산 왕벚꽃으로 만개(滿開)시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큼 흐드러진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일본은 1930년대까지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다가 해방이후 워싱턴과 제주의 벚나무가 서로 다른 종자라고 입장을 바꿔 일본산을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요시노 벚나무(소메이 요시노)’는 에도히간(Cerasus spachiana forma ascendens) 계통의 벚나무와 오시마자쿠라(Prunus speciosa)의 교배로 탄생한 품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벚나무 자생지가 단 한 곳도 발견된 적이 없다. 반면, 1908년 제주 한라산 일대에 있는 200년 이상된 벚나무 군락지들이 프랑스인 신부에 의해 발견, 보고되었다. 또한 미국 농무성에서 실시한 벚나무 유전자검사에서 제주 왕벚꽃과 워싱턴의 왕벚꽃이 동일한 염기서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특히 교토대의 식물학자 고이즈미 박사는 1932년 제주 한라산 600미터고지에서 일본엔 없는 왕벚꽃나무 자생지를 발견하고 원산지를 제주도로 확정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이유로 이승만 전대통령은 미 정부에 일본산으로 표기된 워싱턴의 벚나무를 한국산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천리포 수목원을 설립한 귀화미국인 칼 훼리스 밀러(한국명 민병갈)는 오늘날 일본 원산으로 알려진 요시노 벚나무가 먼 옛날 한국의 한 모험가가 제주도의 벚나무를 배를 타고 일본에 가져다 심어 퍼뜨린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또한 1700년대 일본의 한 선원이 영주에게 헌상한 기록이 있으며 에도시대의 식목사가 요시노가 그 아름다움에 반해 일본에 본격 보급하기 시작한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 중요한 대목은 워싱턴의 벚나무 묘목들이 제주 한라산에서 채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공식적으로 미국에 기증된 벚나무 묘목들은 도쿄 교외의 이타미시와 효고현 등지에서 채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산 채집설의 근거는 무엇일까. 우선 눈여겨 볼 것은 일본이 미국에 최초 기증한 벚나무 2천본이 도착 직후 소각(燒却)됐다는 사실이다. 1910년 1월6일 시애틀항구에 처음 도착한 묘목들은 식물검역과정에서 병충해에 감염된 것이 확인돼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의 명령으로 전량 소각조치됐다.


그러나 오자키 유키오 도쿄시장 등 일본정치인들은 2차 기증을 추진, 워싱턴에 3020본, 뉴욕에 3천본을 보내기로 하고 총 6020본의 묘목들을 구했다. 미국의 국립공원국(NPS) 정보에 따르면 일본은 1910년 12월 도쿄 외곽 아다치구의 아라카와 강에서 묘목들을 채집했으며 효고현 이타미시에서 생육(生育)했다.


이어 14개월후인 1912년 2월14일 3020본의 묘목이 시애틀에 도착, 곧바로 화물열차에 실려 워싱턴 DC로 운송됐다.


그러나 단기간에 6천그루가 넘는 벚나무들을 모아 미국에 보낼 수 있는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특히 1910년 1차 선적했던 벚나무가 병충해에 감염돼 소각했던만큼 미국 정부는 ‘일본산’ 벚나무의 안전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을 것이기때문이다.


허위날조로 가득한 일본고대사를 폭로한 것으로 잘 알려진 동양미술사학자 존 카터 코벨(1910~1996) 박사와 왕벚나무 표본을 최초 채취한 프랑스인 에밀 타케(1873~1952) 신부의 연구활동에서도 제주채집설의 가능성은 제기된다.


코벨 박사는 생전에 발표한 글에서 “일본의 도쿄시장이 1910년 아라가와 강변의 벚나무를 워싱턴에 선물했지만 벌레가 먹어서 다 죽었다. 일본은 새 품종 벚나무를 다시 선물했는데 이때의 벚나무는 제주도에서 채집한 것으로, 미국풍토에서 강하게 살아남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제주출신의 재미언론인 문기성 씨는 “묘목을 채집해 포장, 검사, 재포장, 운송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2배 이상 모으는 것이 기본이다. 즉 6천본의 벚나무를 선적하기 위해 1만2천본 이상의 묘목을 수집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충해에 감염 안된 한라산 청정지역의 왕벚나무 자생지에서 묘목들을 대량 채집해 도쿄에서 임시보관한 후 미국에 운송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기성 씨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워싱턴의 벚꽃나무 원산지가 제주 한라산이라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이것들이 제주에서 채집한 묘목이라는 것은 우리 민족의 기구한 근대사와 닮아 있다. 이같은 내용을 전파해 포토맥 강변을 일본이 자행한 식물수탈(植物收奪)의 애달픈 역사를 간직한 현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워싱턴 벚나무 한국벚나무로 바로 잡혀야” 존 카터 코벨박사 기고문


다음은 존 코벨 박사가 1986년 코리아헤럴드에 기고한 ‘한국문화탐구’의 한 대목이다.


“워싱턴 디시 제퍼슨 기념관 호수연못의 ‘일본 벚나무’로 알려진 벚나무는 한국의 제주도에서 건너온 한국 벚나무로 바로잡혀야 한다. 1990년 윌리엄 모로우 출판사에서 나온 칼 안토니의 책에는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 부인 넬리 태프트가 이 나무를 수입해오던 당시의 정황이 잘 묘사돼 있다...점령군 손에 나무 정신대처럼 타국으로 떠나버린, 자기 주장을 못하고 있는 한국인의 잃어버린 이름이 이 벚나무다. 벚나무는 자신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한마디도 밝히지 못한 채 침묵 속에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서있을 뿐이다. 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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