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70대 한인이 병상에서 박근혜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에게 가슴절절한 공개편지를 보내 관심을 끌고 있다.
백영현(73) 1492그린클럽회장은 지난달 31일 '박대통령과 아베총리 두분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서한을 공개했다. 백영현 회장은 지난달 15일엔 뉴욕의 로컬언론에 '박근혜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실어 화제를 모은 주인공이다.
환경운동가이자 통일운동가인 그는 당시 편지에서 "대한민국이 세계 초강대국인 갈등과 긴장을 노출하고 있는 세계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호소한 바 있다.
보름여만에 그가 두 정상에게 공개편지를 쓰기로 한 것은 이유가 있다. 이 편지를 쓰기 직전 그는 죽을 고비를 넘겼다. 30일 저녁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세로 갑자기 졸도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것. 병원측의 신속한 조치로 그는 10시간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백영현 회장은 1일 "병원측은 깨어난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한다. 지금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하늘도 아시는 것 같다"고 힘없이 미소지었다.
그는 위안부이슈 등 역사인식문제로 심각한 불협화음(不協和音)을 보이고 있는 한일 양국의 관계를 이대로 방임해서는 안된다는 재외동포의 충정(忠情)에서 두 정상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지난 6월 미국에서 발매된 한일수교 50주년기념 우표들과 평화공원 동영상, 그리고 편지였다.
백영현회장은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70대 노인이지만 감히 두 정상에게 직언을 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정상회담 직전까지 양국의 분위기가 냉랭(冷冷)했고 서한과 우표등을 전달하는 작업도 무산돼 너무 스트레스로 다가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일수교 50주년기념우표는 그가 공동대표로 이끄는 '일전퇴모(일본전범기퇴출 시민모임)'가 미 우정국 우표 공식계약업체인 골든애플즈를 통해 발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무궁화와 벚꽃이 소담스럽게 피어난 두종의 우표는 전범기에 대한 단호한 퇴출의 노력이 기실 일본을 위한 것이며, '한일 양국이 진정 가까운 이웃이 되자'는 선의의 손짓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백영현회장은 인터뷰에서 일본의 바른 역사인식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역사에 발목을 잡혀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한일 모두에게 막대한 손실이고 양국민간 불신의 골이 깊어질뿐이라고 지적했다. 역사는 역사대로 바로 잡되, 한일양국이 상호 이익과 우호를 위해 잡을 것은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한은 "두 나라가 옛 과거를 말끔히 씻어내고 좋은 양국의 미래를 함께 가꿔나가자고 약속한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았습니다. 두분께서 마주하시며 지난 50년을 회상하시겠지요"라고 시작됐다.
이어 "두분이 대좌(對坐)하신 가운데 밥상을 들여다보니 따스한 일본녹차나 지리산작설차 한잔 보이지 않습니다. 곤혹스러운 두분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이를 지켜볼 두나라의 좋은 국민들 2억2천만명의 머릿속을 헤아려 봅니다. 양국간 4천년 역사속에 이토록 가난하고 궁핍한 밥상은 없었습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멀리 뉴욕에서 영상과 사진으로나마 선물을 올립니다. 미국생활 사반세기, 평생을 바쳐 마련한 것이오니 뜻있게 받아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미스김라일락과 일본라일락이 사이좋게 피고 있는 뉴저지 페어론 평화공원 5주년 기념식 동영상과 한일수교 50주년 기념우표를 들고 있는 것이었다.
5년전부터 라일락을 통한 한국과 일본의 화합을 도모(圖謀)하고 있는 그는 평화공원에 미스김라일락과 일본라일락을 중심으로 페르샤 라일락 등 세계 15개국 라일락들을 심고 있다. 인근 파라무스와 테너플라이의 공원에서도 마찬가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봄엔 버겐 리저널 메디컬 센터내 정원에 라일락 60여 그루와 소나무를 심고 실내 화원 '그린 하우스' 식목 행사도 가졌다.
뉴저지한인사회가 해마다 추석대잔치를 여는 뉴오버펙 파크에서 펼쳐지는 프로젝트는 백영현 회장에게 필생의 사업이다. 버겐카운티정부 차원에서 100만평 부지에 세계라일락공원을 비롯, 소나무와 무궁화, 유채꽃, 연산홍 등의 7개 플랜트를 조성하는 해외 최대의 '한국식물 파크' 프로젝트가 10년 계획으로 진행되고 있다.
백영현 회장은 서한 말미에 "아베 수상께서는 일본라일락 1만그루, 일본벚꽃 1만그루, 우리 대통령께서는 제주왕벚꽃 1만그루, 설악산단풍 1만그루를 10년에 나누어 향후 진행될 뉴욕 뉴저지 25개 공원을 위해 기증해 주십시오"라고 두 정상에게 간곡한 부탁을 했다.
"중국혁명을 이끌었던 손문(孫文) 선생은 칙칙한 황하가 맑아질때까지 기다릴 수 없노라고 말했습니다. 수교 50년동안 기다려온 우리 국민이말로 더 기다릴수 없겠지요. 10년전 버려진 공원에서 지금 숲을 이루는 평화공원에서 미국에 사는 한일 양국국민들은 역사의 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탄소와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악마라면 평화공원은 수많은 천사들이 태어나는 산소제조공장입니다. 두분 회담이 아무리 가난한 밥상이더라도 평화공원을 위해 수만그루의 나무를 기증한다면 진정한 역사의 화해를 이루고 양국 국민들 사이에 피어나는 우정의 새싹이 될 것입니다."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라일락처럼 韓日도 화합하길” 美 라일락공원 조성 백영현회장 <20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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