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무역경제 협력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범위 안에서 전개될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시간을 끈 러시아의 숨은 의도는 남·북·러 프로젝트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극동개발부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장관은 2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에 따른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사업에 대해 "유엔 결의안에 저촉(抵觸)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전개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한국 기업들의 극동지역의 투자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갈루슈카 장관의 인터뷰를 주선한 김원일박사(모스크바 국립대)는 "대북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한·러협력사업으로 끌어들여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돌파구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러시아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마지막 순간까지 대북결의안을 조율(調律)한 데는 현실적인 이익도 있지만 한반도의 급냉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협력사업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지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안보리에서 강력한 대북제재가 협의되는 지난달 중순 극동개발부 세르게이 카차예프 차관 등 대표단이 서울에서 상호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같은 분석을 가능케 한다.
갈루슈카 장관은 "안보리 제재와 무관한 북한과 운송과 에너지설비 분야에서의 공동 계획안은 계속된다. 러시아에선 식료품과 약제품, 연료가 공급되고 북한의 유용광물이 계속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지난해만 150만 톤의 화물이 운송되었다. 지난 가을 폭우(暴雨)로 인해 북한내 도로 구역이 큰 피해를 봤지만 기록적인 속도로 복구되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올해 9월 2~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2차 동방경제포럼에서 한국에서 많이 참석해 기존 투자자들의 계획안들이 어떻게 현실화되는지 확인하고 가능성을 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원일 박사(모스크바국립대)는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국면에서도 협력사업을 해 나가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앞으로도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미국 일본 등과 다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남·북·러협력사업 그리고 북·러, 한·러와의 개별 협력사업에도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같은 정책의 기조에서 2013년 극동개발부 장관으로 젊은 사업가이자 사회운동가인 갈루쉬카를 발탁했다. 극동지역이라는 새로운 지역사업에 신선한 인물를 기용해 새로운 사업방식을 추진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으로 풀이되고 있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경색 등으로 갈루쉬카 장관의 야심찬 극동지역 개발전략, 그중에서도 남·북·러 협력사업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극동지역의 성장잠재력과 실현가능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협력방안들이 모색(摸索) 될 것이라는 희망어린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갈루슈카 장관과의 일문일답.
- 러시아에게 극동은 어떠한 곳인가
"러시아의 극동은 우리나라 자연자원의 보고(寶庫)다. 또한 독보적인 교통-운송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거대한 시장들과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아태지역의 경제구조들과 근접해 있다. 인도보다 두 배나 클만큼 어마어마한 면적이다. 오늘날 아태지역 국가들에게 적합하면서도 경쟁력을 가지는 투자와 사업 경영 조건들의 육성을 기반으로 하는, 이 지역의 발전촉진모델을 세우게 되었다.
- 올해는 어떤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나?
2015년은 사업 경영을 위한 매력적인 조건 창출을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을 수립하는 해가 될 것이다. 첫째로, '발전촉진지역'의 건립이다. 사업 경영을 위해 특혜와 특별 행정 체제가 적용되는 지역으로 생산 활동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배려하고 있다. 또 하나는 자유항(港)들의 망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좀 더 폭넓은 특혜와 우선권을 가지고 항구, 세관, 운송 활동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현재 '발전촉진지역들'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에 외국 파트너를 포함해 150개 이상 기업의 입주 신청서를 받았다. 이는 약 100억 US달러 투자에 달한다."
-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제안하나?
"기본적 측면만을 열거하면 우선 투자자를 위해 '일원화된 창구'가 작동한다. 허가증 획득을 포함해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통과토록 하고 감독 기관들의 모든 검사는 러시아 극동개발부의 동의하에서만 진행된다. 만약 감독 기관들과 논쟁이 발생하면, 극동발전국영회사(러시아정부의 100% 참여회사)가 법정에서 투자자의 이해를 보호할 수 있다. 또한 수입관세를 징수하지 않으며 신속하고 편리한 세관 절차, 지역 노동력이 부족할 경우, 해외노동력 유입의 특전도 주어진다. 극동발전기금으로 투자자의 공동투자 가능성을 열고, 투자계획이 실현되는 최초 5년은 소득, 재산, 토지에 대한 세금이 없다. 이밖에 토지 사용과 인프라 보장에 대한 할인율이 60%까지 보장된다."
