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전남 영암의 F1 자동차경주장 문제를 짚어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6일 "영암에 3억7500만 달러를 들여 만들어진 F1경주장에서 2010년부터 4차례 그랑프리 대회를 치렀지만 오늘날 12만명 수용의 국제경주장은 아마추어 레이서들이 소수의 관중 앞에서 달리는 곳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F1의 실패가 이곳만은 아니다. 터키에서도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열었지만 관중동원이 저조했고 2013년까지 3차례 열린 인도에서는 세금문제로 폐지(廢止)됐다"고 소개했다.
많은 한국인들은 대부분 공적 자금이 투입된 영암경주장이 처음부터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2007년초 국회 에산처와 정부연구기관은 전남의 예상수익이 너무 과장됐다고 경고했으며, 지난 달엔 '시민이 만드는 밝은세상'이라는 시민단체가 경주장 관계자들을 배임혐의로 형사고발했다.
타임스는 "영암경주장의 큰 문제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F1이 아직 낯설기 때문이었다"며 "일부에서는 F1을 종합격투기 K-1과 비슷한 것으로 착각한다. 서울에서는 '도로경주(road racing)'하면 오토바이 '폭주족(pokjujok)'을 떠올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라남도는 F1그랑프리가 삼성과 현대같은 재벌기업들을 통해 엄청난 광고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F1의 지명도가 떨어져 메이저 스폰서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입장수익도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경기장의 입지조건(立地條件)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전라남도는 2013년까지 심각한 빚이 쌓였고 더 이상 F1을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F1측도 그해 연간 개최권 지불금을 2700만달러로 40% 할인했지만 지난해 대회는 무산됐고 올해 대회도 F1 캘린더상에는 올랐으나 결국 취소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F1 사업이 완전한 실패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3년간 한국에서 아마추어 레이싱에 참가한 프랑스의 사업가 미셀 푸셔코스는 "지난 2년간 카레이싱에 대해 인식이 달라졌다. 경주에 참여하는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의 박세리와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가 해당 스포츠의 인기를 크게 끌어올린 것처럼 자동차 경주도 스타들의 등장으로 홍보가 촉진(促進)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은 아직 F1의 레이서가 없지만 2010년이후로 국제자동차경주장(KIC)을 달릴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아마추어 레이서가 30% 늘어난 3천명에 달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수백개의 자동차 클럽이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당국이 자동차 개조를 완화한 2012년이후 큰 증가치를 보이고 있다.
지난 5년 사이에 서울 근교에 두곳의 자동차 경주장이 문을 열었고, 송도 신도시는 지난해 7월 도로경주를 처음 개최한데 이어 올해도 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는 일부 국내 대회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아마추어 레이서인 심모 씨는 "내가 처음 자동차 경주를 시작한 10년전엔 트랙도 없어서 구불구불한 시골길에서 위험한 레이스를 했다"면서 "한국의 자동차경주문화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전남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F1프로젝트가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10년, 20년후엔 이곳이 한국 자동차경주의 메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거는 모습이었다.
뉴욕=노정훈기자 newsroh@gmail.com
<사진=뉴시스 류형근기자>
<꼬리뉴스>
A Korean Auto-Racing Debacle, but Hope Around the Bend <NY Times>
http://www.nytimes.com/2015/02/16/world/asia/a-korean-auto-racing-debacle-but-hope-around-the-ben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