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인시장이 '미국판 서울 봉헌(奉獻)'을 연상시키는 법안 발의로 파문이 일고 있다.
LA타임스 등 미국 언론이 캘리포니아 어바인의 최석호(미국명 스티븐 최) 시장이 발의한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 문구 설치안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연이어 내고 있다.
어바인 시는 지난 7월 최석호 시장이 시의회 중앙 벽에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라는 문구를 설치하는 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가 이를 둘러싼 논란을 보도한데 이어 LA타임스가 사설을 통해 강력 비판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는 동서 냉전이 심화된 1956년 이래 미국의 국민적 표어가 된게 사실이다. 당시 미국은 신을 부인하는 공산주의와의 대결구도에서 이 문구를 적극 활용했다.
역사적으로는 남북전쟁 무렵 메릴랜드의 한 농부가 재무성에 이 문구를 표기해달라는 청원을 낸 것이 계기가 되어 1864년 미의회가 정식으로 결정해 오늘날 미국의 모든 지폐 뒷면 상단에 삽입(揷入)돼 있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는 지난 11일 최석호시장이 시의회 중앙 연단 뒤편 벽에 붙이기로 한 'In God We Trust'의 글자 크기를 방송카메라에 잘 잡히도록 당초 8인치 크기에서 8피트로 늘리려 해서 논란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의원들은 최시장의 생각에 동의했지만 애초부터 이 문구 게시를 반대한 베스 크롬 시의원은 "이곳은 시민을 위한 전당이다. 종교적 교리나 원칙이 게시되는 성스러운 장소가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굳이 붙여야 한다면 크게 해서는 안된다"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LA타임스는 13일 '어바인시는 누구를 믿나?(In whom does Irvine trust?)'라는 사설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글자 크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나쁜 생각(bad idea)'"라고 직격탄(直擊彈)을 날렸다.
타임스는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남북전쟁이후로는 '종교적 감상주의'에 따른 것이었고 현대에 들어서는 동서냉전의 산물이다. 오늘날 문화전쟁(Culture Wars)에 뿌리를 둔 종교적 믿음을 시의사당에 부착하려는 시도는 철회(撤回)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한 "이 문구가 냉전시절 미국을 공산블럭과 차별화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수정헌법 1조에 따라 의회는 종교를 세우지도, 지지하지도, 금지하지도 않는다는 것에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의회는 종교인도 있지만 종교가 없는 이들도 오는 곳이다. 종교적 문구를 내세우는 것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LA타임스는 "국민적 표어를 새로 만들거나 150년 역사의 화폐를 새로 디자인하자는 생각은 바보짓이지만 문제의 문구를 부착하는 것은 저항감과 불편함을 주게 될 것"이라며 "시의사당에선 하나님을 찾지 않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국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4년 5월 청년학생연합기도회에 참석해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에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임을 선포한다..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낭송해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뉴욕=노창현기자 robin@newsis.com
<꼬리뉴스>
이명박시장 서울시 하나님께 봉헌 발언 파문
http://kensight.blog.me/130017028409
In whom does Irvine trust?
http://www.latimes.com/opinion/editorials/la-ed-1113-in-god-we-trust-20151113-stor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