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대 0. 어느 한 사람 주저하는 이가 없었다. 21일 뉴저지의 주도(州都) 트렌튼의 의사당. 이날 하원 전체회의에서 또 하나의 역사적인 결의안이 통과됐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쟁범죄인 ‘위안부 결의안(ACR159)’이 출석의원 75명 전원,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이다. 방청석에서는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찬 대표를 비롯, 이에스더 이사장, 한누리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와 글로리아 오 잉글우드클립스 시의원, 포트리한인회 박정우 이사장 등 한인들이 감격스런 표정으로 표결과정을 지켜봤다.

미국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주정부 단위 이상으로는 2007년 연방하원, 2009년 캘리포니아주 하원, 지난 2월 뉴욕주 상원에 이어 네 번째이지만 결의안 내용은 어느 것보다 강력하다.
결의안은 ‘위안부'(comfort women)’라는 용어부터 사실상 수정되야 함을 강조했다. 현재의 위안부 용어는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한 성노예(sex slave)’를 지칭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과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호주, 네덜란드 등에 걸쳐 20만명이상의 여성과 소녀들이 군국주의 일본정부와 군대가 위임한 사설기관에 의해 군위안소에 동원됐다며 광범위한 국제범죄임을 시사(示唆)했다.
특히 “일부 피해여성들은 인신매매로 팔려왔고 일부는 중간상에 의해 직업이나 돈을 벌게 해준다고 속여서 데려왔다”고 명기함으로써 과거 신문광고와 함께 위안부를 자발적인 창녀라고 매도하는 일본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공박(攻駁)했다.
이어 “이들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것은 전후 일본정부가 관련 자료를 폐기했기때문이지만 역사가들은 약 20여만명의 어린 여성들이 일본군대가 주둔한 각 지역의 매음굴로 끌려왔다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결의안은 “이 여성들의 약 4분의3은 현지의 잔혹한 환경에서 사망했고 나머지 여성들도 성폭행에 따른 감염과 후유증으로 고통받으면서 적절한 치료없이 죽어갔다”며 “일본 정부가 위안부여성들에 대한 성노예강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인식하고 미래세대에 그들의 전쟁범죄를 교육해야 한다”고 준엄하게 질타(叱咤)했다.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찬 대표는 “당초 결의안에서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문구가 빠졌다는 것은 오해다. 이번 결의안은 일본의 공식인정과 사과를 촉구한 2007년 연방결의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명문화했기 때문에 오히려 종전 결의안의 규모과 강도를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누리 프로그램디렉터는 “3월은 뉴저지가 지정한 여성역사의 달이다. 위안부라는 여성의 인권이슈가 결의안으로 통과된 것을 뉴저지 의원들이 특히 의미있게 평가했다”면서 “여성권익옹호활동을 한 버겐카운티의 한인학생의 시상식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한편 코니 와그너 의원과 함께 결의안을 공동발의한 주인공인 고든 존슨 의원은 “ACR 159 법안은 일제 치하에서 억류되고 청춘을 유린당했던 수많은 여성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항상 기억하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원을 통과한 결의안은 상원으로 올라갈 것이다. 와인버그 상원의원의 주도아래 표결이 올해안에 통과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오늘 나는 탄압과 고통을 준 일본에게는 역사를 바꿀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심판의 날이 올 것이고 우리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발언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뉴욕=민병옥특파원 bomin@newsroh.com
<꼬리뉴스>
뉴저지, 작지만 강한 주
뉴저지 주는 미국에서 네 번째로 면적이 작고,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주이다. 주의 이름은 영국 해협의 저지 섬에서 따왔다. 북쪽으로 뉴욕 주, 동쪽으로 대서양, 남쪽으로 델라웨어 주, 서쪽으로 펜실베이니아 주와 접한다. 뉴욕시와는 북부뉴저지가 허드슨강 서쪽으로 이웃하고 있다.
1524년 이탈리아의 항해가 지오반니 다 베라자노가 뉴저지 해안을 탐험했고, 1609년에는 영국의 항해가 헨리 허드슨이 뉴저지 내륙쪽까지 들어왔다. 1660년 네덜란드인들이 정착(定着)했지만 1664년 영국에 넘겨줬다.
뉴저지 주는 작은 주이지만, 미국에서 손꼽히는 공업 지대들이 있다. 약품, 화학품의 공업이 발달하였고, 존슨앤드존슨 같은 회사들의 본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농업도 발달했고, 토마토, 양배추, 감자, 옥수수를 생산하며 낙농업도 성하다.
부근에 뉴욕·필라델피아 등의 대도시가 있어서, 채소·과일재배와 양계·낙농 등 근교농업이 활발하고 각지에 관광지가 발달헸다. 특히 대서양 연안의 애틀랜틱시티는 세계적인 대규모 관광 휴양지로 알려져 있으며, 독립전쟁 당시의 사적이나 오락·휴양용의 대삼림공원도 많다. 프린스턴대학 등 교육기관과 연구기관도 많다. 1995년 명명한 ‘한국전쟁기념고속도로(242km)’가 중부지역을 관통(貫通)한다.
이탈리아, 아일랜드, 영국, 독일 계의 주민들이 많이 살고 흑인들은 14% 정도이다.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공화당)는 차기 대권후보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