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15일 뉴욕 일원의 사찰과 성당에서 추석 합동차례를 일제히 지냈다.
뉴욕 뉴저지 일원의 종교기관들이 추석 차례와 미사 등을 올리며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고 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한가위는 19일이지만 평일 차례를 지낼 수 없는 이민사회 여건상 일요일인 이날 사찰과 성당 등지에서는 추석 법회와 추석 미사를 드리며 민족의 최고 명절을 되새겼다.
가장 눈길을 끈 곳은 뉴욕주 호돈에 위치한 웨스체스터 한인천주교회(지도신부 이환규)였다. 웨스체스터 한인천주교회는 올해로 25년째 신도들과 한인동포들을 위해 추석 차례상을 교회안에 차리고 있기 때문이다.
천주교회에서는 설날과 추석 등 민속명절에 봉헌 미사를 올리는 등 미풍양속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있지만 웨스체스터 한인교회는 성당안에 차례상을 올리고 향불을 피우며 술잔을 올리는 등 전통 차례법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날 차례상엔 송편과 함께 대추, 감, 배, 등 조율시이(棗栗枾梨)를 진설하고 북어와 전, 유과, 약과, 사과, 수박 등을 정갈하게 담아냈다. 두 개의 촛불과 향로에서 향불이 타올랐고 위패를 대신한 합동 지방이 제단에 올려졌다. 그 뒤엔 성모마리아의 은은한 미소가 십자가와 함께 빛나고 있었다.
한가위 차례미사는 신자들에게만 개방된 것이 아니다. 종교에 관계없이 조상의 차례를 지내고 싶은 모든 동포들의 신청을 받아 공동으로 마련한 지방에 조상의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지방엔 타민족 조상의 이름도 보였고 교회안에도 타민족 신자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이환규 안드레아 신부가 대표로 잔을 올린 추석미사는 장중한 오르간소리에 맞춰 독서와 화답송, 복음환호송, 복음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환규 안드레아 신부는 강론에서 “추석에 모여 제사를 지내며 술과 음식을 나누고 화목한 사회와 가정이 되도록 기도하는 것은 언제나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추석은 이렇게 지나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선조들의 영원한 생명을 위해 더욱더 열심히 기도하고 기억할 수 있는 날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진태선 사목회장과 조원학 총무 등 신자들은 한사람씩 나와 제단을 향해 성찬전례와 감사기도를 드리며 추석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날 어린이들은 대부분 고운 한복 차림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미사를 마치고는 친교실에 모두 모여 풍성한 잔치음식을 나누며 한가위 명절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웨스체스터 한인교회의 추석 차례는 지난 1989년 교회 창립과 함께 시작된 전통이다. 모국과 달리 추석차례를 지내기 어려운 이민환경을 고려해 교회가 창립되던 해 나온 제안이 채택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추석 차례상은 오늘날 롱아일랜드의 베이사이드와 그린포인트, 스태튼아일랜드 등 뉴욕 뉴저지 일원의 한인천주교회로 퍼져나갔다.
어빙톤에 거주하는 김수경 씨는 “바티칸에서는 전통적으로 각 나라의 전통문화를 인정하고 장려한다”면서 “조상에 감사하는 전통 풍습을 미국인 등 타민족 신자들도 너무나 부러워한다”고 전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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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뉴욕원각사 등 한국사찰 합동추석차례 법회 봉행
이날 뉴욕 일원의 한국사찰들도 나란히 추석 차례 법회를 봉행했다. 미동부에서 가장 오래된 뉴욕 원각사(주지 지광스님)에서는 정성껏 마련된 차례상을 향해 불자들이 조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육법공양을 올리는 합동차례에 동참했다.
지광스님은 설법을 통해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세가지 향기는 계율의 향기, 진리의 향기, 보시의 향기”라며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부처님의 삶으로 변화시키고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것은 향기나는 사람의 도리”라며 추석을 맞는 특별한 마음가짐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