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전쟁 막바지 이승만대통령을 제거하고 군부정권(軍部政權)을 세우려 한 소위 '에버레디 작전'에 백선엽 장군을 이용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미한국현대사연구가 김태환씨(하버드 남가주한인동창회장)는 30일 ‘글로벌웹진’ 뉴스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1953년 5월 이승만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는 에버레디 작전(Operation Everready)’에서 백선엽 장군을 활용하려 한 내용을 발굴(發掘)했다”고 밝혔다.
김태환 회장은 “이승만 제거계획인 에버레디 작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국전쟁의 영웅이자 이 대통령 밑에서 승승장구한 백선엽 장군을 쿠데타의 주역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에버레디 작전은 단순히 이 대통령의 구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는 살해까지 포함되고, 계엄령 선포에 군정 실시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내용은 스탠포드대 역사학과 바턴 번스틴(Barton J. Bernstein) 교수가 아시아 문제 연구 학자들의 계간지 ‘BULLETIN of Concerned Asian Scholars’ 의 1978년 1~3 월호에 실은 기고문에서 밝혀졌다.
번스틴 교수는 ‘쫄짜가 말처럼 날뛰는 이승만 : 한국전 종전으로 가는 험로’(Syngman Rhee: Pawn as Rook The struggle to End the Korean War) 라는 제목의 글에서 1953년 5월 29일 미 합참과 국무부, CIA 등이 참석한 연석 회의록을 인용했다.
미국 정부가 이대통령 제거라는 충격적인 조치를 고려한 것은 그가 한국전쟁 휴전을 결사 반대하는 등 미국의 정책에 노골적인 반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이대통령이 독재정권 기반을 굳히기 위해 임시 수도인 부산에서 강제로 국회의원을 연행하고 구속한, 이른바 부산정치파동이후 에버레디 작전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쟁이 만 3년째로 접어든 1953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한 아이젠하워는 3월 소련의 스탈린이 사망하자 자신이 공약한 한국전쟁 종전을 성취하기위해 휴전 교섭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한국전 휴전회담이 막바지에 들어가던 5월 29일 미 국방부 펜타곤에서 합참과 국무부 고위간부들이 모여 휴전 회담을 방해하는 이대통령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육군 참모 총장 로턴 콜린스 대장은 한국군 참모 총장인 백선엽 장군이 자신에게 에버레디 작전을 “암묵적으로(tacitly)” 지지할 용의가 있음을 표시했다고 밝히고 그를 활용하는 것이 이대통령의 휴전 거부를 잠재우는 한가지 방도라고 제시했다.
나아가 콜린스 대장이 당시 업무 관계로 워싱턴 출장을 온 백선엽 장군이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면담할 수 있도록 주선하려고 나섰으나 비공개 면담을 하더라도 비밀 유지가 어렵다고 생각한 인사들의 만류(挽留)로 성사 되지는 않았다.
김태환 회장은 “미국정부는 이대통령이 온갖 구실을 붙여서 휴전 교섭을 지연(遲延) 또는 전복(顚覆)시키려 하였기 때문에 자신들의 의도대로 따라가지 않는 이대통령을 필요한 시점에, 쿠테타를 일으켜 이 박사를 연금하고, 계엄령을 실시하고, 임시 군정을 실시하려 하였으며, 경우에 따라 이박사의 살해까지 묵인하려했다”고 지적했다.
김태환회장
김태환 회장은 “에버레디 작전은 1952년 부산 정치 파동 때 이미 작성돼 있었고 이후 미8군 사령관 테일러 장군이 에버레디 계획을 수정 작성했다. 그의 상관인 유엔군 사령관 클라크 대장이 미국 합참에 올린 보고서에서 백선엽 장군이 이 작전에 호의를 보인다는 힌트(?)도 적어 넣었는데 백선엽 장군과 어떤 형태로든 交感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잘 알려진대로 백선엽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정식 장교 훈련을 받은 몇 안되는 고위 지휘관으로 많은 전공을 세웠다. 이승만 대통령은 물론, 특히 미군 장성들의 좋은 평가를 받으며 초고속 승진으로 대장까지 오르고 최연소 육군 참모 총장에 임명되는 등 오늘날 ‘한국전쟁의 군신(軍神)’으로까지 추앙되는 인물이다.
김태환 회장은 “이 박사의 총애(寵愛)를 받아 남들이 부러워하는 지위에까지 올라간 그가 이 박사 제거를 목적으로 작성한 ‘에버레디 작전’에 연루됐다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일이다. 백장군이 (만 95세로) 연로하긴 하지만 에버레디 작전의 진상과 그에 대한 입장을 지금이라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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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휴전후 작은 전쟁하자고 애걸한 이승만” 김태환의 한국현대사 비화 (2016.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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