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12주기 추모식이 열린 월드트레이드 센터 주변은 삼엄한 경계속에 통행제한을 했다.
희생자 유가족들이 입장한 메모리얼 현장을 제외하고는 주변은 조용한 편이었다. 방송카메라 등 취재진의 대기 장소는 어수선했지만 지난해의 요란했던 11주기와는 굉장히 다른 풍경이었다.
프랑스 관광객 피에르는 “월드트레이드 센터 쇼핑센터가 들어선다는 간판이 크게 붙은게 생경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쇼핑센터를 선전하는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모두 일본인들처럼 보인다”며 “아마도 일본자본이 대거 들어오는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매년 9.11 현장에는 신문기사와 사진들로 제작한 꼴라쥬를 가지고 나온 시민이 있다. 꼴라쥬의 한 중심에 붙인 사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911의 참사를 인식시킨 ‘성 프란시스 소속의 사제가 현장에서 소방관들에 의해 옮겨지는 장면’이었다.
특이한 것은 그 사진을 촬영한 사진작가가 이 시민의 꼴라쥬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저 사진을 찍은 당사자가 나요”하고 밝혔지만 인터뷰엔 응하지 않았다. 직업적인 마인드 때문였을까. 혹은 남다른 감회가 깊어서였을까.
이날 인상적인 장면은 소방관 50여 명이 메모리얼 현장이 아닌 브로드웨이 도로변에서 월드트레이드 센터 빌딩을 향해 도열한 모습이었다. 감정이 북받치는 듯 소회어린 묵념을 하는 장면은 시민들에게 뭉클한 아픔섞인 감동을 전해주었다.
뉴욕=김진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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