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안할머니 천안함 순국장병, 불우이웃돕기 등도 거액 희사뉴욕의 거리에서 채소 등 야채를 팔며 근근히 모은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寄附)하는 한인할머니가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주인공은 올해 86세의 이금안 할머니. 뉴욕 플러싱의 거리에서 채소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이 할머니가 최근 퀸즈희망나눔재단에 1만500달러를 쾌척(快擲)했다.
더욱이 이번 기부는 2010년 4월 천안함 희생장병 유가족돕기 성금 4천달러와 저소득층 자녀 장학금 7천달러에 이어 세 번째 통 큰 기부여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하 사진 교회일보 제공> 이금안 할머니가 퀸즈희망재단에 기부하게 된 것은 얼마전 언론보도를 통해 희망나눔국밥 캠페인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퀸즈희망나눔재단 김진철(37) 사무총장이 지난 2월 시작한 ‘희망나눔국밥’ 운동은 돈이 없을 때 나눔국밥집에 들러 공짜로 먹은 후 여유가 생기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 국밥값을 기부하는 캠페인이다.
김진철 총장은 폭설과 강추위로 마음과 몸이 모두 얼어붙었던 지난 2월부터 노숙자들과 연세 많은 한인 노인들에게 국밥을 제공해 훈훈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보도를 접하고 이 할머니는 전화를 걸어 “나도 국밥 한 그릇 먹을 수 있냐”고 물었다. 김 총장은 교통사고로 허리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모시고 국밥을 드실 수 있도록 도왔다.
김 총장이 승용차가 없어 다른 차를 빌려 태우고 간 것을 알게 된 할머니는 푼푼이 모은 돈을 기부할 결심을 하고 1만500달러를 희사, 중고 코롤라 승용차를 구입하도록 도왔다.
김진철 사무총장은 “할머니가 지금 희망재단에서 가장 필요한게 뭐냐고 물으시길래 승용차가 있다면 보행이 어려운 분들을 모시기가 쉬울 것이라고 했더니 대뜸 돈을 주셔서 깜짝 놀랐다”면서 “할머니의 뜻에 따라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발이 되도록 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구순을 바라보는 이금안 할머니는 20년전 막내딸을 따라 도미(渡美)한 후 딸의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유니온 스트릿과 38애버뉴 코너에서 비가 오나 눈이오나 하루 14시간씩 채소 장사를 했다.
길에서 장사한다는 이유로 2번이나 경찰에 단속되는 등 고초를 겪은 할머니는 4년전 교통사고로 다리와 목을 크게 다쳐 장사를 접고 집에서 요양 중이다.
당신의 아픈 몸보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할머니는 “4년 전 천안함 사건으로 나라 위해 목숨 잃은 젊은이들 생각만 하면 가슴이 저며 온다.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아픔 속에서 지내고 있을까. 나도 자식을 키운 사람으로 매년 이맘때가 되면 그 젊은이들이 생각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금안 할머니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정말 많다. 희망나눔재단 이야기를 듣고 이 돈이 정말 값지게 쓰인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인생의 전부는 꼭 돈이 아니다. 그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나누며 사니까 기분 좋고 더 젊어지는 것 같다”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뉴욕=민병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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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퀸즈희망재단 ‘희망나눔약국 캠페인’도 시작
김진철 사무총장은 “희망나눔국밥에 이어 얼마 전 루이스약국(약사 황규복)에서 무보험자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가정상비약 패키지를 나눠주는 희망나눔약국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 총장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벌여야 할 아름다운 일이 너무 많다. 이금안 할머니의 사례에서 보듯 기부는 돈이 많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려워도 작은 것이라도 나누며 살자는 기부문화가 한인 사회에도 확산(擴散)이 되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