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장애아이들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린 김근태 화백이 한국의 서양화가로는 처음 유엔에서 전시회를 갖게 돼 화제가 되고 있다.
김근태 화백은 2015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이달 30일부터 12월11일까지 유엔본부 초청 전시회를 갖는다. 유엔본부 1층 유엔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엔 '들꽃처럼 별들처럼'이라는 타이틀로 모두 52점의 작품이 첫 선을 보인다.
김근태 화백은 그 자신 장애를 갖고 있는 화가로도 잘 알려졌다. 오른쪽 눈을 실명하고 오른쪽 귀의 청각장애에도 불구하고 그는 캔버스에서 예술혼(藝術魂)을 불태웠다. 장애를 딛고 장애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그린 것이다.
올해 그는 3월 목포를 시작으로 대구와 청주 부산 순천에 이어 이달 국회에서 전시를 마치고 유엔이 있는 뉴욕으로 작품들을 보내게 됐다.
그의 그림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싱그러운 자연에 울려퍼지는듯한 평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푸른색 바탕에 황금색 어린이들의 이미지가 자못 몽환적이다. 모델은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로 알려졌다.
김근태 화백는 100호 크기(가로1.3m X 세로1.62m)의 캔버스 77개를 이어붙인 초대형 대작을 그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비발디의 사계'를 모티브로 탄생한 이 작품은 남도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장애 아이들의 조화를 작품에 담아 편견(偏見)을 없애고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표현했다.
이 작품속에는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부터, 입을 벌린 아이, 몸이 뒤틀려 스스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 고개 숙여 눈도 마주치지 않고 누워만 있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환한 빛이 아이들을 에워싸고 있다.
황금빛 아이들은 일곱 번을 덧칠하면서 표현한 것으로 내면의 빛이 발하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보고 한 관객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미소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작품은 유엔본부 전시장의 규모 문제로 60m 길이에 해당되는 52점만 선보이지만 장애인작가가 장애아동들을 주제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과 화제를 모을 전망이다.
한때 그는 "장애인들의 아픔을 혹시나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수차례 자문하고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거두기 위해서는 작품을 통해 당당하게 장애라는 소재를 끄집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
UN대표부 오준 대사는 "김근태 화백의 전시회가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유엔에서 열리게 돼 매우 뜻 깊다"면서 "김화백의 작품들은 인권 보호, 특히 장애인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유엔에서 지적 장애아동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더욱 확대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근태 화백의 유엔전시 개막 행사는 12월3일 오후6시 유엔본부갤러리에서 열린다. 유엔전시회를 마친 후에는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면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눈으로 보고 그리는 어려움이 있지만 고통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그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에 대한 편견을 뛰어 넘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뉴욕=민병옥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100호 100m 대작 오케스트라 음표로 표현
지적장애인의 모습을 100m 화폭에 담아온 김 화백의 작품 '들꽃처럼 별들처럼-100m 프로젝트'는 2012년 7월부터 시작돼 3년여간에 걸친 노작이다.
'2012 들꽃처럼 별들처럼' 전시회에서 50m에 이르는 대작 3점을 시리즈로 선보였던 김 화백은 그이후 '100m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100호 캔버스 77개를 이어붙여 총길이 102.4m에 달하는 그림에는 캔버스를 악보로, 지적장애인을 음표(音標)로 형상화해 장엄한 오케스트라 악보로 표현했다. 조금은 비뚤어지고 누워있는 음표들이 뿜어내는 삶의 모습들이 한폭의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김 화백이 지적장애인과 인연을 맺고 화폭에 그림으로 담기 시작한 것은 1994년으로 목포 앞바다 작은섬 고하도의 '공생재활원'에서 만난 150여 명의 정신지체아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몇년 후엔 '목포장애인요양원'에서 또 다른 정신지체아들을 만났고 일주일에 한두번씩 방문해 그림 지도를 했단다.
지적장애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라 생각하며 화폭에 담고 있는 김 화백은 "장애는 인류가 함께 공존해야 할 다양한 삶의 방식일뿐"이라고 말한다.
이번 UN전시를 앞두고 자금부족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아시아나항공에서 100m 대작을 수송하는 왕복운송비를 지원해 훈훈함을 안겨주고 있다.
김 화백의 '들꽃처럼 별들처럼-100m 프로젝트'는 UN전시에 이어 뉴욕 프라미스 교회 초대 전시회가 연말까지 진행되고 이후 LA와 워싱턴, 휴스턴에 이어 프랑스와 모로코, 독일, 이탈리아, 호주, 영국, 비엔나 스웨던 등 세계 각 도시 순회전이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