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내 얼굴이 있네.."
이용수할머니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일 캘리포니아 풀러턴 뮤지엄. '잊혀진 얼굴들: 2차대전 위안부들(Forgotten Faces: The Comfort Women of World War II)' 전시회가 열리는 이곳을 찾은 이용수할머니는 이창진 작가의 작품 앞에서 얼어붙은 듯 시선을 고정시켰다.
'위안부모집'이라는 주제의 설치미술로 잘 알려진 이창진작가의 작품 속에는 곱고 단아한 자태의 여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용수할머니의 18세 무렵 초상(肖像)이었다.
이용수할머니는 동행한 가주포럼 김현정 사무국장에게 나지막히 "이 사진을 어떻게 찾았을꼬.."말하며 회한 가득한 먼 옛날의 기억속으로 빠져드는 듯 했다.
이번 전시회는 이창진작가의 설치작품과 위안부초상화가로 유명한 스티브 카발로 화백의 그림들, '위안부 사진전'으로 주목받은 얀 배닝의 작품들을 한곳에 모은 것으로 그림과 디지털아트, 사진 등 위안부를 소재로 한 작가들의 첫 합동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이용수할머니는 지난달 22일 샌프란시스코 시의회에서 미국의 대도시로는 사상 처음 위안부기림비 건립결의안이 통과되는 또하나의 역사를 지켜보고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간담회를 갖는 등 활발한 행보를 계속해 왔다.
지난달 5일 개막돼 11월1일까지 계속되는 전시회를 둘러보기 위해 김현정국장과 함께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서 한시간쯤 떨어진 풀러턴 뮤지엄을 찾게 됐다. 켈리 치드스터 큐레이터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던 이용수할머니에게 작품 하나하나가 예사로울리 없었다.
이창진 작가는 2013년 맨해튼과 브루클린 일대에서 '위안부 모집'이라는 광고형태의 작품을 시내 한복판에 게시해 큰 화제를 모았다.
실제 위안부 피해자인 네덜란드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와 대만의 피해 할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과 ‘위안부를 구합니다'라는 영어와 한자 제목을 단 것이었다. 당시 설치작품은 오른쪽 하단에 QR 코드를 넣어 스캔하면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저질렀던 강제 위안부 만행(蠻行)의 역사를 볼 수 있도록 했다.
2년전 거리 전시회엔 외국인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만 있었지만 이번 전시엔 이용수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어서 한인들에겐 더욱 리얼한 느낌을 주고 있다.
뉴욕과 뉴저지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카발로 화가는 지난 20년간 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을 주제로 수백점의 그림을 그렸다. 뉴저지 팰리세이즈팍 도서관 큐레이터를 맡고 있는 그는 해외 최초의 위안부기림비 동판 디자인도 직접 만들었고 기림비가 도서관 앞에 건립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인도계 네덜란드인인 얀 배닝 작가는 국가권력과 전쟁, 정의를 주제로 한 작품활동을 해 왔으며 인도네시아 출신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관한 초상 사진들로 반향(反響)을 일으킨 바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전시장 한켠에 마련된 동영상을 감상하고 군국주의 일본이 태평양전쟁기간동안 아시아일대에 설치한 수많은 위안소 지도를 발견하고는 당신이 2년동안 생지옥의 체험을 한 타이완 섬을 가리키기도 했다.
이날 단체관람 온 여성단체 회원들과 함께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일본군의 만행과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작가들은 물론,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치드스터 큐레이터의 손을 잡고 풀러턴 뮤지엄에도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현정 국장은 "고령의 할머니께서 시차와 긴 여정에도 강인한 의지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시다. 일본군 강제위안부 역사를 통해 오늘날 여성에 대한 반인권범죄의 경각심(警覺心)을 강조하시는 모습에 머리가 수그러진다"고 말했다.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위안부라 하지 마라“ 이용수할머니 EBS 시대의 초상
https://www.youtube.com/watch?v=O5gmoIP9WYI
강제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 "일왕 내 앞에 무릎 끓고 사죄해야"
KBS '양영은의 인터뷰 선물' 12회
https://www.youtube.com/watch?v=H9mR6_Ej2ns
강제위안부 범죄 동영상 모음
https://www.youtube.com/watch?v=GMlrkwMEMb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