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저지 일원의 한국(한글)학교들이 12일 일제히 새 학기를 시작했다.
동포자녀들에게 한글과 한국의 문화역사를 가르치는 한국학교들이 2015-2016 첫 수업을 시작한 가운데 미동부에서 가장 오랜 4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한국학교는 올해 새롭게 유아반을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학교들은 대부분 현지의 정규학교나 종교 시설을 빌려 주말에 운영된다. 뉴욕한국학교는 브롱스의 특수고 인테크 아카데미 건물을 임대하고 있다. 뉴욕한국학교는 미주한글교육의 산증인 허병렬(89) 이사장이 설립한 학교로 열정 많은 교사진과 탄탄한 커리큘럼으로 잘 알려졌다.
유아반은 만 2세에서 4세까지 유치반 직전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박현숙 교감은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지난 학기에 시범 운영을 했는데 아주 반응이 좋아서 올 가을학기부터 정식으로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가운데 유아들을 동반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교사의 지도 아래 같이 어울려 놀게 하고 한국어와 한국문화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아이들은 처음엔 다소 낯선 분위기에 쭈뼛댔지만 그림그리기를 하고 비누거품놀이도 하면서 이내 구김살 없는 모습이 되었다. 유아반을 지도하는 명미 몬친스키 교사는 "이번주는 과일, 다음주는 가을, 이렇게 하나의 주제를 잡아 공작 활동을 하고 한글 자음 모음 공부도 놀이를 곁들여 재미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같은 시간 허병렬 이사장을 비롯, 박종권, 김은주, 김수진, 박수연, 이인신교사가 이끄는 6개 등급의 한국어반 수업도 진행됐다. 한국역사(이성헌)와 음악(최필남) 한국무용(김영은) 국악(최지환) 태권도(매튜 코토) 등 4교시까지 다양한 과목들이 이어지는 등 새 학기다운 활기(活氣)가 넘쳐 흘렀다.
서예와 한국화 등을 지도하는 박현숙 교감은 "정해진 커리큘럼외에도 학부모들이 요청사항들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한정된 교사들이지만 쪼개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수업에 앞서 열린 개학식은 김수진 교사의 사회로 뉴욕한국학교 교가 제창과 교사소개, 학예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차례로 연단에 나와 노래도 부르고 여름동안 지낸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등 긴 방학동안 쌓였던 궁금증을 나누기도 했다.
최선경 전 교장에게 감사패 증정의 시간도 있었다. 허병렬 이사장의 제자이기도 한 최 전 교장은 이번에 졸업한 장남 윤보선 군(SUNY 빙햄튼 1년) 등 3남매까지 뉴욕한국학교와 2대에 걸쳐 인연(因緣)을 맺고 있다.
최 전 교장은 "교장으로 5년간 있으면서 뜻깊은 40주년 행사도 치르게 돼 좋았다. 학교 규모도 커지는 등 나날이 발전하는 뉴욕한국학교가 자랑스럽다. 앞으로 옆에서 많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 뉴욕한국학교 - 미주한국어교육의 어머니 허병렬 이사장 설립
현재 뉴욕 뉴저지 일원에는 150여개의 한국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뉴욕한국학교가 개교한 1973년 이전엔 몇몇 한인교회에서 한글교실들을 운영하긴 했지만 체계적인 교육기관은 아니어서 뉴욕한국학교가 미 동부 최초의 한국학교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1980년 미주지역 한국학교 지도자들이 모여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를 조직한 것도 뉴욕한국학교이다. 뉴욕한국학교는 종교기관이나 특정단체의 산하기관이 아닌 독립된 학교로서 성장 발전함으로서 ‘한국학교의 전형’을 제시해 온 셈이다.
창설자이자 초대교장인 허병렬 이사장은 올해로 교직생활 70년으로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교육자이다. 경기여고와 서울대 전신인 경성여자사범학교를 졸업한 그이는 1945년 서울사대부국에서 교사의 길에 들어섰다. 1964년 석사학위 취득을 위해 도미하면서 한국학교와의 인연은 운명적으로 시작됐다.
초기엔 교화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 교사로 가르쳤지만 2세 자녀들의 정체성 함양과 문화적 소양을 길러주기 위해 뜻있는 이들을 모아 1973년 뉴욕 브롱스에서 뉴욕한국학교를 설립했다.
뉴욕한국학교의 개교기념일은 5월5일 어린이날이다. 미국실정에 맞춰 새 학년이 시작되는 9월 대신 5월의 어린이날이 개교일이 된 것은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에 목말랐던 당시 “이미 준비가 된만큼 기왕이면 어린이날에 맞춰 학교문을 열자”고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허병렬 이사장은 “어린이날이야말로 한국학교 설립이념과 딱 들어맞는 날”이라고 미소짓는다.
처음 등록된 학생수는 20가정의 자녀 32명이었다. 공개수업 형태로 초급반을 허병렬 이사장이, 중급반을 김혜순 교사가 맡았다. 허병렬 이사장은 컴퓨터는커녕 복사기도 없던 1973년부터 타자기를 이용해 학교문집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한국학교는 물론, 미동부의 한국학교 역사가 상세히 기록될 수 있었다.
특기할만한 것은 뉴욕한국학교의 연극발표 행사였다. 어린이연극이 가장 효과적인 한국어교육 방법의 하나라는 신념을 가진 허병렬 이사장은 개교 이래 40년이 넘도록 연극 공연을 하고 있다. ‘흥부전’(1986년) ‘심청전’(1998년) ‘나무꾼과 선녀’(2005년) 등 뉴욕한국학교의 연극은 미주한인사회의 어린이 연극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병렬 이사장은 1973년부터 2009년까지 36년간 교장직을 맡았고 2대 교장은 자신의 제자이기도 한 최선경 교장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올해 3대 교장으로 유숙희 교장이 부임했다. 흥미로운 것은 뉴욕한국학교가 처음에 교장없이 개교를 했다는 것이다. 오로지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둘뿐 행정직책에 거의 관심이 없는 허병렬 이사장을 주변에서 설득해 개교하던 해 11월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교장을 맡게 된 일화가 있다.
뉴욕한국학교의 커리큘럼은 모국어로서의 한국어와 음식 풍속 찬란한 문화유산을 통한 자부심 고취를 주안점으로 짜여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다문화가정 자녀, 입양아, 한류덕분에 찾아오는 외국인 학생까지 다채로운 구성원을 자랑한다.
<꼬리뉴스>
뉴욕 일원 한글학교 어린이날 기념행사 다채롭게 열려 <2015.5.4>
독도의날 잔치, 한국문화 행사, 동요부르기 대회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m0604&wr_id=4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