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아름다운 한국전 참전기념비는 어디에 있을까.
전 세계 한국전 참전기념물은 약 250개에 달한다. 모두 한결같이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지역에서 아름다운 풍광(風光)을 자랑하는 참전기념 조형물이 있다. 바로 뉴저지 저지시티의 리버티스테이트 파크에 위치한 한국전 참전기념비다.
저지시티 참전기념비가 한국전 정전 62주년을 맞는 오는 27일 뜻깊은 제2의 제막식을 갖는다. 예산문제로 빈 공간으로 남겨두었던 십여개의 검은 석판(화강암벽)에 이미지를 새기는 작업을 완료하는 것이다.
저지시티의 한국전 참전기념조형물은 지난 2002년 뉴저지 주정부 및 저지시티 타운의 예산과 한국과 미국의 사회단체에서 마련된 성금 등 총 50만달러가 투입돼 조성됐다. 1996년 한인사회가 주도한 모금캠페인의 결실이었다.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126명의 허드슨 카운티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 조형물은 부상당한 한국 병사를 미군 병사가 부축하는 4m 높이의 동상과 3개의 추모비가 있고 두 개로 나눠진 원형의 석판(石板)들이 마치 병풍처럼 동상을 둘러싼 독특한 디자인으로 건립됐다.
<사진 visithudson.org>
오른쪽 석판 정면엔 영문으로 허드슨카운티 '한국전 참전용사들'이라는 글자가 새겨졌고 왼쪽 석판 안쪽엔 태극기(太極旗)와 무궁화(無窮花) 등의 이미지들이 있다. 또한 뒤편 안쪽 석판엔 한반도와 함께 동해(East Sea)가 표시된 지도가 새겨졌다.
미국내 한국전 참전기념물에 동해가 표기된 것은 저지시티 기념비가 유일하다. 아이로니컬하지만 당초 만들어진 한반도 지도엔 동해 대신 '일본해(Sea of Japan)'가 표시돼 있었다. 제작업자가 일본해 표기가 된 미 국무부 지도를 그대로 본뜨는 바람에 사단이 발생한 것이다.
뒤늦게 심각한 오류를 발견한 한인사회가 이를 수정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미 완성된 조형물을 교체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근거자료를 통해 교체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했고 추가 예산의 문제도 걸림돌이었다.
결국 한인사회가 역사적 자료 등 각종 문헌들을 총동원해서 동해가 올바른 표기임을 납득시켰고 기금을 모아 교체 비용을 충당, 지난 2007년 7월27일 정전 54주년을 맞아 석판 교체작업을 할 수 있었다.
2007년 지도석판 교체기념식에서 당시 이기천 뉴욕부총영사와 참전용사 등이 박수하며 자축하고 있다.
겉보기에 문제는 없었지만 참전기념조형물은 해묵은 숙제가 하나 있었다. 총 18개의 석판중에 빈 공간이 열 개 이상 남아 있었던 것이다. 석판에 18개의 그림 등 각종 이미지를 새기기엔 예산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이곳을 방문하면서 돌파구(突破口)가 만들어졌다. 저지시티의 한인시의원인 윤여태 의원의 안내로 이곳을 찾은 김문수 전 지사는 조형물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왼쪽엔 맨해튼의 빌딩 숲이 있고 바로 앞 바다엔 이민자박물관이 위치한 엘리스아일랜드와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아일랜드가 떠 있고 오른쪽엔 리버티파크의 녹지가 어우러진 기막힌 풍광 덕분이었다.
윤여태 의원은 "김 전지사가 그동안 수많은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방문했지만 여기처럼 아름다운 곳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허드슨강 너머 맨해튼 남단 배터리파크의 한국전참전기념조형물도 좋은 위치에 있지만 맨해튼과 자유의 여신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저지시티의 기념물은 어떤 곳보다 뛰어난 풍치를 자랑한다.

윤 의원에 따르면 조형물을 위해 제공된 부지 싯가만 무려 3천만 달러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최고의 부지를 배려한 시정부와 한인사회의 노력에 사의를 표한 김 전 지사는 윤 의원으로부터 예산문제때문에 석판에 빈 공간이 남아있다는 얘기를 그냥 흘려듣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가 의정부시와 협의해 10만달러의 특별예산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덕분에 18개의 석판들은 왼쪽 9개는 한국전쟁과 관련한 이미지들을, 오른쪽 9개는 오늘의 번영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을 넣을 수 있었다.
윤여태 의원은 "김문수 전지사와 의정부 시 등의 지원으로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이곳 조형물이 13년만에 완성하게 돼 감개무량하다. 세계의 심장 맨해튼과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한 저지시티 한국전 참전기념비는 한국전쟁의 의미는 물론, 우리의 바다 동해까지 알리는 특별한 조형물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가 맞습니다", 美 저지시티 지도교체 기념식 <2007.7.28>
한국전쟁 휴전기념일인 7월27일(현지시간) 뉴저지 저지시티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거행됐다.
마천루가 밀집(密集)한 맨해튼 남단과 자유의 여신상이 바로 건너에 있는 리버티 스테이트 공원에서 열린 이 행사는 한국전쟁 추모조형물 지도석판 교체를 기념하는 것이었다.
한국전에서 희생된 126명의 허드슨카운티 참전용사들을 기리고자 지난 2002년 12월 추모동상 뒤편 벽에 새겨진 한반도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잘못 표기된 사실이 알려져 이날 교체 하는 공식행사를 열게 됐다.
이날 행사장에는 저지시티 제라미 힐리 시장과 마리아노 베가 저지시티 시의회 의장, 랠프 파스콰 허드슨카운티 참전용사회장, 이기천 뉴욕 부총영사, 윤여태 저지시티 경제인연합회장 등 한미 관계자들과 양국 참전용사 등 100여명이 자리했다.
이기천 부총영사는 "한미간 우호의 상징인 이 추모기념물에 잘못 표기된 일본해를 동해로 정정(訂正)하게 된 것은 정말 의미있는 일"이라며 저지시티 정부와 허드슨 카운티 참전용사회의 적극적인 협조에 감사를 표했다.
추모 조형물은 가 있고 문제의 한반도 지도 석판은 동상을 병풍처럼 두른 왼쪽 벽에 새겨져 있었다.
이번 기념식을 위해 막후(幕後)에서 노력한 윤여태 저지시티 한미경제인연합회장은 "제작업자가 일본해 표기가 된 미 국무부 지도를 그대로 본뜨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동해를 일본해로 알고 있어서 이를 수정하기 위해 수개월에 걸쳐 역사적 자료 등 각종 문헌들을 제시한 끝에 오늘 행사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드슨카운티 한국전참전용사회 랠프 파스콰 회장도 “한반도 옆의 바다가 일본해(Sea of Japan)가 아니라 ‘동해(East Sea)’라는 역사적인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라도 잘못을 바로 잡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피력(披瀝) 했다.
전몰장병 추모의 시간에 이어 교체된 지도석판 제막식에서 참가 인사들은 활짝 웃으며 박수로 환영했고 행사 후에는 저마다 동해가 표시된 지도를 가리키며 기념촬영을 하는 등 즐거운 모습이었다.
뉴욕총영사관은 이번 이름 교체를 계기로 뉴욕주 주도(州都)인 올바니(Albany)에 있는 한국전 참전기념공원의 동판지도와 미국 내 많은 기념물의 오류(誤謬)들을 시정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