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독창적인 미술사조로 재평가 받으며, 국제 미술계를 달구고 있는 단색화(單色畵)와 한국 고유의 달항아리 작품들이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대거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대표적 문화공간인 레콜레타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텅 빈 충만: 한국 현대미술의 물성과 정신성'(기획 정준모)이 화제의 전시회다.
이 전시는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대사 추종연)이 주최하고, 중남미한국문화원(원장 이종률), 레콜레타 문화센터, (재)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선영)이 공동 주관,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정부 문화부의 후원으로 열리고 있다.
단색화의 선두그룹으로 꼽히는 최명영과 서승원을 필두로 김춘수, 김택상, 문범, 박기원, 이승조, 제여란, 천광엽 등 무궁한 발전 잠재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포스트 단색화 그룹 작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권대섭, 김익영, 문평, 이강효, 이기조, 5인의 달항아리 작품 등 총 65점이 아르헨티나 관객들을 맞고 있다.
이날 개막식에는 추종연 대사와 이종률 한국문화원장, 클라우디오 파트리시오 마세티 레콜레타 문화센터 관장, 아르헨티나 대표 일간지 라 나시온(La Nacion)의 알리시아 데 아르테아가 문화예술편집장 등 현지 주요 인사들이 참석, 한국의 단색화와 달항아리에 나타난 한국 특유의 색과 깊이에 큰 관심을 표했다.
개회사에서 클라우디오 파트리시오 마세티 관장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전시 프로젝트에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영광이다. 관람객들이 아르헨티나에서 아직 많이 소개되지 않았던 한국 미술작품에 내제된 한국 고유의 미적 감각과 정신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추종연 대사는 "아르헨티나 내 한인 이민 50주년을 계기로, 한국 미술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단색화와 달항아리 작품들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소개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는 소감과 함께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달 항아리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추 대사가 참여 인사들에게 "이제 국제적으로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단색화'를 다함께 소리내어 말해보자"고 하자, 참여자들 모두 "단색화!"하고 크게 외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번 전시를 위해 힘쓴 라 나시온의 알리시아 데 아르테아가 문화예술편집장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처음 한국의 단색화를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고, 그 이후 단색화의 팬이 되었다"며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아르헨티나에 소개하는 전시가 성사되어 매우 뿌듯하다"고 밝혔다.
정준모 전시감독의 가이드 투어에서 내외귀빈들은 설명에 귀기울이면서도, 전시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등 적극적으로 한국 미술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이어 김춘수 작가의 작품 시연(試演) 퍼포먼스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붓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작업을 하는 김춘수 작가가 "이 퍼포먼스는 세계 최초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장갑을 낀 손에 물감을 묻혀 캔버스에 갖다대자 참석자들이 모두 숨죽이고 그 과정을 바라보았다. 퍼포먼스 마지막에 김 작가는 직접 준비해 온 스페인어 대본을 읽으며 마무리해 큰 박수를 받았다.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은 개막일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전시연계 세미나 '한국 현대미술의 여정'을 준비했다. 알리시아 데 아르테아가의 사회로 시작한 세미나에서는 정준모 감독이 1시간 동안 한국의 단색화가 탄생하기까지의 역사와 배경에 대해 열띤 강의를 펼쳤고, 참석자들은 "다소 생소했던 한국 미술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텅 빈 충만’전은 그 열풍을 우라나라의 지구 반대편이자, 남미의 문화수도라고 불리는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끌고 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종률 문화원장은 "레콜레타 문화센터는 주말에만 평균 1만5천여 명의 현지 관람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가장 대중적인 문화공간"이라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 단색화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업들을 현지에 보다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뉴욕=민지영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한국의 단색화 어떻게 다른가
한국의 단색화는 외형적으로는 서양의 미니멀리즘 회화(繪畫)와 비슷해 보이지만, 한국 특유의 감성과 정신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예컨대, 달 항아리는 단단한 형태와 달리 그 안은 텅 비어있다. 그러나 내용물이 없는 이 공간은 보는 이에게 오히려 충만함으로 전달된다.
한국의 단색화 또한 구상적인 내용을 배제하고, 빛과 색의 성정을 화폭에 가득 담아 모자람 없는 한국인의 자연관과 미의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단색화에 담긴 한국 특유의 미적 감각이 뉴욕, 런던, 바젤, 홍콩, 베니스 등 최근 국제 무대에서 인정을 받으며 국내외에서 단색화 열풍이 불고 있다.
전시제목: 텅 빈 충만: 한국 현대미술의 물성과 정신성
(La Plenitud de la nada: Empty Fullness - Dansaekhwa y Dalhangari)
전시기간: 2015년 11월 20일 (금) - 2016년 2월 14일(일)
개 막 식: 2015년 11월 20일 (금) 12:30
관람시간: 화-금 13.30-20.30h, 토, 일 및 공휴일 11.30-20.30h
전시장소: 레콜레타 문화센터(Centro Cultural Recoleta) - 전시실 4, 5, 6
전시기획: 정준모 예술감독
전시내용: 한국 고유의 정서적 감성과 정신성을 담고 있는 단색화와 달항아리 작품 전시
참여작가: 서승원, 최명영, 김춘수, 김택상, 문범, 박기원, 천광엽, 이승조, 제여란, 민병원, 이기조, 이강효, 김익영, 권대섭, 문평 (총 15명 - 회화 9명, 사진 1명, 도자 5명)
주 최: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주아르헨티나 대한민국 대사관
주 관: 주아르헨티나 중남미한국문화원, 레콜레타 문화센터, (재)예술경영지원센터
후 원: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정부 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