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객석의 뜨거운 갈채도 화려한 무대도 없다. 그러나 은은한 드레스 차림의 성악가들은 어느 때보다 혼신(渾身)의 공연을 펼쳤다.
피아니스트 양혜조, 소프라노 윤혜린과 서연준, 플루티스트 오은지, 바이올리니스트 이정희 등 한인여성 음악가들이 마주한 관객은 휠체어와 간이침대에 누운 병약한 환우들이었다.
29일 오후, 뉴욕 브롱스에 위치한 캘버리 병원에서 작지만 감동적인 콘서트가 열렸다. 문화봉사단체 이노비(EnoB, 대표 강태욱)가 마련한 이날 공연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환자들과 이들을 돌보는 간호사와 직원들을 위해 베풀어졌다.
거의 매주 병원과 양로원을 돌며 거동이 힘들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무료 음악회를 열고 있는 이노비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곳은 바로 캘버리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이다. 이곳엔 말기 암환자 등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다민족의 환자들이 입원중이어서 더욱 애틋한 마음으로 찾고 있다.
이날 공연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한결같이 탄탄한 실력과 명성을 갖추고 있다. 맨해튼 음대 대학원 출신의 다재다능 피아니스트이자 뮤직디렉터인 양혜조, 세실 칼리지 겸임교수인 소프라노 서연준은 뉴욕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가졌다.
서울대 음대와 매네스 음대 출신의 소프라노 윤혜린, 서울대와 맨해튼 음대를 졸업하고 다양한 콩쿨 수상경력에 빛나는 플루티스트 오은지, 미국 줄리어드 음대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럿거스대학에서 박사과정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정희 등 한인음악가들의 하모니는 마치 천상의 음악과도 같았다.
이노비의 김재연 사무총장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계신 어르신들과 환자분들에게 기쁨과 위로를 전달하기 위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클래식과 오페라 등의 프로그램을 꾸몄다”고 전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공연장소에 내려오지 못한 환자들은 병실에서 실시간 생중계된 TV 모니터를 통해 음악회를 감상했다.
공연이 끝난 후 환자들과 포옹하며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잊지 않은 이들 음악가들은 “불편한 몸에도 음악에 행복해하는 분들을 보면서 우리가 더 큰 감동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뉴욕=민지영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NYU 티쉬 대학원 출신 한인 작곡가들 이노비 후원 콘서트
명문 NYU 뮤지컬 대학원 출신 한인 작곡가들이 ‘브로드웨이의 서울(The Seoul of Broadway)’ 콘서트를 마련한다.
이스트 빌리지에 위치한 유서 깊은 극장인 퍼블릭 씨어터의 조스 펍(Joe’s Pub at the Public Theater)에서 2일 열리는 공연은 김치영, 김기연, 서혜선, 김지영, 황민정, 오인수, 정상우, 이윤미, 에디슨 홍, 이민휘(이상 작곡가) 임규진, Daniel J Edwards, 소피김, 크리스틴리, 캐더린 정 존스, 차형진, 존리들, 캐써린 겔러, 엘리 이월트, 겐 패트론 신(이상 배우)가 참여한다.
조스 펍 시어터는 앤 해써웨이, 레이디 가가, 러셀 크로우, 휴 잭맨 등의 유명배우와 가수 등이 공연을 많이 하는 곳으로 모든 아티스트들이 한번쯤 꼭 서보고 싶은 무대로 알려져 있다.
공연의 기획과 프로듀서를 맡은 김치영씨는 “뉴욕에서 뮤지컬을 공부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한국인들의 콘서트를 표현할 수 있는 제목을 생각하다 서울(Seoul)과 소울(Soul)의 비슷한 발음을 이용하여 브로드웨이의 서울, 그리고 브로드웨이에서 꿈을 키우는 한국인의 소울Soul을 둘 다 표현할 수 있는 제목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뉴욕 브로드웨이를 무대로 목표로 노력하는 한인 작곡가들의 작품을 소개, 발표하는 이번 무대 수익금은 평소 김치영씨 등이 봉사하던 소외된 이웃에서 행복을 전하는 문화복지 비영리 단체 이노비에 전달할 계획이다.
김치영씨는 NYU 티쉬 대학원 뮤지컬 창작과 석사를 졸업한 후 뉴욕을 무대로 작곡가, 편곡자,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는 물론 음악감독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BMI Musical Theater Workshop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NYU재학시절 만난 작가 사라 해몬드Sarah Hammond와 함께 만든 작품 ‘맨발의 페르세포네’ Barefoot Persephone로 죠니 머서 콜로니 Jonny Mercer Colony at Goodspeed에서 상주작가(常住作家)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뉴욕에서 여러 뮤지컬과 리딩에 연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3년째 비영리단체 EnoB에서 음악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NYU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서혜선씨는 이노비에서 아웃리치 공연과 갈라콘서트 등을 맡아 3년 넘게 꾸준히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 뮤지컬 명성왕후, 맘마미아, 내 마음의 풍금 등의 유명뮤지컬 조감독 출신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과 미국에서 이노비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기연씨도 NYU 대학원 출신으로 오프브로드웨이 데뷔를 했다.
김치영 프로듀서는 “평소 한인 작곡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뜻 깊은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다”며 “동포사회를 비롯 주류사회에서도 음악으로 소외된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이노비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 티켓($14)은 티켓구입링크(http://goo.gl/sMBj00I)를 통해 할 수 있다. 문의 김치영: 507-403-3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