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을 침묵의 체로 걸르지 않으면 소음이 될뿐입니다.”
1600년의 고찰 직지사(直指寺) 설법전에 진객들이 자리했다. 지난달 24일 재외동포언론인대회에 참석한 세계 20개국 50여 언론인들은 김천의 명찰 직지사에서 잠깐의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

임진왜란때 승병을 일으킨 사명대사의 출가사찰로 잘 알려진 직지사 경내에는 사명대사를 기리는 사명각이 있다. 대웅전과 보물로 지정된 석탑과 비로전도 돌아본후 직지사 살림을 맡은 현종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설법전에 당도했다.


재외동포언론인들을 위해 마련한 대추차와 한과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이윽고 당도한 주지 흥선 스님은 모처럼 맞은 언론인들을 위해 경전에 나오는 말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노라 하신다.


아난존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시자(侍者)인 아난존자에 따르면 하루는 부처님이 수행자들이 모인 브라만의 집에 들렀을 때 수행자들이 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수행자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두가지 일이 있다. 하나는 진리를 토론하는 일이요, 또하나는 침묵하는 일”이라고 설법했다.

흥선 스님은 “부처님의 말씀은 말을 하되, 침묵이라는 샘물로 걸러진 말을 하라는 뜻으로 해석되어진다. 말은 쓰임에 따라 굉장히 유용한 소통수단이지만 잘못하면 자기자신을 망칠뿐만 아니라 소통을 방해하고 갈등을 양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흥선 스님은 “얼핏 이치에 맞지 않는 말 같지만 침묵은 꼭 말없음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언어를 사용하며 침묵의 이치도 같이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의 소통과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흥선스님은 지난해 11월 주지의 소임을 맡았다. 녹원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4년 직지사에서 사미계를 수지하고 1980년 해인사에서 비구계를 수지했다. 직지사 성보박물관장과 중앙불교박물관장을 역임했다.
직지사는 신라 초기 눌지왕 때 신라에 불법의 가르침을 전하러 온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이 황악산의 깊은 계곡을 가리키며 거대한 사찰이 자리 잡을 곳이라 예언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이라 하여 직지(直旨)라는 명칭을 지니게 됐으며 아도화상의 영험한 예언대로 동국 제일의 가람이라는 칭송을 받는 사찰이 되었다. 천 년 묵은 칡나무와 싸리나무로 한 기둥씩 만들었다는 일주문을 지나 나타나는 사찰의 경내는 약 1헥타르에 이르는 넓은 터를 보여준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일주문을 제외하고 모두 전소(全燒)되어 삼국시대의 본래 모습은 찾기 힘들지만 대웅전 삼존불의 뒤에 걸린 삼존불 탱화와 약사전의 석조약불좌상, 천개의 불상이 모셔진 비로전 등 수많은 보물과 성보박물관을 갖추고 있다.
<뉴스로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