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85세를 일기로 타계(他界)한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마지막까지 한민족의 상고사에 관한 열정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박성수 교수는 대한민국 민족사학계의 큰 인물로 평생을 한민족의 시원(始原) 역사와 독립운동사 등 민족정신을 앙양(昂揚)하는데 혼신(渾身)의 힘을 다한 주인공이다. 그같은 노력에 힘입어 2014년 세계환단학회가 창설되었고 러시아의 심장부 모스크바에서 뜻깊은 국제학술대회가 성사될 수 있었다.
지난달 20일 모스크바 코로스톤 호텔에서 열린 학술대회는 '한반도와 유라시아 문명의 대화'를 주제로 러시아의 내로라하는 한국학 학자들과 한국의 역사학자들이 사상 처음 함께 했다. 한민족 상고사와 유라시아 문명의 상관관계를 짚어보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환국과 배달, 단군조선으로 이어지는 9천년 역사의 한국상고사가 일제의 조작(造作)으로 신화로 치부(置簿) 되는 현실에서 20세기이후 중국 내몽골과 요서 지역 일대에서 발굴된 홍산문화를 한러학자들이 조명하고 "고조선이 조선 사람들에 의해 스스로 건국되었다", "발해는 육해상로를 갖춘 대국이었다"는 연구를 러시아 학자들이 발표한 것은 고무적인 성과였다.
박성수 회장은 성균관대 교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실장 및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부장을 역임했다. 정년이후에도 한국 상고사를 규명하고 세계에 알리는 세계환단학회 회장과 사단법인 대한사랑 이사장을 맡는 등 정력적인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것도 인류시원의 역사가 담긴 환국의 땅(바이칼 호수)이 있는 러시아에서 한국과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개회사에서 박성수 회장은 "역사 속에는 민족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 혼이 죽은 역사, 고금이 절단된 역사는 민족사가 아니다. 사대주의와 일제식민사관으로 끊긴 민족사의 맥(脈)을 다시 잇고 민족사학을 재야에서 강단으로 끌어올려 우리의 위대한 상고사를 재건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국과 러시아의 특별한 인연과 모스크바 학술대회의 감회를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후 고종황제가 충정공 민영환(閔泳煥)을 니콜라이 황제 대관식에 보내 도와줄 것을 간청하자 러시아는 육군과 해군함을 보냈다. 절대 질 수 없는 막강한 발틱 함대를 보냈지만 영국의 방해로 너무 먼 길을 돌아오고 기계 고장까지 일으키는 불운으로 일본에 패하면서 한국과의 인연이 멀어졌다"고 회고(回顧)했다.
박성수 회장은 "한국으로선 러시아에 빚을 졌다. 그 빚을 갚기 위해 이곳에서 학술대회를 하는 것"이라라며 "이렇게 큰 나라를 옆에 두고 누구에게 부탁을 하겠냐"며 비행기에서 건강문제로 위급상황을 맞았을 때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러시아 청년이 도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학술대회가 언론의 주목속에 성황리에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안타깝게도 박성수 회장은 지병이 악화돼 모스크바 병원에 입원했고 끝내 유명(幽明)을 달리 하고 말았다. 우리 상고사와 특별한 인연을 갖는 러시아 연방의 수도에서 민족사학계의 큰별이 진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를 주관한 모스크바프레스의 김원일 박사(모스크바 국립대학)는 "한국 상고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환국(桓國)의 땅을 품고 있는 러시아에서 역사적인 국제 학술대회가 열린 것을 너무나 기뻐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앞으로도 더욱 의미있는 학술교류를 통해 고인의 유지를 받들면 좋겠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고인은 '독립운동사 연구'를 비롯, '일본 역사 교과서와 한국사 왜곡' '한국인의 역사정신' '단군문화기행'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유족으로는 부인 허은경 여사와 장우-장균-지현-지희씨 등 2남2녀가 있고 장례는 민족사회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빈소(殯所)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11호실, 발인은 4일 오전 5시, 장지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천주교 길음동교회 묘역이다. (02)2258-5940.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한반도와 유라시아 문명의 대화’ 러시아 첫 ‘한국상고사’ 학술대회 <2015.2.21>
모스크바서 러시아 한국학자 모여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m0604&wr_id=4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