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뉴욕에 도착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제3국을 통한 북미접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김정은 제1비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리수용 외무상이 반기문 총장의 방북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미국과 북한은 직접적인 북미접촉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미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21일 워싱턴DC 기자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이 리수용 외무상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유엔대표부도 지난 15일 '미국의 소리(VOA)'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리 외무상이 공식일정외에 미국 관리와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리 외무상은 21일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 고위급회의와 22일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파리 기후변화 협정 서명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북한대표부는 "지금은 미국과 대화할 분위기가 아니다"라면서도 "(북미회동)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접촉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해 일말의 여운(餘韻)을 남기고 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유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북미간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앞서 19일 이란의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리 외무상은 지난해에 유엔 행사 참석 차 미국을 방문할 때 이란과 양자접촉을 한 바 있다.
앞서 리 외무상은 중국 베이징을 출발해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를 경유해 20일 오후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다. 리 외무상이 베이징에서 직항편을 이용하지 않고 굳이 두바이를 거쳐 오는 것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유엔 소식통은 "북한 정찰국 요원들이 중동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목된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관계자들과의 접촉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반기문 총장을 만나게 될 리수용 외무상이 반총장의 방북 가능성과 관련한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리 외무상은 김정은 비서의 스위스 유학시절 보좌역(補佐役)이었고 로열패밀리의 구좌를 관리하는 등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으며 2014년엔 김정은 비서의 친서를 반총장에게 전달해 주목을 받았다.
반기문 총장은 지금까지 최소 3차례에 걸쳐 방북을 타진했으나 그때마다 돌발상황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09년엔 막판 북측이 입장을 바꾸면서 계획이 취소됐고, 지난해 5월엔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방북 하루 전 일방적으로 취소됐다. 지난해 11월에도 방북 움직임이 감지됐으나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물거품이 됐다.
지난 10년간 거의 모든 회원국을 방문한 한국 출신 사무총장이 정작 북한 땅을 밟지 못하고 임기를 마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버린 것이다. 평소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남북한 간의 평화와 화해를 도모하고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방북을 포함해서 모든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물론 북한의 5차 핵실험 징후가 포착되는 등 현재 한반도 상황이 호의롭지 않지만 차기 총장후보들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등 퇴임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큰 부담없이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반총장 방북 성사될까..‘김정은 친서’ 주목 (201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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