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는 18일 최근 맨하튼의 센트럴 시너고그(유대교 회당) 수석 랍비로 인준된 안젤라 워닉 북덜(42)이 “불교신자인 한국인 어머니와 유대계 미국인사이에 태어났다”며 아시아계 여성으로 유대교의 영적 지도자가 된 배경 등을 소개했다.
안젤라는 1972년 이설자 씨와 미군부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프레드 워닉씨 사이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워싱턴주 타코마로 이주, 유대교 회당에 나가며 종교생활을 해온 그녀는 아직도 주변에서 “내가 정말 유대인인지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뉴욕의 센트럴 시너고그의 피터 루빈스타인(71)의 뒤를 이을 수석랍비로 선출된 것은 지난해 12월 6일이다. 맨해튼의 최중심인 렉싱턴 애버뉴와 55스트릿에 위치한 센트럴 시너고그는 17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회당이다.
면적이 8만스퀘어피트에 달하고 100여 명의 풀타임 직원이 근무하며 1년 예산이 3000만 달러가 넘는 이곳의 수석랍비에 여성이, 그것도 아시아계가 선출된 것은 놀라운 뉴스였다.
저널은 지난 7일 총회 인준을 받고 오는 7월부터 정식 임기를 시작하는 그녀가 “뉴욕은 물론, 미 전역의 주요 시너고그를 이끄는 몇 안되는 여성 랍비이며 유일한 아시안”이라고 놀라워했다.
북미와 이스라엘 유대지도자들을 양성하는 웩스너재단의 엘카 아브라함슨 회장은 “그녀는 새로운 여성 세대를 대표하는 진정한 선구자”라고 평가했다. 북미 최대의 랍비 조직인 미국랍비중앙회의(CCAR)는 개혁파운동 랍비의 30%가 여성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랍비 임명은 미국 유대교가 중대한 전환기에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유대인이라고 말하는 미국 성인의 숫자는 1950년대 말이후 절반으로 떨어졌다. 시너고그와 다른 회중 교회당에 소속된 유대인 성인은 3분의1이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트럴 시너고그는 지난 수년간 300가족이 정식 교인으로 등록하기 위해 2년을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안젤라 북덜 랍비는 “교인들이 회비를 내는 전통적인 시너고그 모델은 이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유대교의 ‘대축제일’의 경우 20개국에서 20만명이 화상예배에 참여한 것이 그같은 예이다. 이젠 유대인들도 특정 회당의 정식 교인이 되기보다는 원하는 예배를 보는 회당을 고르는 ‘부티크 유대교’ 시대라는 것이다.
열네살때까지 안젤라는 거주지역 시너고그의 음악교사로 활동했다. 열여섯살 때 이스라엘 여행을 떠난 것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거리에서 아시안은 전혀 볼 수 없었다. 항상 내가 이상한 존재인 것 같았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동급생들이 늘 그녀에게 정말 유대인이 맞냐고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랍비가 되기로 결심했다. 예일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헤브루 유니언 칼리지에 진학했다. 지난 1999년 캔토어(유대교 의식의 찬양 인도자)가 됐고 2년 뒤 마침내 랍비가 마침내 됐다.
WSJ는 “북덜 랍비는 흔치 않은 문화적 배경외에도 다른 것이 하나 더 있다”면서 그녀가 미국과 캐나다 통틀어 랍비와 캔토어 직을 동시에 맡은 12명중 1명이라고 소개했다.
2006년 뉴욕의 센트럴 시너고그에 ‘시니어 캔토어’로 부임했을때 그녀의 사무실은 전통에 따라 랍비들과는 다른 층에 따로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 같은 층으로 옮겨지는 조치가 취해졌다.

그녀와 선임인 루빈스타인 랍비는 보기드문 협력관계이기도 하다. 그들은 설교나 토론 음악에 걸쳐 서로의 생각을 혼합하고 있다.
북덜 랍비는 종종 음악에서 팝문화를 섞기도 하는데 스티브 윈우드의 히트곡 ‘더 높은 사랑’을 히브루 찬송가에 넣은 파격도 선보인다.
시너고그 이사진중 한사람인 애비게일 포그레빈은 “연주와 의식을 합친 결과는 믿을 수 없었다. 많은 회중들이 랍비 북덜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감정의 절제능력을 칭찬한다”고 말했다.
센트럴 시너고그에서 23년을 봉직한 랍비 루빈스타인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안젤라는 전문가로서 나와 절대적으로 동등하지만 마치 내 자식이 성장하는 것처럼 부모의 마음으로 그녀를 보게 된다”고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뉴욕=민병옥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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