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경보가 내려진 뉴욕은 이날 밤 11시부터 대중교통이 끊어진다는 소식에 출근한 시민들도 점심이 지나 퇴근을 하는 등 귀가(歸家)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기상대는 뉴욕 동부에서는 시간당 2-3인치 씩 쌓여 27일 자정까지 최고 3피트(90cm)까지 쌓일 것으로 예보하고 해안가에 해일이 동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시민들은 수년전 허리케인 샌디와 겨울 폭설로 정전사태(停電事態)를 겪은 두려움 때문에 인터넷과 SNS를 통해 뉴욕 뉴저지의 기상 상황을 주고 받기도 했다. 또한 미처 비상제품을 마련하지 않은 이들은 정보를 나누며 적극적으로 대비에 나섰다.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마리아 권 씨는 “몇년전 폭설로 나무가 쓰러지는 바람에 커뮤니티 일대가 정전이 되어 복구하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려서 고생을 했다”면서 “이번만큼은 비상식량, 약품, 비상 난방을 위한 장작까지 대비했다”고 말했다.
오후 3시경부터 다소 눈발이 굵어지자 인적이 끊기는 도로가 늘었지만 타임스스퀘어에서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 했다.
한 관광객은 “뮤지컬을 보려고 했는데 오늘 공연일정이 다 취소돼 할 일이 없어졌다. 타임스스퀘어라도 나와서 뉴욕 온 기분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일반 음식점과 식당은 일찍 철시(撤市)를 했고, 대부분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지하철은 평소 시간보다 혼잡(混雜)한 양상을 보였다.
이날 일찍 학생들을 돌려보낸 학교들은 27일 휴교령으로 문을 닫고 관공서들도 휴무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다. 뉴욕총영사관도 이날 오후 한인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내 “폭설예보로 27일 휴무한다”고 안내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작 맨해튼은 오후 5시가 넘어 거짓말처럼 눈과 바람이 그쳐 주민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주민은 “사상 최악의 눈폭풍이 온다고 했는데 어쩌면 허망하게(?)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시와 방송 등 언론이 전날 밤부터 호들갑을 떨었지만 하루가 지나도록 약한 눈만 내리는게 최악의 폭설은 아닌 것 같다. 늘 이런 식으로 주민들을 잔뜩 긴장하게 만든다”며 ‘아니면 말고’식의 예보에 불만을 토로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를 제외한 북서부와 허드슨 강 건너 뉴저지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밤이 깊도록 폭설의 기미는 없었다. 리지필드에 거주하는 정호성씨는 “눈이 오기전부터 소금을 온 도로에 뿌려대고 거리 주차 차량을 치우라고 해서 옮기긴 했는데 대체 눈이 언제 오는거냐?”고 궁금해했다.
맨해튼에 거주하는 김선희씨는 “인터넷을 통해 뉴욕이 눈폭탄을 맞았다는 기사가 나가면서 한국에서 ‘눈폭풍에 살아남았냐?’고 걱정하는 전화도 왔다”면서 “지역을 막론하고 무조건 집밖에 나가지 말라고 겁을 주는 것은 너무 심한것 같다”고 지적했다.
뉴욕=김진곤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눈도 없다’ 블로거 비꼬기도
이날 뉴욕시에선 오후 10시, 뉴욕주에선 오후 11시를 기해 각각 차량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대중교통이에 따라 비상차량이 아닌 경우에 운행이 적발(摘發)되면 300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다.
24시간 운행되던 지하철은 물론, 통근열차와 허드슨강에서 뉴저지를 오가는 페리호 등 모든 대중교통도 밤 11시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데일리뉴스 웹사이트엔 한 블로거가 인적이 드문 맨해튼 거리 사진을 싣고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눈도 없다(No cars, no people...& no snow)’고 비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