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입양아출신 영화감독 겸 만화가의 애니메이션작품이 뉴욕 맨해튼에서 상영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작품은 벨기에로 입양돼 프랑스에서 그래픽노블 작가로 활동중인 융 에낭(한국명 전성식)의 ‘피부색깔-꿀색(Approved for Adoption)’이 17일 맨해튼 트라이베카 시네마극장에서 상영된다.
뉴욕한국문화원(원장 이우성)이 ‘2014 한국영화의 밤’ 세번째 시리즈로 기획한 이 작품은 벨기에 양부모 밑에서 자란 한국인 소년 ‘융’이 버림받은 자식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았던 젊은날의 고민(苦悶)과 방황(彷徨), 성장담을 그린 영화다.
2012년 한국과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가 공동제작한 것으로 애니메이션과 실사(實寫)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이다. 융 에낭 감독이 수묵화 양식으로 완성한 자전적 원작만화를 바탕으로 직접 그린 애니메이션에 어린 시절 양부모가 촬영한 홈 비디오 영상을 디지털로 변환하고 한국 제작진과 함께 찍은 영상을 삽입했다.
이 영화는 “풍부한 감성, 유머와 우아함”, “치유와 용기에 관한 이야기” 등 해외 언론의 호평속에 세계 80여개 영화제에 초청됐고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대상, 관객상), 아니마문디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작품상),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관객상, 유니세프상)을 휩쓰는 등 23 차례나 수상했다.
특히, 올해 2월 일본 미디어 아츠 페스티벌 애니메이션 부문 대상작의 영예를 안아 애니메이션 강국 일본에서 외국 작품이 15년 만에 대상을 차지한 기록을 세웠다.
뉴욕=민지영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꿀색’의 피부를 가진 아이
‘피부색깔=꿀색’의 주인공 융은 1960년대 한국에서 태어나고, 홀트 아동복지회를 통해 5살이 되던 해 벨기에로 입양(入養)되었다. 시장에서 경찰에 발견된 미아로 한국의 고아원에서 ‘전정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융은 벨기에의 양부모와 형제들로부터 ‘융’이라고 새롭게 불리었다.
금발의 푸른 눈과 암호 같은 언어들로 가득한 벨기에에서 혼자만이 까만 머리와 눈동자를 한 융은 모든 게 낯설기만 하였다. 하얀 피부를 가진 서양인의 눈에게 ‘꿀색’의 피부를 가진 5살의 융 에낭을 묘사한 입양서류의 한 줄은 '버림받은 아이'라는 상처를 가슴에 안고 어디에서도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가슴 시리면서도 또 이를 극복해 낸 따뜻한 그의 성장기에 걸 맞는 제목이 되었다.
그의 작품에는 버려짐, 정체성, 뿌리 뽑힌 삶에 대한 고민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영화사는 전한다. 융 감독은 자전적 만화를 그리기 전까지는 '버림 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한국 땅을 밟기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뿌리를 잃어버린 사람, 버려짐, 정체성, 아시아, 형제자매와 같은 주제를 끊임없이 다루어 왔습니다. 제 이러한 욕구는 소설이라는 필터를 거친 모든 소중한 주제들을 다루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작업들은 스스로와의 숨바꼭질을 멈추기로 결심한 그날까지 계속되었고, 제 자신의 이야기 ‘피부색깔=꿀색’을 만들게 되었습니다”라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그와 같이 해외로 입양되어 마음에 고인 말도 하지 못한 채 세상 어디에도 정 붙이지 못하는 이들을 대신하여 감독은 어떻게 그 먼 곳까지 보내지게 되었는지,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해서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있는지 담담히 고백한다.
‘2014 한국영화의 밤’ 프로그램 관람료는 무료이며 영어 자막 서비스가 제공된다. 영화 상영 장소는 트라이베카 시네마 극장(54 Varick St., NYC / ☎ 212-941-2001)이며, 관람은 선착순이다. 기타 문의는 한국문화원(☎ 212-759-9550, ext.#207)으로 하면 된다.
■ 영화 줄거리
국적 벨기에, 서양인 양부모 밑에서 자란 한국인.
같이 사는 엄마에게 ‘썩은 토마토’로 불렸던 반항아(反抗兒).
부모의 관심을 잃고 자신의 존재가 잊혀질까 두려웠던 소년 ‘융’.
‘피부색깔=꿀색’은 버림받은 아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았던 그의 가슴 저린 성장기다. 성공한 만화작가와 감독이 되어서도 떨치지 못하는 마음 속 깊은 곳의 그리움. 중년의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벨기에에서도, 이곳에서도 이방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