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도 이렇게 화합하면 언젠가는 한일 양국의 국민들도 함께 할 수 있겠지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과 일본 국민들이 서로에 대한 호감도를 물어보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한국에 부정적인 일본인의 비율은 52%, 일본에 비호감인 한국인의 비율은 73%로 나란히 과반수를 넘었다.
일본인은 한국이 일본의 과거역사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하기 때문에 부정적이라고 답하고 한국인은 일본이 과거 침략행위에 대한 적절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싫다고 말한다. 어찌보면 평행선을 달리는 이 간극을 좁히려면 우선 서로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올바른 역사교육이 필요하다.
미동부의 환경인권단체 1492그린클럽 백영현(71) 회장은 한국과 일본, 나아가 세계시민들이 더불어 함께 갈 것을 외치는 시민운동가이다. 뉴저지 페어론에서 원예업에 종사하는 그는 2008년 '한가정 라일락 한그루' 기증운동을 계기로 1492그린클럽을 태동시켰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상륙한 1492년의 청정한 세상으로 돌아가자는 뜻에 공감한 회원들은 스티브 로스먼 전 연방의원을 포함, 3천명에 달한다. 뉴욕과 뉴저지 일대 공립학교에 미스김라일락을 기증하며 환경과 역사,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2년엔 런던올림픽에서 일본체조팀이 전범기(욱일기) 디자인의 유니폼을 입고 나오고 관중석에서 전범기가 출몰하는 것에 충격을 받고 뜻있는 이들과 '일전퇴모(일본전범기퇴출시민모임)'를 발족시켰다.
나치문양을 법으로 금지한 독일과 달리 일본은 극우보수단체들이 공공연히 전범기를 흔들고 자위대 깃발 또한 전범기를 답습하고 있다. 그는 "과거 역사를 잘 모르는 일본의 대다수 국민들이 선동적인 보수정치인들에 휘둘린 결과"라며 "그들을 나무라고 싸움닭처럼 달려들게 아니라 왜 정확한 역사인식이 오늘의 우리와 미래의 후손들에게 중요한지 차분하게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년전부터 라일락을 통한 한국과 일본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페어론 파크엔 미스김라일락과 일본라일락이 사이좋게 심어져 있다. 그들을 중심으로 페르샤 라일락 등 세계 15개국 라일락들이 식재되고 있다. 라일락은 약 100여종에 달하지만 생장력이 우수한 품종만 골라 약 20여종을 집중적으로 식재해 라일락 공원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인근 파라무스와 테너플라이 타운의 녹지공간에서도 마찬가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봄엔 버겐 리저널 메디컬 센터내 정원에 라일락 60여 그루와 소나무를 심고 실내 화원 '그린 하우스' 식목 행사도 가졌다.
뉴저지한인사회가 해마다 추석대잔치를 여는 뉴오버펙 파크 프로젝트는 백영현 회장에게 필생의 사업이다. 버겐카운티정부 차원에서 100만평의 부지에 세계라일락공원을 비롯, 소나무와 무궁화, 유채꽃, 연산홍 등의 7개 플랜트가 조성되는 해외 최대의 '한국식물 파크' 프로젝트이기때문이다.
얼마전 그는 '일전퇴모' 이름으로 한일수교 5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무궁화와 벚나무가 소담스럽게 피어난 두종의 문양이다. 그의 시도는 전범기에 대한 단호한 퇴출의 노력이 기실 일본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한일 양국이 진정 가까운 이웃이 되자'는 선의의 손짓이다.
백영현 회장은 "한일기념우표를 발행했더니 갑자기 친일파가 됐냐고 비아냥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일본커뮤니티에선 벚꽃보다 무궁화를 크게 디자인한게 무슨 의도냐고 시비하는 이도 있더라"고 웃었다.
그는 "일본 라일락을 심는 것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이를 보면서 나무조차도 역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나무에 역사의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 나무를 통해 양국 국민들이 갈등과 오해를 풀고 화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민지영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위안부기림비 소녀상분재에 매듭이 두 개 묶인 까닭
미주 최초의 위안부기림비로 잘 알려진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의 위안부기림비와 뉴욕 롱아일랜드의 위안부기림비 앞에는 백영현 회장이 기증한 '위안부 소녀 분재'가 심어져 있다. 어린 나이에 강제로 끌려가 성노예로 죽음보다 큰 고통을 겪은 20만 여성들을 기리는 가시향나무 분재다.
소녀의 머리를 형상화 한 가시향나무엔 두 개의 매듭이 묶여져 있다. 이 매듭의 의미는 무엇일까.
"언젠가 일본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고 독일처럼 반성과 사죄를 하게 될 때, 피해자의 후손과 가해자의 후손이 나란히 이곳에서 매듭을 같이 푸는 그날은 정녕 꿈만은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