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중 여러 차례 방북 의사를 희망한 반기문 사무총장이 지난 27일 김정은 노동당제1비서의 친서(親書)를 전달받으면서 방북 가능성이 무르익은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실은 28일 리수용 북한외무상이 전달한 친서에 대해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이 관례”면서 “의례적인 사안이 포함됐다는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요청했다. 반기문 총장에 대한 ‘의례적인 초청’이 언급됐을 가능성과 관련, 언론의 추측일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반기문 총장이 김정은제1비서에 답신을 보낼 예정이며, 조만간 기자간담회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반 총장의 방북문제가 수면위로 부상(浮上)할 전망이다. 반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유엔총회에서 중심의제로 다룬 기후변화 이슈 등 성과를 설명하고 방북 등에 관한 궁금증도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라도 반 총장의 역할은 중차대한 상황이다. 반 총장은 지난해 4월 폐쇄위기에 처한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유엔사무총장 명의의 정상화 촉구 성명서 발표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개성공단 정상화, 남북이산가종 상봉 등의 결실이 이어졌고 “남북관계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반 총장의 의지 또한 커졌다. 지난 8월 한국 방문에서 그는 “적절한 기회를 봐서 북한 당국, 한국 정부와 협의를 해 가면서 방북 문제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기문 총장은 “현재 남북관계가 서서히 진전되는 과정에 있다”면서 “우선은 관계 당사자들끼리 대화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추후에 측면에서 정치적으로 도와드리는 것이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구상과 관련, “박 대통령에게 남북간 좋은 협의를 이뤄내서 진전이 있을 경우 유엔이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겠다는 점을 말씀드렸다”면서 유엔이 이미 내부적으로 법적, 정치적, 제도적인 면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아직 임기를 2년이상 남겨두고 있지만 반기문 총장의 방북이 성사되고 그에 따른 결실이 맺어진다면, 2017년 대선의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그의 입지가 더욱 공고(鞏固)해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뉴욕 음악회에서 눈물 보인 북 리수용 외무상
이번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뉴스메이커는 리수용 외무상이었다. 북한 외무상으로는 15년만에 유엔 총회에 참석한 그는 팔순의 고령(高齡)에도 정력적인 행보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관심을 모았던 북미접촉 등 가시적인 성과물이 없었다고 박한 평가를 내리지만 애당초 북한은 세계 정상급의 외교무대인 유엔총회에서 전에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종전의 수세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자세로 적극 방어를 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장관급으로서 유엔 총회 연설을 하고 반기문 총장을 만나 김정은 노동당제1비서의 친서까지 전달해 시선을 모았다.
특히 이번 친서건은 반기문 총장이 그간 북한방문 의사를 피력해 왔다는 점에서 초청의사가 전달되지 않았겠느냐는 점에서 주시의 대상이 되었다. 관심이 집중되자 유엔본부는 28일 “리수용 외무상이 전달한 편지는 지난 9월9일 북한의 정권 수립일에 맞춰 반기문 총장이 축전을 보낸 것에 대해 인사 차원의 답신으로 반총장에 대한 초청설은 전혀 근거없는 것”이라고 부인하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리수용 외무상은 ‘의례적인’ 면담(面談)과 답신(答申)을 전달하며 과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니 기대이상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27일은 가장 바쁜 날이었다. 유엔총회 연설을 앞두고 친북단체인 재미동포전국연합회가 마련한 동포환영회 오찬 행사에 참석했고 연설 후엔 맨해튼 머킨센터에서 열린 우륵교향악단(단장 이준무)의 ‘10.4 선언 경축 음악회’에 참석했다.
오찬행사는 미 국무부 직원 두명이 행사장 밖을 지킨 가운데 북측 관계자가 이례적으로 “행사를 위해 지원해준 국무부에 감사한다”고 언급해 시선을 끌었다.
우륵교향악단 연주회는 리수용 외무상과 자성남 북한유엔대표부 대사를 비롯해 오찬에 참석한 북측 관계자 대부분이 참석했다. 350명 수용하는 머킨센터엔 빈 좌석이 없었고 중간 휴식시간에 리 외무상이 참석한 동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순서가 있었다.
이날 참석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리수용 외무상이 눈물을 보이는 뜻밖의 해프닝이 이때 벌어졌다. 동포들과 인사를 나누던 그가 캐나다에서 해외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전충림 씨(작고)의 부인을 소개받은 직후였다.
70년대부터 토론토에서 교포신문사를 운영한 전충림씨는 북한과 캐나다 미국 등 미주이산가족의 교량 역할을 하며 1천명이 넘는 해외이산가족을 찾아주는 등 북미이산가족의 선구자로 불린 주인공이다.
이 관계자는 “리수용 외무상이 과거 이산가족상봉과 관련한 일을 했을 때 전충림씨와 친분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분의 부인과 뜻밖의 만남에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