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부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사찰 뉴욕원각사에서 팥죽 잔치가 열렸다.
지난 20일 뉴욕주 샐리스베리밀즈에 위치한 원각사 큰법당엔 주지 지광스님과 상민스님, 200명 가까운 불자들이 자리한 가운데 동안거와 동지(冬至) 기도 회향식이 봉행되었다.
이날 법회를 마치고 불자들은 원각사 후원에서 정성껏 만든 팥죽을 나눠 먹으며 올 한 해를 건강하게 보내고 다가오는 새해의 무사안녕(無事安寧)을 비는 모습이었다.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지는 양력으로 12월 22일이지만 이민사회의 여건상 불자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일요일에 동지 팥죽 대중공양을 하게 됐다.
불자들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새알심 팥죽을 먹으며 떠나온 고향을 돌이키며 회상에 젖기도 했다. 이민온지 30년이 됐다는 한 불자는 "한국에 있을 때 동지 무렵 팥죽을 먹던 일이 생각난다. 미국에 살면서 사실 팥죽 먹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절에서 많은 사람들을 위해 대접을 하니 너무나 반갑고 고맙다"고 말했다.
지광스님은 "팥을 쑤어서 먹는 풍습은 추위에 우리 몸에 온기(溫氣)를 주어 영양보충이 되고 전염병도 막는 효과를 갖고 있다. 불교에서는 번뇌로 일으킨 것들을 정화시키는 의미의 동지기도를 한 후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팥죽을 먹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지광스님은 원각사 불자인 허세자씨와 유복순씨에게 각각 '여실행'과 '공덕행'이라는 불명(佛名)을 수여했다.

지광스님은 "불자들이 불명을 갖는 것은 불법을 수행하고 깨달음의 씨앗을 이루는 것으로 불자의 정체성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불자들은 팥죽 공양을 함께 하고 불기 2560년(2016년) 원각사 달력 두종(벽걸이와 탁상용)을 나눠 가졌다.
뉴욕=민지영기자 newsroh@gmai.com
<꼬리뉴스>
"낮의 길이가 다시 길어지는 동지는 무명을 밝히는 불교의 진리"
이날 지광스님은 법문에서 동지의 불교적 의미를 설명하고 지난달 대웅전(大雄殿)상량식을 하며 상량대에 올린 10가지 보현행원(普賢行願)의 의미를 소개했다.
지광스님은 "동지는 새로운 양의 기운이 시작되는 날이라 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길일로 치고 있다"면서 "본래 불교와 동지는 관련이 없었지만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오면서 본래 갖고 있는 민속신앙과 정서, 관습을 배척하지 않고 수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교에서 '탐진치' 삼독으로 살아가는 것을 무명이라고 하여 밝음이 없는 어둠을 말하는데 밝음이 시작되는 동지날 어두운 마음으로 살아온 것을 기도를 통해서 무명을 없애는 의미로 발전시켰다. 불교적으로 아주 의미있는 날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보현 보살은 문수 보살과 함께 석가모니 또는 비로자나불을 협시(脇侍)하는 2대 보살의 한 분이다. 보현 보살의 열 가지 행원(行願)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부처님께 예경하며, 2. 모든 부처님 공덕을 찬탄하며, 3. 널리 공양을 닦으며, 4. 이제까지 지은 바 모든 죄업을 참회하며, 5. 다른 사람이 짓는 공덕을 함께 기뻐하며, 6. 부처님과 선지식(善知識)에게 설법해 주시기를 청하며, 7. 부처님과 선지식께서 세상에 오래 머물기를 청하며, 8. 부처님께서 닦으신 바 모든 행을 따라 배우며, 9. 항상 중생을 수순(隋順)하며, 10.지닌 바 모든 공덕을 일체 중생에게 회향(廻向)하는 것. 온법계 허공계에 무수한 시방세계 삼계의 한량없는 거룩한 부처님께 가여운 어린중생 삼업을 청정히 해 한분도 남김없이 손모아 예배하니 한티끌 티끌속에 불국토 한량없고 한없는 불국토에 부처님 무수하고 가는곳 곳곳마다 부처님 회상인데 보리행 선양하심 청법함이 쉬임없네 거룩한 미타불께 수기를 받고나서 허공계 끝이오고 중생계 다한다면 한송이 연꽃위에 이내몸 태어나서 허넓은 시방세계 두루두루 다니면서 가여운 뭇중생을 제도하기 쉬지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