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신흥명문 국립고등경제대학이 첫 한국학과 졸업생을 배출(輩出)해 관심을 끈다. 지난 1일 러시아 고등경제대학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14명의 한국학과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썼다.
고등경제대학은 구소련 붕괴 후 러시아가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변화를 시작한 1992년에 경제전문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국책대학으로 설립됐다.
대학 설립초기에는 경제관련학과가 중심이었으나 급격히 교세가 확장되어 현재는 철학을 비롯한 인문과학과 법학 정치학 국제관계학 등 사회계열은 물론, 한국학과 중국학 등의 지역학을 포괄하는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캠퍼스가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그, 니즈니 노브고라드, 페름 등에 두고 있으며 학생수가 2만7천명, 교수진이 3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모스크바 캠퍼스에 한국학과가 개설된 것은 2011년으로 당시 동양학부 학부장이었던 알렉세이 마슬로프의 제안(提案)에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국제교류재단 임철우 소장이 한국 정부의 지원을 이끄는 등 적극적인 협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나탈리아 한국학과장은 졸업축사에서 국제교류재단과 당시 모스크바소장을 맡았던 임철우소장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학과는 개설 후에 학생수가 계속 증가해 지난해에는 입학생수만 60여명이었다. 이번 졸업식은 한국학과와 중국학과, 일본학과, 인도학과가 함께 모여서 진행했다,
한국학과가 소속된 ‘세계경제/국제정치대학’의 세르게이 카라가노프 학장은 졸업축사에서 “대학 때 맺은 친구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잘 간직하고 발전시킬 것”과 “그러면서도 자신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 것”의 두가지를 주문했다.
졸업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김원일 전 모스크바한인회장은 “예전에는 러시아의 대학들에 애초에 졸업식 같은 것이 따로 진행되진 않았다. 하지만 서구화의 영향으로 10여 년 전부터는 단과대 별로 혹은 학과별로 모여서 졸업식을 진행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날 단상엔 대형 태극기를 비롯, 주요 국가 국기들이 게양된 가운데 인도학과 졸업생이 축하 노래를 부르는 시간도 이어져 큰 박수를 받았다.
졸업식이 끝난 후 김 나탈리야 한국학과장, 러시아 극동연구소의 고려인학자 김영웅 박사, 김원일 회장과 졸업생들은 졸업 축하 만찬을 함께 하며 도타운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러시아여성학자 ‘남한정치사’ 첫 발간 화제 (2015.11.29.)
나탈리야 김 고등경제대 한국사 교수
러시아의 여성학자가 해방후 한국의 정치사회를 조명한 저서를 처음 발간(發刊)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모스크바의 고등경제대학의 나탈리야 김(36) 교수이다.
나탈리야 김 교수가 저술한 '1945년-1948년 남한 정치사'는 해방후인 1945년부터 1948년 한국정부 수립까지의 기간동안에 남한지역에서 있었던 사회정치적 투쟁들과 분단과정에 대해서 연구한 것이다.
그 동안 구 소련과 러시아에서 북한 정권의 성립이나 발전과정에 관한 저서는 적지 않게 발간되었지만 러시아 학자가 한국의 근세사를 본격 조명한 저서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나탈리야 김 교수가 명문 러시아 고등경제대학의 학술연구 지원프로그램에 당선되어 연구에 필요한 지원금(2만달러)을 받아 저술과 출판을 마친 학술서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러시아 등 구소련 지역 대부분의 한국학 연구나 관련서적들은 한국의 국제교류재단이나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한국정부기관의 지원을 통해서 이뤄지기때문이다.
총 455쪽의 하드커버인 '남한정치사'는 러시아와 미국의 각종 자료들 뿐만 아니라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던 분단과정에 대한 한국현대사 학자들의 연구성과들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남한 각 정치사회세력간의 투쟁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시 열강(列強)이었던 소련과 미국의 남한 정치에 대한 개입정책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낸 노작(勞作)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른바 해방공간에서 다양한 정치세력 중 하나였던 이승만 우파세력이 어떻게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나갔는지, 이승만과 미국과의 관계, 박헌영 좌파세력이 어떤 전략적 실수들을 저질렀으며 소련당국의 역할이 어떠했는지, 여운형 김구 김규식 조소앙 안재홍 등으로 대표되는 좌우를 망라했던 중도파가 왜 정치적인 세력을 얻지 못했는지 등에 대한 러시아 학자로서의 분석과 성찰이 돋보인다.
또한 연구에 참조한 자료와 논문 및 출판물들이 러시아어권, 영어권, 한국어권 학자들이 3분의 1씩 균등하게 차지하는 등 러시아에는 그 동안 소개되지 못했던 1980년대 이후 학문적 해빙기에 한국 현대사학자들의 한국 분단사연구 소개와 분석이 이뤄졌다. 목차(目次)와 요약(要約)은 영어로도 함께 게재되어 있다.
표지 뒤 커버에는 해방시기 대표적인 좌, 우, 중도파 정치지도자들이었던 이승만과 김구, 여운형, 박헌영, 안재홍, 김규식, 김창숙, 홍명희, 조완구, 조소앙의 중요한 정치적 발언들을 러시아어로 번역해 실렸다.
나탈리야 김 교수가 소속된 러시아과학아카데미 한국 몽골학과의 전 학과장인 유리 바닌 한국사 원로교수는 "저서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남북한 분단의 원인의 큰 제공자는 당시 남북한을 분할 점령했던 미국과 소련이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남북한의 정치지도자들이 통일을 위해 단합하지 않고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분단과정을 때로 용인하고 수용하였다는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탈리야 김 교수는 27일 "현대 한국사회의 성격를 규정하는 많은 요인들이 분단과정에서 생겨났고, 한국의 사회 정치현상을 분석하는 데에는 해방 후부터 한국정부 수립기간까지의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박사학위논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년에 가까운 기간을 분단과정과 한국정부 수립에 대한 연구에 바쳐왔다"고 밝혔다,
<이하 기사 링크 참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m0604&wr_id=4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