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도 천주교인도 무슬림도 화합(和合)의 셔틀콕을 친다.
뉴저지 한인교회의 배드민턴동호회가 종교를 초월한 우정과 친목 활동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동호회는 필그림 배드민턴 선교팀이다. 뉴저지 파라무스에 소재한 필그림 교회 소속으로 2006년 조직됐다.
필그림 교회(양춘길 목사)는 지난 2002년 4만평방스퀘어피트에 달하는 부지와 2층 건물을 인수해 이 지역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한인교회이다. 친교실로 쓰이는 실내공간을 배드민턴과 농구 배구 등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配慮)해 뉴저지를 대표하는 배드민턴팀으로 성장하게 됐다.
현재 회원수는 100여명에 달하고 절반은 기독교 신자이지만 나머지는 종교가 없거나 이웃종교인 천주교와 불교인, 타민족 회원중에는 무슬림도 있다.
필그림 배드민턴팀은 현 유정호(51) 회장이 주위 사람들과 함께 스트레스도 풀고 선교사업도 해보자는 뜻에서 창단하게 됐다. 유정호 회장은 "고등학교(여의도고) 다닐 때 학교에 배드민턴팀이 있어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며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교회에 운동할 공간이 생겨서 실내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배드민턴팀을 만들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뉴욕 뉴저지 일원에서 축구 농구 야구 등의 한인동호회는 오래전부터 활동을 했지만 배드민턴은 필그림이 최초였다. 농구 경기장 크기지만 배드민턴 코트는 3개면을 만들 수 있어 보다 많은 이들이 수준에 맞게 즐길 수 있다.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주 2회 운동을 하고 있는 필그림 팀이 창단된 이후 배드민턴 열기가 확산되면서 아콜라교회와 뉴저지초대교회, 데마레스트 성당 등에서 잇따라 동호회가 발족해 현재 4개팀이 활동하고 있다. 뉴저지 한인1호 클럽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새로운 팀이 생길때마다 장비 지원 등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배드민턴은 중국계가 운영하는 클럽이 맨해튼과 플러싱에 있지만 북부 뉴저지는 이곳이 유일하다. 덕분에 타민족도 배드민턴을 즐기기 위해 필그림의 코트를 찾고 있다. 배드민턴은 미국에서 비인기종목에 속하지만 동남아에선 최고 인기스포츠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권 이민자들이 가세하면서 필그림 배드민턴팀은 종교와 상관없이 화합하고 우의를 다지는 곳이 되었다. 요즘 테러문제로 무슬림에 대한 편견과 배척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민자의 나리인 미국에서 한인들은 타민족과 좋은 유대관계로 소수계의 롤모델로 꼽힌다.
필그림 배드민턴 멤버들은 정기모임을 갖는 토요일엔 보통 40여명이 나와 세시간 여 땀을 흘린다.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린 체육관에서 복식경기로 1세트씩 돌아가며 경기를 하는데 보기보다 운동량이 많아 20여분만 치면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회원중 최연소는 초등학교 4학년인 대니얼 정(10)이고 최고령은 김경자(73) 권사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유 회장은 물론, 김승표 목사와 이은정 씨 등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이들이 초보자들을 위해 레슨도 하고 연간 4차례는 정식 배드민턴 대회를 통해 기량도 겨룬다.
체육관을 교회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덕분에 한달 회비 20달러로 셔틀콕 비용 등 경기용구를 충당하고 있어 거의 부담이 없다.
20여년전 이민왔다는 오현자(65) 권사는 "한국에 있을 때는 아침마다 약수터에서 배드민턴을 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문화는 없지만 쾌적한 실내 코트에서 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배드민턴을 시작한지 1년여가 됐다는 허철호 씨는 "우연한 기회에 건강을 위해 치게 되었는데 왜 진작에 안했는지 후회가 될 만큼 너무나 즐겁다"면서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분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로 얘기도 하고 교류하는 것도 이민생활의 애환(哀歡)을 달랠 수 있어서 좋다"고 예찬론을 폈다.
유정호 회장은 일부 회원은 한국방문길에 전문가들에게 개인 훈련을 지도받을만큼 배드민턴에 푹 빠져 있다고 귀띔한다.
뉴저지한인배드민턴협회도 이끌고 있는 유정호 회장은 "새해 11월 18일 예정된 창단 10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한국 국가대표 출신 스타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미주동포사회와 함께 하는 필그림 배드민턴을 지켜봐달라"고 미소지었다.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필그림교회 1997년 양춘길 목사와 10가정 주축 창립
필그림 교회는 1997년 4월에 양춘길 목사님과 10가정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10월 첫째 주일에 창립예배로 시작되었다. 필그림 교회는 미국장로교(PCUSA)의 동부한미노회에 속하여 있으며, 현재, 활동교인 약 1000여가정, 약 2100여명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린다.

필그림은 순례자란 뜻으로 나그네와 달리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확신과 소망을 가지고 걸어간다. 믿음, 소망, 사랑안에서 함께 순례의 길을 걸으며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성도들의 모임이기에 "필그림 교회"라고 이름하였다.
필그림 교회는 교회개척 10주년을 맞아 향후 10년간 교회가 추구할 구체적인 비전을 '필그림 2020'으로 제시했다. 첫째, 치유와 회복이 있는 가정공동체, 둘째, 은사와 기쁨이 충만한 사역공동체, 셋째, 차세대 리더를 양육하는 교육 공동체, 넷째, 사랑으로 이웃을 돌보는 섬김 공동체, 다섯째, 땅끝까지 예수의 증인되는 선교 공동체를 말한다.
http://www.pilgrimchurch.org/