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아침엔 미국, 점심엔 한국, 저녁엔 일본을 미워하네..”
싸드배치로 중국분노에 롯데를 비롯한 한국기업들이 중국민들의 분노에 직면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인터넷 속보로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9일 ‘한국기업들 싸드배치로 중국 분노 체감’이라는 베이징 발 기사에서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인 싸드를 배치하기 시작하면서 '반한물결'이 중국에 넘실대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특히 싸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가 대표적인 타겟이 되는 등 중국인들의 반한시위가 격화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국수주의(國粹主義)를 이용한 정책을 되풀이한 중국정부가 한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기전에 수습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와 함께 “중국인들의 SNS에 애국심을 이용해 반한물결을 부추기는 중국정부를 조롱(嘲弄)하는 시가 퍼지고 있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아침엔 미국을 미워하고
점심엔 한국을 미워하고
저녁엔 일본을 미워하네
바쁠땐 잠깐 짬을 내 대만과 싱가포르를 미워하고
잘때는 꿈속에서 베트남과 필리핀을 미워하네‘
베이징 주민 리 신(66)은 평소 롯데마트에서 김과 계란 등 생필품을 사곤 했지만 한국의 싸드 배치 결정이후 상점 앞에서 “중국에서 꺼져라! 우리는 배신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소리치며 시위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싸드가 중국 영토를 감시하는데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관영언론사들은 한국 상품 보이코트를 촉구하고 학생들과 택시기사들은 연일 한국기업 앞에서 데모하고 있다.
관광을 맡고 있는 공무원들은 주요 여행사들이 한국 단체관광을 취소하도록 명령했다. 분노한 민족주의자들은 김치와 불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한국의 가수들은 중국공연 비자가 취소되고 중국 TV와 인터넷에서 한국 쇼와 드라마들이 사라졌다.
중국은 한국이 싸드를 철회(撤回)하도록 압력을 넣으면서 박근혜 탄핵이 이뤄질 경우, 차기 대통령이 재고하도록 관계를 맺는 데도 신경쓰고 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한국 비판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무기에 대항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사람들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밀접한 한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민족주의를 경고하고 있다.
독일계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류유언얀(25)은 “평화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누구든 자신의 이웃을 위협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중국에 진출한 롯데는 112개 상점에서 1만3천명이 일하는 대기업이다. 롯데는 싸드 부지를 정부에 제공하기로 하면서 중국인들의 시위를 촉발시켰다.
9일 현재까지 중국당국은 롯데의 상점 거의 절반을 안전규정 위반으로 폐쇄했다. 한 상점은 불법 무선신호를 내보내는 휴대용 라디오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3천 달러의 벌금이 부과됐다.
지난 8일엔 롯데와 미국기업 허시가 공동 소유한 초콜렛공장을 화재 설비 미비로 한달간 문을 닫도록 명령했다.
동부 산둥성 쯔보(淄博)에서는 ‘우리나라의 안전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롯데는 중국을 떠나라'는 배너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중부 허난성 쉬창(許昌)에서도 롯데 백화점 앞에 사람들이 모여 롯데를 비난하고 중국 국가를 부르고 있다.
중국의 SNS 위챗을 통해 롯데가 싸드 부지를 한국정부에 제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리 신은 “중국과 한국의 미래에 희망이 많았는데 이젠 한국이 변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남부 도시 쿤밍의 운남민족대학(云南民族大学)에서 환경디자인을 전공하는 류 궈멩첸(21)은 화장품 등 한국상품들을 더 이상 구입하지 않는다. 그녀는 “한국과 미국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중국을 위협으로 보기 때문에 힘을 합쳐 우리가 약해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미디어들은 이같은 시위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新華通訊)은 롯데를 이번 사태의 공범이라고 적시했고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한국상품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는 이같은 기류가 현명한 판단이 아니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 보이그룹 BTS의 열렬한 팬인 장 멩지에(29)는 한국상품과 연예인들을 보이코트하는 것은 비이성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한국 스타들은 그냥 연예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무슨 정치에 관여했나?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이것은 진짜 애국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극적인 선동구호(煽動口號)에 충동적으로 끌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에 친척과 친구들이 있는 중국인들은 반한물결을 걱정하고 있다. 안후이성(安徽省) 출신 스키코치인 동멩멩(24)은 다음달 한국의 약혼자 정재윤(27)씨와 경주에서 결혼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결혼식에 참석할 친지 11명의 여행비자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애국심에 납치된 꼴”이라고 푸념하며 눈물짓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의 비자신청이 잘못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올해는 한중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인다. 그러나 양국간 긴장으로 아직까지 축하행사는 예정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이같은 시위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자유대학(Vrije Universiteit Amsterdam)에서 중국인의 애국주의를 연구하는 팔 니리 교수는 “중국정부는 애국주의를 부추기고 이를 활용한후 더 악화되기전에 수습하는 정책을 반복해왔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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