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을 상대로 이중혼인 사기로 물의를 일으킨 주한미군 사건과 관련, 미국 언론이 첫 보도를 해 비상한 관심이 일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6일 인터넷판과 종이신문에 주한미군 스콧 풀러(40) 상사가 한국 여성 레이첼 이(43) 씨를 상대로 저지른 충격적인 이중혼인 사건을 뒤늦게 대서특필(大書特筆)했다.
이씨는 풀러 상사가 한국에서 복무하던 지난 2013년 12월 결혼했으나 이듬해 5월 풀러 상사가 본국 전출 명령을 숨기고 사라진 후 중혼(重婚)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됐다. 풀러 상사는 결혼 당시 독신임을 증명하는 미대사관 명의의 가짜 서류(Pre-marital certification)를 한국정부에 제출해 혼인신고를 했고 이후 재판과정에서 미국에 있는 본부인과의 가짜 이혼서류를 제출해 징역 8월의 1심을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받았다.
이씨는 미군이 풀러상사를 지난 1일부로 전역조치한다는 것을 알고 지난달 19일 소속부대였던 2사단 사령관 시어도어 마틴 소장을 찾아가 불명예제대 조치를 강력 요구했으나 거절되고 재판비용 등 약간의 보상을 제시받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이날 보도에서 한복을 입은 이씨와 풀러상사의 결혼식 사진 두장과 풀러상사가 미국 부인과의 결혼식 사진을 싣고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미국 독자들에게 전했다.
포스트는 "이씨는 뉴욕출신의 풀러상사를 처음 봤을 때 이상형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한국 전통의 결혼식을 한 그녀는 그러나 지금 상처난 가슴과 함께 5만달러의 카드빚만 남아 있다. 남편은 뉴욕 라클랜드카운티에 아내와 두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었기 때문이다"라고 기사를 시작했다.
풀러 상사는 현재 뉴욕주 뉴시티에서 아내 마리안과 딸(6) 아들(4)과 함께 있지만 지구 반대편의 이씨는 전화통화에서 "자살하고 싶을만큼 너무나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비탄에 빠진 심경을 드러냈다.
피해자 이씨를 위해 일하는 뉴저지 포트리의 하워드 마이로위츠 변호사는 "이씨의 정신적 충격이 너무나 크다"고 전했다. 포스트는 이씨가 풀러상사의 휴대폰을 초기화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미국 부인에게 결혼기념일에 꽃배달과 이메일을 한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씨의 경찰 신고로 풀러상사는 지난해 10월31일 재판에서 징역 8개월형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이후 풀러상사를 조용히 본국의 뉴욕주 포트 드럼에 전출을 보냈다. 마이로위츠 변호사는 풀러상사가 (한국 당국은 물론) 주한미군에도 가짜 서류를 제출해 중혼과 사기 등의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풀러 상사를 징계(懲戒)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뉴욕포스트는 풀러상사가 독신임을 입증하는 주한미대사관의 서류와 본부인 마리안과 이혼했다는 서류를 모두 위조했으며 해당 문서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속부대는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고 풀러 상사와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풀러상사의 부인이 "이씨는 남편과 합법적으로 결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이로위츠 변호사는 "이씨가 피해를 본 5만달러를 배상 받는 길을 찾고 있다. 미군이 외국에 나가서 이런 짓을 저지른건 정말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40대 韓여성 주한미군에 '중혼사기' 피해 뉴욕서 소송 <2015.10.30>
40대 한국여성이 유부남인 것을 속이고 결혼한 주한미군을 상대로 뉴욕에서 소송을 의뢰한 가운데 미대사관과 미법원 명의의 가짜서류가 한국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30일 뉴욕의 송동호종합로펌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이모(43) 씨는 주한미군 2사단 소속 F상사(40)가 기혼자임을 속이고 혼인을 맺은 피해와 관련, 미국에서 공문서 위조 및 결혼사기 등의 소송을 의뢰(依賴)하는 한편, 주한미군에 F상사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19일 경기도 소재 2사단의 시어도어 마틴 소장을 만나 이중혼인 사기 피해를 입힌 F상사의 불명예제대를 강력 요구했으나 마틴 소장은 이를 거부하고 소송 비용 등 물질적 보상을 할 수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F상사가 한국에서 복무하는 동안 만나 청혼(請婚)을 받고 2013년 12월 결혼을 했다. 이씨가 결혼식 후 왜 혼인신고를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이야기하자, F상사가 결혼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증서(Pre-Marital Certification)를 건네 이듬해 4월 혼인신고를 마쳤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던 이씨는 F상사가 5월 본국에 전출명령이 난 것을 숨기고 미국에 간 뒤 본부인에게서 이메일이 날아오는 일련의 사건으로 사기결혼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미군은 본국에 있던 F상사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고, 이씨 또한 중혼사기혐의로 경찰에 신고해 한국 법원에서도 재판이 열리게 됐다.
