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엄마들'이 특별한 곳을 방문했다. 뉴욕 맨해튼의 9.11 추모박물관(追慕博物館)이다.
9.11 추모박물관은 지난 2002년 역사상 최악의 테러가 발생한 월드트레이드센터 자리에 무려 1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문을 열었다.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에 따르면 김성실 전인숙 박혜영 홍영미 씨 등 세월호 유가족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지난 17일.

네명의 엄마들은 지난 5일부터 두 조로 나뉘어 동부와 서부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미주동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미주순회행사에서 엄마들은 참사 1주기가 다가오도록 진상 규명(眞相 糾明)과 선체 인양(船體 引揚) 등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문제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소망했다.
세월호 엄마들이 마지막 일정으로 911추모박물관을 방문하게 된 것은 뉴욕세사모(세월호를 잊지 않는 뉴욕사람들)과 뉴스로 등 한인미디어가 다리를 놓아 성사(成事)됐다. 비극의 규모와 성격은 다르지만 9.11사태이후 미국 정부와 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진상을 규명하고 실종자의 머리 한올까지 찾아내는 눈물겨운 노력의 소산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9.11 박물관측은 이날 마가렛 바그 코디네이터가 직접 나와 세월호 엄마들의 시설 관람은 물론, 뉴스로 취재진으로 합류한 영화감독 진용기씨가 모든 과정을 촬영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9.11 추모박물관엔 두 개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건물의 철근과 벽돌 조각 등 잔해와 희생자들의 유품과 기록물 등을 전시하고 구조작업을 벌이다 숨진 소방대원들을 기리는 추모관이 따로 마련돼 시선을 끌었다.
희생자들의 사진이 모여 있는 전시관 한곳에선 그런 비극이 닥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사람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보면서 가슴 저리는 아픔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꼼꼼이 발품을 팔며 추모박물관을 둘러 본 네 엄마는 놀라움과 부러움, 한편으로 아직 선체인양 계획조차 없는 모국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월호를 조속히 인양해 생생한 추모기념관으로 삼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윤민이엄마' 박혜영씨는 "우선 규모에 놀랐다. 시민들과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는데 나중에 세월호 추모기념관이 생겨서 많은 이들이 찾아주면 우리 아이들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혁이엄마' 김성실씨는 "박물관에 들어와서 모든 것을 보고나니 세월호 선체 인양이 왜 그렇게 중요하고 절대적이라는 것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실 씨는 "9.11 비극의 모든 것이 보존된 것처럼 세월호 참사도 배가 없다면 어떤 것도 설명할 수 없다. 세월호가 인양되어 원형 그대로 보존된 상태로 많은 사람들이 봐야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경빈이엄마' 전인숙씨도 "그날의 비극을 말해주는 건물 잔해(殘骸)와 유품(遺品) 등은 물론 아주 작은것까지 철저히 기록되어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이런 일을 처음 겪어서 처음엔 뭘 해야할지 몰랐지만 이젠 목표가 뚜렷이 잡힌다. 9.11박물관처럼 세월호를 통해 당시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기억할 수 있도록 재현해야 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재욱이엄마' 홍영미씨는 "추모박물관은 이런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 아니겠냐. 미래세대를 위해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위한 추모기념관이 들어서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은 아홉명의 실종자 가족은 물론,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세월호의 조속한 선체 인양이다. 진실을 규명하는 일도 선체의 온전한 인양이 전제되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배상을 받으면 진실을 규명하지 못하고 그냥 흐지부지 끝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세월호 엄마들은 그들의 가슴에 묻은 자녀들의 판화사진을 늘 지니고 다닌다. 동포들과의 만남을 통해 큰 위로와 용기가 생겼다는 이들은 9.11추모박물관 이정표 앞에서 "온전한 선체인양, 철저한 진상규명, 안전한 나라건설 함께 하자!"고 다짐하며 미주 일정을 마무리했다.
뉴욕=김은주기자 jenejoo@gmail.com

<꼬리뉴스>
세월호 어머니들과 뉴욕세사모 회원들과 함께 한 이날 방문은 비록 예기치 못한 비극이라도 대처(對處)하는 자세에 따라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고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이같은 비극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실 9.11추모박물관도 건립되기까지 유가족들의 오랜 노력이 있었기때문이다. 모쪼록 세월호 유가족들도 초심을 잃지 않고 힘을 내면 좋겠다. 이날 방문으로 세월호추모기념관을 조성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게 된 것 같다. 미주한인사회 등 해외에서도 분명 힘을 보탤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