- 극동개발부의 대표자들이 농·공기금 계획안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한국에 머물렀는데.
"지난해말에 중국 파트너들과 함께 공동 농공 기금을 조성했다. 1월에 설립 합의서를 체결하였고 2월 초에 문서가 작성돼 현재는 설립 단계-공동출자 투자펀드를 러시아 51%, 중국 49%로 구성하고 있다. 중국 펀드와 유사하게 한국 파트너들과도 같은 구조의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에서 차관이 주관 기관들, 농공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인들, 한국 금융기관들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 러시아와 외국파트너들은 어떻게 협조할 수 있나
"아다시피 토지는 러시아 것이고 러시아에 등록된 회사들이 일을 하며 노동력은 80%가 러시아가 제공한다. 외국 파트너는 자본과 시장을 맡는 것이다. 파트너들의 이해는 분명하다. 자기 자본을 이용하여 질 좋고 깨끗한 환경의 농업생산품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농업생산이 발전하며 일자리가 창출되고 세수를 얻고 판매시장에 생산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 연해주에 한국 병원들의 선진 경험을 적용한 의료 클러스터 조성 계획안이 눈길을 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주요 외국 병원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지금 러시아연방정부에 의해 마련되고 있다. 법안은 한국 측에도 제시될 것이다. 우리의 제안서들은 한국의 보건복지부, 한국무역협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과 논의되었다. 필요하다면 우리는 파트너들의 건설적 제안서들을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계획안의 현실화를 위해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내의 한국의료센터 건립 모델을 연구할 공동 실무 그룹이 구성되었다.
- 북한의 핵실험 등 최근 사태가 러시아 극동발전 계획에 차질을 빚은 가능성은?
"북한과의 무역 경제 협력은 유엔 안보리의 결정에 반대되지 않는 부분에서만 전개될 것이다. 운송과 에너지설비 분야에서의 공동 계획안들은 계속된다. 북한으로 러시아 생산품-식료품, 약제품, 연료-의 공급도 계속된다. 북한에서는, 러시아 기업들에 이익을 주는 유용광물이 공급되고 있다."
- 대북제재외에 러시아와 서구의 관계 악화가, 북·러 협력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겠나?
"하산-나진 계획안에 관해서라면, 이미 지난해 풀가동되기 시작했다. 2015년에만 150만 톤의 화물이 운송되었다. 지난해 가을에 폭우로 인해 북한 영토 내의 도로 구역이 큰 피해를 봤지만 북한 파트너들의 노력으로 도로는 기록적인 속도로 복구되었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러시아 극동 사업에 관심을 표명하고 협력을 해준 한국 파트너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올해 9월 2~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2차 동방경제포럼에서 한국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겠다. 그 포럼에서 다른 투자자들의 경험을 들어보고 투자 계획안들이 어떻게 현실화되는지 확인하고 적절한 투자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모스크바=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갈루슈카 장관은?
1975년 모스크바주에서 출생한 갈루슈카 장관은 1997년 모스크바국립사회대학교 경제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아내와 세자녀를 둔 그는 몇 개의 기업컨설팅회사를 설립, 운영하다 만 38세의 나이에 2013년 9월부터 극동개발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됐다.
갈루슈카장관의 발탁은 외부에 알려진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받았다. 그는 친푸틴 성향의 사회조직 '전러시아국민전선'에서 경제 분야를 전문으로 담당했고 대통령 직속위원회 산하 경제․사회개발 관련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특히 2011-2012년에 극동지역과 동시베리아지역 사회 경제 개발을 위한 국가위원회에서 활동 당시 각종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능력을 발휘해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