송동호로펌은 "한국에서 미군이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결혼 여부를 확인하는 증서(Pre-marital certification)를 받아야만 하는데 F상사는 이 서류를 위조(僞造)하여 건넸고, 피해자 이씨는 이 서류를 믿고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법원은 지난해 10월 F상사가 미대사관의 서류를 위조한 사실을 확인하고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이후 F상사는 잘못을 빌고 이혼서류(Judgement of Divorce)를 들고 와 미국의 부인과 이혼이 됐으니 재결합하자고 이씨를 설득했다. 지난 2월엔 주한미군 가족에게 발급되는 이씨 사진이 들어간 부대출입증까지 내주며 이씨를 믿게 하고 선처를 바라는 피해자 탄원서까지 접수시킨 끝에 4월 항소심에서 벌금 1천만원으로 감형이 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의 법원과 주한미군에 제출된 F상사의 이혼서류(사진) 역시 가짜였다는 사실이다. 송동호로펌은 "F상사는 이 서류를 이용해 주한미군 신분증을 발급받았고 이씨는 물론, 한국 검찰과 법원까지 농락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8월 F상사의 부인으로부터 잇단 협박성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법원의 선처를 받기 위해 또 한번 연극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씨 케이스를 진행하는 송동호로펌의 하워드 마이로위츠 변호사는 "뉴욕주에서 발급받았다는 이혼서류는 가장 기본적인 인덱스넘버(문서번호)부터 가짜다. 판사이름도 허위라는 사실은 뉴욕주법원 웹사이트에 인덱스 넘버로 확인하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2사단 소속 F상사가 이달말로 명예전역을 한다는 것을 알고 지난 19일 사단장 마틴 소장을 찾아가 소송 방침과 함께 불명예제대를 강력 요구했다. 그러나 마틴 소장은 "피해자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미 조기 전역 조치 등 사실상의 징계가 내려졌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그는 다만 미군 골프장 라커룸에 있는 피해자의 골프클럽을 돌려주고 소송 등으로 발생한 비용은 미군법상 139조에 의거, 약간의 보상을 해줄 수 있으니 F상사의 제대일인 11월1일 이전까지 청구하라고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2사단 법무장교가 송동호로펌에 보내온 서한에 따르면 "새롭게 발생한 F상사의 문제와 곧 전역한다는 사실을 한국 검찰에 통보했으나 '추가 기소할 의사가 없다'고 해서 우리도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며 책임을 한국 검찰에 사실상 떠넘겨 또다른 파문(波紋)이 예상된다.
미군법상 139조는 주둔 미군이 민간인에게 재산상의 손실을 끼쳤을 때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보상을 명시하는 조항이다. 송동호 로펌은 "가짜서류로 주한미군의 신분증이 쉽게 발급됐다는 사실이 어처구니없다. 불명예제대 조치를 거절한 것은 주한미군의 허술한 관리체계가 부각되는걸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로위츠 변호사는 "소속 부대까지 속여 신분증을 부정 발급받은 군인을 엄격히 벌하지 않고 명예제대시키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미군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하며. 이씨 케이스는 사회 정의에 따라 판결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