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역대 한인예술가들 총집결 첫 전시회 눈길

뉴욕의 역대 한인예술가들이 총출동하는 대규모 전시회가 사상 처음 펼쳐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한국문화원(원장 이우성)은 8일 알재단(회장 이숙녀)과 함께 특별전시 ‘채색된 시간: 재미한인작가 아카이브 1부 1955-1989’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4월 10일부터 5월 17일까지 뉴욕한국문화원 갤러리 코리아에서 열리는 ‘채색된 시간 1955-1989)’은 원로화가 김포(김보현) 화백을 비롯, 김환기, 김병기, 백남준 등 기라성(綺羅星)같은 작가들과 임충섭, 김차섭. 김 웅, 변종곤, 김미경, 강익중 등 1955년부터 89년까지 뉴욕의 한인예술계보를 이끈 작가들을 망라하고 있다.

^{▲ 백남준작가의 1989년 텔레비전 드로잉}

뉴욕 인근을 근거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한인 작가 40여명의 정착 초기 작품과 자료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뉴욕시의 이민국이 개최하는 이민전통주간 10주년 행사와 맞춰 기획됐다.

뉴욕에서는 최근 MoMA에서 열린 도쿄 아방가르드 미술전(Tokyo 1955-1970)과 일본미술 50~60년대를 조망하는 구겐하임미술관의 구타이(具體)미술협회 회고전, 중국인미술관의 재미중국계 패션디자이너쇼, 재팬소사이어티의 에도 팝(Edo Pop) 전시 등이 열렸지만 역대 한인작가들의 초기작품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한국문화원 이우성 원장은 “올 봄 굵직굵직한 아시아 관련 전시회가 뉴욕에서 대거 개최되는 가운데 뉴욕한국문화원에서도 뉴욕시의 이민유산주간과 일정을 맞추어 재미한인화가들의 지난 30년간 업적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하게 됐다”면서 “일본과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한국현대미술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 1958년 한국현대미술전 포스터}

참여 작가들의 화려한 면면과 전시자료들은 실로 주목할만하다. 초기의 원로작가들은 1955년에 미국에 도착한 김포(Po Kim 한국명 김보현 1917년생)를 비롯하여 1960년대에 뉴욕에 온 김환기(1913-1974), 김병기(1916- ), 그리고 백남준(1932-2006), 존 배(1934- ), 한용진(1934- ), 최일단(1937- ), 안동국(1937- ), 문미애(1937-2004), 민병옥(1941- ) 등을 꼽을 수 있다.

70년대에는 올해 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했던 임충섭(1941- )작가와, 독특한 판화작업으로 뉴욕현대미술관 콜렉션에 작품이 소장된 김차섭(1940- ), 황규백(1932- ), 한국적인 추상화로 명성을 떨친 김웅, 최분자, 한규남 등 70년대 도착한 작가들도 한국의 현대미술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가들이다.

80년대 도착한 작가들로는 혼합재료로 고유한 작품세계를 구축(構築)한 변종곤, 김미경, 이승과 회화 중심의 작업을 하는 이수임, 김정향, 김명희, 사진작가 김진홍과 박원준(2009년 작고) 등이 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작가들로는 한국적 정체성 확립과 소수인권문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 및 대규모 설치작업에 관심을 가졌던 강익중, 최성호, 박이소(1957-2004), 정찬승 (1942-1994), 조숙진 등이 이번 전시의 마지막 세대로 참여한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 1990년 서로문화연구회 회원들의 모습}

<꼬리뉴스>

초기 작가들 친필사료 등도 전시

‘채색된 시간 1955-1989’에선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작가 중심으로 퀸즈미술관,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수차례 열린 대규모 전시회 포스터 및 전시 도록, 관계서류 등이 함께 전시되어 한국현대미술의 위상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게 된 과정을 한눈에 살펴보는 기회도 마련한다.

또한 박이소의 친필편지, 작고한 행위예술가 정찬승과 그의 친구들이 등장하는 기록 비디오, 이응로 선생의 친필로 수정된 최일단의 수묵드로잉, 한국전쟁 직후 1958년 뉴욕 월드하우스 갤러리에서 첫 선을 보인 한국현대미술 전시도록 등의 희귀자료도 대거 공개된다.

^{▲박이소의 친필서류 서로문화연구회 창립회의록}

특히, 이번 전시를 계기로 출간되는 도록 ‘Coloring Time: Exhibition of the Archive of Korean-American Artists Part One, 1955-1989’은 아마존 등 미국 유명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 가능하도록 출판사와 협의가 됐으며, 향후 미국에서 한국의 현대미술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미한인작가 아카이브는 전시 이후에도 계속 수집, 정리되며 뉴욕 첼시에 위치한 알재단 사무실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 변종곤작가의 스튜디오 아카이브}

이우성 원장은 “비영리 미술재단으로 한인작가들을 지난 10년간 물심양면으로 후원해 온 알재단이 이처럼 역사적 가치가 풍부한 전시회 및 학술활동을 주도한 것은 정말 평가할만하다”면서 "뉴욕 미술계의 한국미술에 대한 열기를 가속시키기 위해서 2차, 3차 아카이브 전시는 미 동부뿐만 아니라 미 전역의 주요 미술관, 박물관 등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개막식 및 프리뷰 행사는 10일 오후 6시부터 알재단의 이숙녀 회장과 큐레이터 변경희 박사, 아카이브 연구원 현수정 박사, 참여 작가 및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자리하며 18일 오후 1시 30분엔 임충섭, 최성호, 김영길 작가의 특별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