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단 연례만찬 행사에 불참을 통보한 것은 예고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29일 열리는 백악관 기자단 연례 만찬행사에 불참한다는 내용을 24일 밤 트위터에 올렸다. 최근 NY타임스와 CNN 등 주요 언론사의 보도를 가짜뉴스로 공격하며 ‘언론과의 전쟁’을 벌이는 트럼프의 행보(行步)는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백악관 기자단 간사인 제프 메이슨 로이터 기자는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은 수정 헌법 1조(First Amendment)와 건강한 국가에서라면 독립된 미디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는 지를 알리기 위해 개최된다"며 대통령의 불참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1920년 시작돼 97년 전통을 자랑한다. 정계 고위인사와 할리우드 스타들 유명인사들은 물론, 현직 대통령이 관례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이 불참한 것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언론과 긴장관계를 형성했던 닉슨이 있고 1981년 당시 저격사건으로 부상당한 레이건이 마지막이었다.
트럼프의 불참은 언론과 불편한 관계인 이유도 있지만 사실 아픈 상처가 숨어 있다. 지난 2011년 처음 참석한 백악관 기자단 만찬행사에서 공개리에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만찬 연설에서 “(공화당의) 밋 롬니가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보편적 건강보험안을 통과시켰다는 소문이 도는데 누가 이걸 파헤쳐야 합니다. 그럴 분이 여기 와 있다. 도날드 트럼프죠”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트럼프가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출생 의혹을 제기했던 것을 겨냥해 일부러 엉터리 소문을 전하며 트럼프를 지목한 것이었다. 오바마는 자신의 하와이 출생 기록이 공개된 사실을 알린 뒤 “제 출생 논란이 끝나는 걸 가장 좋아할 분은 트럼프랍니다. 이제 (1969년 아폴로11호) 달 착륙이 조작됐는지, 로스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외계인이 잡혀 있다는 소문)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라며 거듭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오바마가 급기야 “트럼프가 백악관에 변화를 가져오겠다는데 그게 뭔지 함께 봅시다”라며 ‘트럼프 백악관 리조트·콘도’라고 쓰인 백악관 모양의 호텔 합성사진을 소개하자 장내는 그야말로 폭소(爆笑)의 도가니가 됐다.
당시 해프닝에 대해 2016년 뉴욕타임스는 “그날의 경험은 엄청난 모욕감을 느낀 트럼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겠다는 집념에 불을 당기게 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8년 개근한 오바마는 코미디언을 뺨 칠만큼 유머러스한 연설로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행사때도 그는 연설에서 “공화당이 트럼프가 외교정책 경험이 없다고 걱정한다구요?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트럼프는 수년 동안 전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왔잖아요.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미스 아제르바이잔…”하며 한동안 미인대회를 주관한 트럼프를 조롱(嘲弄)해 배꼽을 잡게 했다.
평생을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 하며 살아온 트럼프가 공개 망신을 당한 자리가 다름아닌 백악관 기자단 연례만찬이란 것을 고려하면, 단지 언론과의 불화 때문에 안간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절치부심, 대통령이 되겠다는 투혼으로 작용한만큼 백악관 기자단 만찬행사를 고마워해야 하진 않을까. 하긴 그래서 이런 멘트를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올해 백악관기자단 만찬에 난 참석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모두 좋은 저녁 되세요.”
* 글로벌웹진 뉴스로 www.newsroh.com
<꼬리뉴스>
다시 보는 오바마 백악관기자단 연설
“그녀가 대통령이 될 줄 알았는데..”
오바마는 지난해 백악관 기자단 만찬 행사 연설에서 “내년에는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그녀가 누구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해 사람들의 폭소를 끌어냈다. 누가 될지 모른다며 ‘그녀(she)’라는 단어를 사용해 유일한 여성 후보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대놓고 말한 것이었다.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향해서는 “민주당의 빛나는 새 얼굴”이라고 추켜세우는듯 하다가 그의 사회주의적 정책을 들어 “동무(comrade)”라고 불러 박장대소(拍掌大笑)케 했다.
만찬에 참석한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에게는 “공화당 경선이 잘되고 있다니 축하한다. 계속 그렇게 진행하라”며 당시 예상외로 선두에 오른 트럼프를 놓고 고민하던 공화당의 내분을 꼬집었다.
그는 “6개월 이내에 나는 공식적으로 레임덕(권력누수)이 될 것”이라며 “이는 의회가 나를 무시하고 공화당 지도부는 내 전화를 받지도 않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재치있게 ‘셀프 디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