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연대하는 시위가 3일 펼쳐졌다.
미네소타 최대 도시인 미니애폴리스에서 한인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가 세월호 실종자 9명의 영정을 안고 세월호 모형과 함께 행진을 벌였다. 또 뉴욕에서는 4일 맨해튼 총영사관 앞에서 최근 세월호 가족들의 시위 진압(示威鎭壓)을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메이데이 퍼레이드를 맞아 한인 시위대가 모형 인형을 매고 북과 징을 울리며 참여해 시선을 끌었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정의를 요구한다!"는 초대형 포스터를 선두로 한 동포들의 행렬은 장구와 북소리가 울려 퍼짐과 함께 세월호 모형 배가 시선을 끌었다. 유가족을 표현한 슬픈 표정의 거대한 인형들이 실종자 9명의 영정 사진을 들고 그 뒤를 따랐다.
'인형 엄마'로 불리는 엄정애 씨가 제작한 보통 사람의 두 배가 넘는 거대한 인형들은 현지인들의 놀라움과 호기심을 자아냈다.
행사를 관람하던 미국인들은 뜻밖의 행진에 큰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시위대가 들고 있는 피켓 문구를 읽으려고 손을 들고 멈춰 서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미네소타 세사모(세월호를 잊지 않는사람들) 관계자는 "미국 시민들이 내용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고, 북소리에 맞춰 박수를 하기도 했다. 또 어떤 이들은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고, 나중에 따로 찾아와 정보를 요청하기도 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304명의 귀한 생명이 억울하게 사라져간 참사를 접했을 때 이렇게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들도 애통해하는 것을 보고 점점 무관심해지는 모국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뉴욕=민병옥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美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집회 열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지난달 26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집회가 열렸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인디애나폴리스 사람들의 모임'(인디 세사모)이 주관한 집회는 인근 도시인 콜럼버스와 퍼듀 대학교에서 장거리 운전을 마다하지 않고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의 영혼들'을 상영하고 세월호 희생자를 기렸다.
한 참석자는 최근 정부가 입법한 시행령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의미를 상실함은 물론 참사 책임자에게 면책의 단서를 주게 되는 법이라며 조속한 폐기를 촉구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자 풍찬노숙(風餐露宿)을 견디어 온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배·보상 절차를 감행하는 정부는 제주 4.3항쟁에서 무고한 양민들을 공산당 토벌이라는 명목으로 무차별하게 학살했던 이승만처럼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참석자들은 '제주의 영혼들'을 관람한 후 밝힌 소감에서 "제주도민의 뜻에 반하는 해군 기지를 추진하는 정부에 화가 난다.", "제주 강정마을과 세계의 아름다운 자연 유산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투쟁과 노력에 감동받았다. 그동안 이끌어온 강정마을 사람들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제주도 출신이라는 한 동포는 70평생을 사는 동안 자신의 고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던 것을 뉘우치기도 하면서 상영 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감독인 레지스 트램블리(Regis Trembly)에게 고맙다는 말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희생자 사진 전시 및 유가족의 심경을 기록한 도서인 '금요일엔 돌아오렴'과 세월호 사고에 관련된 관계자들과 인명 구조의 역할을 다해내지 못한 해경에 대한 150일간의 재판기록을 담은 '세월호의 재판'이 판매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의 한인회와 같은 단체의 필요성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한인들의 안정된 삶을 돕고 생활의 불편함을 덜어줄 목적으로 창간한 매거진 '인디 코리아(Indy Korea)'에 대한 소개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인디 세사모는 앞으로도 세월호 진상규명이 이루어 질때까지 지속적으로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