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800여명을 싣고 달리던 뉴욕의 통근열차가 건널목에서 SUV 차량과 충돌해 21명의 사상자(死傷者)가 발생했다.
3일 오후 6시30분경 뉴욕주 바할라(Valhalla)의 커머스 스트리트 건널목에서 메트로노스 할렘라인 열차가 지프 체로키 차량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지프 차량의 여성운전자 1명과 열차에 탑승한 승객 5명 등 6명이 숨지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초 메트로노스 당국은 사망자가 7명에, 부상자가 12명으로 발표했으나 추후 발표를 통해 이같이 수정했다. 한편 부상자중에 한인이 포함됐을 가능성에 대해 뉴욕총영사관은 “신원확인이 안된 일부 사망자외에 부상자 중에는 한국인 성씨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사고직후 지프 차량은 화염에 휩싸였으며 모두 10량으로 편성된 열차의 가장 앞에 있는 전동차가 연기로 뒤덮인 가운데 객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고 현장 인근에 있던 마이클 맥긴(22)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귀를 찢는듯한 굉음이 나서 열차쪽을 보는 순간 앞부분에 차량이 받친 채 불에 휩싸인게 보였다”고 말하고 “잠시후에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앞다퉈 열차에서 빠져 나왔다”고 긴박(緊迫)했던 순간을 전했다.
열차 두 번째 칸에 탑승했다는 데이빗 로센버그는 “부딛치는 충격과 함께 큰 폭발음이 들렸다. 놀라서 밖으로 빠져나와보니 열차 앞칸에 커다란 불덩이가 보였고 휘발유 냄새가 진동했다. 정말 끔찍한 공포였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승객들은 “열차에 불이 났다”는 비명이 들리자 혼비백산, 밖으로 탈출하는 등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사고직후 바할라와 호손, 엠스포드, 노스화이트플레인스 소방국이 긴급출동, 진화와 구조작업을 벌였다.
이 열차는 오후 5시44분 맨해튼의 그랜드센트럴 터미널을 떠나 7시8분 사우스이스트 역까지 가는 급행열차로 열차는 첫 번째 정차 역인 차파쿠아를 앞두고 있었다. 차파쿠아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유명 인사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체로키 차량을 운전하던 여성운전자가 건널목을 건너는 순간 차단기 중 하나가 내려와 차량에 부딛쳤고 당황한 운전자가 후진(後進)하려 했으나 차바퀴가 선로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과 충돌한 열차는 급행으로 시속 60마일(약96km)의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 미처 정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차단기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큐리티 컨설턴트 피터 모레노에 따르면 사고 발생 5시간 전 바할라 전 역인 노스화이트플레인스의 버지니아 로드에 있는 건널목 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모레노는 차단기 작동에 문제가 있다며 트위터를 통해 건널목을 지날 때 사람들이 주의하도록 하라는 정보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언론 저널 뉴스는 이 건널목이 사고가 발생한 커머스 스트리트의 차단기와 1마일 앞에 있는 것으로 이번 사고와 연관성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DC의 연방교통안전국(NTSB) 조사팀이 현재 사고 현장에 도착,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현장 조사는 일주일간 계속되지만 완전한 마무리는 일년 정도 소요(所要) 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임지환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메트로노스 2013년 12월엔 탈선사고로 한인간호사 등 4명사망
메트로노스는 최근 1년여 전에도 두 차례나 큰 사고가 발생,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허드슨라인에서 탈선(脫線)으로 한국인 간호사를 포함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최근 1년여 사이에 두 차례 사고로 6명이 사망했다
찰스 슈머 연방 상원의원은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하고 “철저한 조사와 함께 메트로 노스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트로 노스는 그랜드센트럴 터미널에서 북쪽의 뉴욕주로 가는 할렘 라인과 허드슨 라인, 북동쪽의 코네티컷주로 가는 뉴헤이븐 라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