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크레스킬에서 등교하다 불법진입한 대형트럭에 받쳐 사망한 열세살 한국 유학생을 기리는 행사가 무산(霧散)됐다.
크레스킬 중학교에 재학중이던 고 이영록(미국명 리키)군의 아버지는 18일 "추모행사가 학교측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 열 수 없게 됐다. 오늘 행사를 위해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왔는데 너무나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군은 지난 6월 등굣길에 자전거를 타고 건널목을 건너다 주택가 진입이 금지된 대형트럭의 과실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엄마와 함께 기러기가족으로 와 있던 이군의 비극에 한인사회도 안타까워했고 친구들과 학부모 등 이웃의 따뜻한 관심도 쏟아졌다.
이군의 부모는 학교측이 건널목에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는 등 소홀한 점이 있었지만 이군을 위한 추모 나무와 추모 벤치를 조성하겠다는 자세에 '리키 해피상'을 제정해 매년 1만달러의 장학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 훈훈한 감동을 자아낸 바 있다.
학교측은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는 점으로 고려해 이군의 생일이기도 한 9월18일 추모 행사를 하기로 합의하고 이군의 부모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군의 부모는 전날 학교를 방문, 앨리슨 앤그리사니 교장을 만나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학교측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일이냐는 이군 부모의 질문에 '그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진행하지 않았다'는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군 아버지는 "학교가 자청해서 추모 동판(銅版)도 제작해서 나무도 심고 추모 벤치도 조성한다고 하지 않았냐. 이미 행사날짜도 지정됐는데, 연락처를 모르는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여기까지 날아왔는데 이게 무슨 경우냐?"고 항의했다.
학교측은 "그럼 추모나무라도 심자"고 제안했으나 이군 부모는 "나무 한그루 심자고 미국에 온게 아니다. 학교가 아들을 위한 일을 하겠다고 자청한 것이 너무나 고마워서 열 일 제쳐두고 왔는데 엉뚱한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걸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것 같다"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
장학금을 위해 1만달러 수표를 끊어왔던 이군 아버지는 "아들의 생일에 추모행사를 하는 대신 뉴욕총영사관에 사망신고를 하기 위해 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의 사망신고를 하는 부모의 심정이 얼마나 찢어지는지 모르겠다"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리키 장학금'은 항상 웃으며 밝았던 이군처럼 긍정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모범학생 10명을 선정해 매년 9월18일 각 1천달러씩 장학금을 주자는 취지였다. 장학금 재원(財源)은 이군이 엄마와 함께 생활하던 주택을 렌트로 돌려 얻는 수익으로 충당할 예정이었다. 이군 부모는 "아들의 추억이 담긴 집을 팔고 싶지 않았고 렌트로 나오는 돈도 도저히 쓸 수 없을 것 같다. 세금 등 비용을 제하면 연간 1만 달러 정도 장학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학교측은 뒤늦게 "나무도 주문했고 동판도 제작을 의뢰했다. 행사날짜를 다시 잡자"고 연락을 취했으나 이군 부모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데다 23일 귀국할 예정이어서 추모행사가 열릴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소식을 접한 한인학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학교측이 큰 실수를 했다. 행사일까지 지정해놓고 손을 놓고 있었다는건 말이 안된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한 학부모는 "학교측이 정중하게 사과하고 이군을 추모하는 행사가 나중에라도 치러지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뉴욕=민지영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美한인유학생 교통참사 장례식, 뉴욕총영사관 너무해 <201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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